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시간에는 제가 레몬기관에서 계약직으로서 하면 안 됐을 행동과 서러웠던 기억 몇가지를 나누고자합니다. 레몬기관에 다닐 당시에는 억울한것도 많고 서러운것도 많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제가 좀 더 업무능력이 더 좋았더라면, 공공기관 경력과 눈치가 있었더라면 겪지 않았을 내용이 더러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9번글에서 이미 밝힌것처럼 사무직은 문서를 읽고 이해하고 작성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어설프게 친목도모를 하려고 실없는 농담을 섞어봐야 업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공공기관의 분위기는 약간 독서실 같은 분위기입니다. 공문서를 접수하고 읽고, 협조문을 쓰고, 자료를 읽고 보고형태로 가공하는 등의 문서작업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가끔씩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지인이나 친구가 업무시간에 일은 안하고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인터넷쇼핑, 웹소설을 쓰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목격하시거나 그걸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분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8시간 근무중 잠깐이야 그럴 수 있겠지만 계속 그렇게 딴짓을 하는 지인이 있다면 업무적으로는 조언을 받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분들이 자신 딴에는 자신의 워라밸을 주장하며 딴 짓을 하는데, 그런 행동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갉아먹는 물경력을 쌓고 있는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에서야 여러 기관을 거치며 이 사실을 깨닫게 됐지만 처음 레몬기관에 입사했을 때는 "이게 공공기관 일하는 방식인가?"싶어 약간 충격을 먹었습니다. 팀바팀이지만 (왜냐하면 바로 옆팀은 독서실같은 분위기를 유지했기 때문. 계속 문서작성하고 있는게 보임) 제가 있었던 팀은 필수적 협조문을 제외하고는 1) 모든 보고가 그냥 구두로 이루어지며, 2) 계속해서 잡담을 하는 분위기였고, 3)그 분위기를 주도하는 정직원이 너무 잘한다며 보고 배우라는 팀장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합지졸에 총체적 난국인데 공공기관 사무직으로는 첫 직장이다보니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많은 실수를 했던것 같습니다.
첫번째 실수, 사업 파악 대신에 사람 눈치를 살핌
첫번째 가장 큰 실수는 사업 파악 대신에 사람 눈치를 살핀것입니다. 일단, 사업 파악을 못한 변명을 하자면, 제가 속한 팀은 약간 특이한 구조였습니다. 이를테면 글로벌협력단 안에 선진국팀과 개도국팀이 있는데, 기존 직원 3명은 선진국팀, 저만 개도국팀이었습니다. 즉, 레몬기관에서 임시적으로 O개월 개도국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개도국 관련 사업을 더 키우고 싶어서 개도국팀을 만들었고, 계약직원으로 저를 고용한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임시 프로젝트는 어쨌든 수행해야했기 때문에 알바처럼 5명 정도 되는 친구들을 고용해서 일을 처리하는 중이었습니다.
개도국팀에 팀원은 저밖에 없는 상황에서 선진국팀의 팀장이 개도국팀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이다보니, 결과적으로 직원은 공용파일을 공유하며 사업과 업무파악을 해야하는데 저는 선진국팀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진국팀 공용파일에 접근을 할 수 없었고 기존의 선진국팀이 한 일을 배울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개도국 공용파일은 그 알바생들과 일하면서 파악하게 되었는데 이 친구들 역시 레몬기관 내에서 O개월 이후에는 나갈 애들, 천덕꾸러기 신세를 담당하고 있다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서를 보고하고, 결과보고까지 남긴것이 아니라, 그날 그날 처리해야 할 일을 해치우는 수준이었습니다
문서를 읽으며 업무파악을 해야하는데 공용파일에 대한 접근권한이 없다보니(개도국팀 공용파일 접근권한은 있었으나 문서가 없고, 제가 만들어야하는 진짜 초기사업모드) 직원들이 주는 정보에 따라 사업 파악을 해야하는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문제는 처음 팀장을 맡은 여자팀장은 사업을 확대해야하는데 그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아래 정규직 직원은 업무 얘기는 커녕 자신이 굉장히 유능하다고 유년기 시절의 자신의 업적을 계속해서 떠들어댔습니다. 문제는 그 기관의 신입직원 이직율이 40%가 넘다보니 여자팀장은 계속해서 그 정규직 직원이 너무 잘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그 직원을 눈에 띄게 우쭈쭈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게다가 저보다 일찍 들어온 계약직 남자분은 그 둘의 비위를 계속해서 맞춰주며 늘 요란시끌벅적했는데 세 사람이 늘 웃고 떠드는가관이 펼쳐졌습니다.
처음 두세달은 분위기 파악을 한답시고 그들에게 맞추어 정규직 직원을 칭찬해주긴 했는데 두 달이 넘어가도 했던 자랑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는데 잘한다 잘한다 맞춰주는 분위기 역시 적응이 안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업무가 없어서 말을 못해주는건지, 아니면 정말 못해서 정보를 못주는것인지는 몰라도 O개월 임시 프로젝트 빼고는 신사업 발굴이 전무 했고(그때 빨리 분위기 파악하고 떠났어야하는데 꾸역꾸역 버텼습니다) 저는 업무(사업) 파악대신 어는 순간 그 사람들의 눈치, 비위만을 맞추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던것입니다.
두번째 실수, 시키는 일만 한것
사업 파악이 안되다 보니 무슨 목적으로 이 일을 하는지, 앞으로 더 무엇을 해야할지 당연히 업무적인 진척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더 맛있는 밥을 지어 먹어 건강해지기" 라는 목표를 인지하고 있다면 백미가 좋을지, 흑미가 좋을지 비교분석도 할테고, 가마솥으로 밥하면 좋을지 밥솥으로 하면 좋을지 방법론을 고민이라도 할텐데 그냥 과업으로 "A국과 O개월 안에 쌀로밥짓기"를 하달 받으니 그냥 그 과업지시에 맞춰 일을 해내기에만 급급했습니다. 결국, 저는 더 나은 과업 수행을 위해 고민을 하거나 더 나은 방법론, 조사보고(어차피 구두보고만 받는 분위기이므로)를 하기보다는 그냥 루틴하게 해야할 일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할점은 계약직으로서 이렇게 시키는 일만 할때에는 두가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자기개발이 되지 않아 더 나은 이직처로 이직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자소서에 주도적으로 자신이 이행한 프로젝트를 하나라도 더 넣어야 이직할 확률이 높아지는데 편한대로 시키는 일만 하게 되니 (그것도 소위 정규직을 돕는 허드렛일류) 공공기관에 오래다녀서 문서접수나 회의록 작성, 서무일은 하는데 그렇게 좋은 퀄리티로 내세울 업무 경험이 없어서 악순환이 계속되는것입니다.
그 다음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팽 당하는 결과를 맞이 할 수 있습니다. 정규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직을 뽑는 이유는 어찌되었든 간에 손이 모자라서 뽑는것이며 쓰고 싶은곳이 있어서 뽑는것입니다. 계약직으로 뽑혔을때는 정규직보다 더 빨리 사업 파악을 하여 계약기간인 6개월 혹은 1년 안에 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빨리 줘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팀장 입장에서는 바빠서 사람 뽑았는데 도움도 안되고 골칫거리라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저는 이 레몬기관을 업무파악을 못한채, 꾸역꾸역 열심히는 다녔습니다. 그러나 나의 사적인 영역을 이리저리 침범 당하며 눈치만 보는 능력치가 올라갈쯔음 결국 재계약 불발 통보를 받게 됩니다, 그 당시에는 가정 생계가 걱정되어 막연한 마음에 계속 레몬기관에 다니고 싶다고 거듭 말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만두게 된것이 제게는 얼마나 행운이었나 생각해봅니다. 그때 레몬기관을 그만두며 업무다운 업무를 다른 기관에서 배우게 되었고, 제대로 된 업무능력을 갖추게 되니 사무직으로서 업무성과와 보람이 무엇인지도 알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면접과 자소서 쓰는 스킬에 대해 나누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