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저한테는 꽤 괜찮은 사람이에요.
누군가 내게 동조를 구하며 떡밥을 던질 때가 있다. "걔 진짜 별로지 않냐?"
그 말은 단순히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어서 내 편이 되어 같이 그 사람을 깎아내려 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묘한 불편함에 휩싸인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긍정적인 데이터들이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말을 거스르면 마치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거나, 혹은 나를 믿고 험담을 털어놓은 화자를 무안하게 만드는 것 같은 죄책감까지 든다.
사람은 다면적인 입체형이다.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일 수도, 날카롭게 베어버리는 유리 파편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에게는 따뜻한 온기를 나눠준 사람일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쓰레기’로 기억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중요한 건 한 사람에 대한 판단의 주도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타인이 수집한 단면적인 정보 때문에 내가 직접 겪은 입체적인 경험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관계는 결국 1:1의 고유한 영역이고, 그 안에서의 해석은 오롯이 내 몫이니까.
"걔 진짜 별로지 않냐?"
글쎄요, 저한테는 꽤 괜찮은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