아프가니스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기니, 인도, 모잠비크, 니제르,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남수단공화국, 우간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유아와 청소년 결핵 환자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MSF)의 ‘TACTiC: 소아 결핵 진단·예방·치료(TACTiC: Test, Avoid, Cure Tuberculosis in Children)’ 보고서에 따르면, 앞서 결핵 부담이 높은 14개국의 결핵관리지침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최신 지침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에 따르면, 매년 125만 명의 0세~14세 소아·청소년이 결핵에 감염되지만 진단과 치료를 받는 이들은 절반 가량이다. WHO는 지난 2022년 아동과 청소년 결핵 관리 지침을 개정하고 여러 주요 권고사항을 마련한 바 있다.
14개국 가운데 WHO 지침에 완전히 부합하는 정책을 시행 중인 나라는 한 곳뿐이었다. 7개국이 80% 이상, 4개국은 여전히 50% 미만 수준으로 부합했다. 격차는 소아 결핵 진단 부분에서 두드러졌다. 감염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도 강력한 결핵 의심 증상을 보이는 경우 아동에게 결핵 치료를 시행하라는 지침을 따르는 국가는 14개국 중 5개에 불과했다. 해당 5개국 조차 4개국만 관련 지침 시행을 위한 자원을 보유한 실정이었다.
보고서는 WHO 권고에 맞춰 국가 지침을 개정하고 필요한 자원을 할당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관련 정책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 일정과 함께 마련할 것도 촉구했다.
그렇지만 WHO 권고를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일례로 WHO는 약제 감수성 및 약제내성 결핵을 앓는 아동 치료에 치료 기간이 단축된 새로운 완전 경구용 치료제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 해당 치료제 출시가 여전히 더디고, 약제 감수성 및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위한 아동 친화적인 신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어도 국가에서 항상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캐시 휴이슨(Cathy Hewison) MSF 결핵 워킹그룹 책임자의 말이다.
관료적 장벽과 재원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아동 친화적인 결핵 치료제 제형을 구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죠. 아이들은 체중에 따른 적절한 용량 조절도 없이 쓴 약을 으깨서 복용하다 보니 부작용이나 치료 실패를 겪을 심각한 위험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스테인 데보르그라베(Stijn Deborggraeve) MSF 액세스 캠페인 진단 분야 자문위원은 이대로 가면 더 많은 아동 청소년 결핵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지리라 우려했다.
WHO는 각국이 결핵 아동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권장 지침을 개정했지만, 아직 이러한 지침을 적용하고 실행은 더딥니다. 지연은 더 많은 아동 사망으로 이어질 겁니다.
by 김양균 angel.a@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