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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힘나 Aug 08. 2024

13. 레몬기관에서 만난 갑질, 성희롱, 오지랖

회사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안되는 이유

  레몬기관은 제게 공공기관 경력을 얻게해준 고마운 기관이자, 이 직무를 계속 하는게 맞을까 하는 직업적 회의감을 갖게한 양가적 감정의 산물체였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린것처럼 저는 학원강사를 오래했고 구두로 강의, 의사표현과 업무지시, 소통체계를 확립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문서로 소통하는 사무직과는 확연히 다른점이지요.


더불어 제가 느끼기에 학원강사와 사무직의 또다른 큰 차이점은 "민원"이 외부에 있는지, 내부에 있는지와 같은 "민원의 위치"였습니다.


학원같은 경우는 주고객이 학생과 그 학생의 학부모이기 때문에 주 민원은 외부에 있었습니다. 좋은 학부모님들도 많지만 크지 않은 일로 트집잡는 학부모들도 간혹 있기 때문에 신입강사가 더 크게 당하거나(?) 학원으로 피해가 오지 않게끔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즉, 내부적인 단합이 잘 되었죠. 힘들게 하시는 학부모님들이 많을수록 더욱 그 내부적 결속력은 올라갔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원 바이 학원이겠지만, 제가 있었던 학원에서는 강의하느라 늘 바빠서 다른 강사 뒷담화를 할 시간도 없었거니와 나를 외부로부터 지켜주는 든든한 아군이었기 때문에 내부 결속력, 즉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도 그렇게 흠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나 레몬기관을 다니던 O개월간 느꼈던 제 감정은 결혼했다고 괜히 얘기했다, 애기가 있다고 괜히 얘기했다와 같은, 개인적인 얘기는 하지말걸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외부민원이 없는 대신, 옆에 있는 동료는 나에 대해 가장 잘 알면서도 공격할 수 있는 사람, 언제든 선을 넘을 수 있다는것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왜 개인적인 이야기는 지양해야하는지 몇 가지 사례를 나눠보겠습니다.


  요즘은 80년대생의 40%가 미혼일 만큼 대한민국 40대의 미혼률은 은 편입니다. 이 때, "OO씨, 결혼하셨어요?"라는 식의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사적인 질문이 횡행하는 기관이라면 성희롱과 갑질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은 기관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제로 레몬기관의 소속 팀장님(40대 미혼 여성)이 첫날 저에게 결혼은 하셨냐고 물어보기에 순순히 "네, 했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이어서 "주말엔 잘 쉬셨냐"고 묻기에 "애기 땜에 잘 못 쉬었다"라고 대답하자 그 팀장님 왈,


"그런거 어디가서 얘기하지 말아요. 결혼 못한 사람한테는 그것도 자랑으로 들리니까"


분명히 물어보는 말에 대답했을 뿐인데, 팀장의 반응에 황당했습니다. 아니, 왜 이렇게까지 적대감을 가지는지 당황스러울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몇개월이 지나고 왜 이렇게 이 분이 결혼에 대해 히스테리적으로 굴었는지 조금이나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팀위의 50대 단장님, 그 40대 미혼 여자 팀장님과 20대 후반의 남자 인턴 등등 팀 전체가 회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 50대 단장님께서 20대 남자 인턴에게 건넸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40대 미혼 여자 팀장을 가리키며, 20대 남자 인턴에게 마치 서로 잘해보라는식으로)


"여기 앞에 있는 팀장이 나이가 과년해서 그렇지 괜찮은 처자야"


그러면서 재밌다는듯이 웃는데, 그 여자팀장도, 남자 인턴도 재밌다는듯이 깔깔대고 웃었지만 과연 그게 진짜 재밌어서 웃었을까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여자 팀장님이 결혼을 하건말았건 그 부분을 함부로 건드리거나 희화화해서는 안되는 영역입니다. 그것은 엄연히 성희롱이자 갑질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 팀장님 역시 제가 기혼자라고 그렇게 적대감을 드러내서도 안되는것입니다. 결혼의 유무를 떠나 개인적인 영역은 존중받아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몬기관은 결혼유무 뿐 아니라 집에 수저가 몇개가 있는지 속속들이 알 정도로 개인에게 관심이 과도하게 높았고, 그게 돌고돌아 어떨때는 선을 넘는 오지랖으로, 갑질로, 성희롱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더 슬펐던건 기관에 그런 문화가 너무 만연해서인지 스트레스를 서로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갑질이자 성희롱이라 깨닫지도 못하고 있었다는것이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요즘 MZ들이 호구조사, 개인적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같이 먹는 점심식사문화, 회식문화를 기피한다는데 100% 공감이 되었습니다. 제가 남편과 아이가 있다고 얘기한 후부터 (그 분들 딴에는 친해지고 싶어서겠지만) 업무 얘기말고 늘 남편은 잘 지내는지, 애기는 잘 지내는지 와 같은 아줌마에게 물어보는 질문을 계속 해댔습니다. 거짓말은 제 영역이 아니어서 솔직하게 답해드리기는 했지만 결혼 히스테리를 가진 여자팀장님께서 물어볼때면 난감했습니다. 물어보길래 답했는데 당황스러운 반응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튼 이 일말고도 레몬기관은 저한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기관이었습니다. 그럼 내일 또 이어서 그 이후의 일들에 관해 글 쓰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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