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똑똑해서 인스타 같은 건 안 해

그래서, 우월감을 느끼시나요?

by 케이주디


나 역시 SNS가 시간 낭비라는 말에 찬성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아니, 지금도 굳이 이분법적으로 나누자면 인스타는 부작용이 훨씬 많다는 쪽에 서고 싶다. 누군가의 가장 화려한 ‘최상 모먼트’만 모아둔 곳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어도, 눈을 통해 들어오는 시각 자극은 기어코 내 뇌를 거쳐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곤 하니까.


그래서 한때는 “인스타는 나쁜 것”이라며 앱을 지우기도 했다. 처음엔 세상의 소음이 줄어 조금 평화롭다고 느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타인의 활기찬 일상을 건강하게 받아낼 에너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잠시 눈을 감는 쪽을 택했고, 그 고요함이 내게는 일종의 휴식처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삶이 다시 평탄해지고 내 안에 무언가를 채울 새로운 소스들이 필요한 시점이 되자, 내가 만든 그 고요함은 조금씩 결핍으로 다가왔다. 내 주변 영역 밖의 세상을 접할 기회가 사라지니 내 생각의 크기도 딱 내 현실의 범위만큼만 머물렀다. 어느새 나는 스스로 좁은 우물 안으로 걸어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 마주하게 된 인스타 화면은 예상 밖의 해방감을 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니터 속 타인들의 치열한 생동감은 나를 짓누르는 비교가 아니라, 고여있던 뇌 회로에 찬물을 쏴악 끼얹는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아, 저렇게도 사는구나.” “저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비로소 멈춰있던 뇌가 다시 돌기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내 폰 화면 속 그 핑크색 네모 박스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건, 사실 남들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걸 눌러 마주하게 될 타인의 성취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낼 만큼 내 마음이 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결국 수용하는 ‘나’의 상태가 핵심이었다. 따지고 보면 어떤 도구를 좋다 나쁘다며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도 없다. 셰프의 손에 들린 칼은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지만, 누군가를 해치려는 사람의 손에 들리면 그건 흉기가 된다. 도구 자체가 악한 게 아니라, 그걸 쥔 사람의 상태가 그 도구의 성격을 결정할 뿐이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깨달음의 시간을 지나고 보니, SNS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치 대단한 벼슬이라도 되는 양 우쭐거리는 태도를 마주할 때면 묘한 거부감이 든다. “난 똑똑해서 그런 시간 낭비 안 해”라며 은근슬쩍 우월감을 내비치는 것이 상대를 깎아내리고 나를 높이는 훈장이 될 수는 없다. 어쩌면 그건 타인의 행복을 건강하게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본인의 상태를 ‘고결함’으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니까.


결국 인스타를 하느냐 안 하느냐는 본질이 아니다. 이 도구를 쓰면 열등하고, 안 쓰면 우월하다는 그 오만한 이분법이야말로 진짜 경계해야 할 태도다. 이분법적인 논쟁에 열을 내기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건 어떤 도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내 삶을 단단하게 채우는 일, 그리고 타인의 성취를 보고도 “멋지네” 하고 기분 좋게 인정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일이 아닐까.


"난 똑똑해서 인스타 같은 건 안 해 "
그래서, 우월감을 느끼시나요?

그래서, 우월감을 느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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