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활용한 글쓰기-판타지소설(10)
나는 어릴 적 잃어버린 장난감을 기억하고 있다. 작은 붉은색 자동차 장난감이었다. 바퀴는 약간 흔들렸고, 차체에는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있었지만, 그 차는 나의 세상이었다. 나는 그 장난감을 끌고 다니며 집 안은 물론이고 골목길까지 모험을 떠났다.
나는 나의 사랑스러운 작은 자동차에게 뿡뿡이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한창 글자를 배우는 중이라 서투른 글씨로 "붕뿌"라고 이름을 지어 장난감 자동차 밑바닥에 새겨놓았다. 흐릿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부모님은 내가 적어 놓은 붕뿌 글자를 보고 기뻐하셨던 걸로 기억된다.하지만 어느 날, 부모님의 친구분인 집에 놀러왔다가 영영 붕뿌와 부모님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엄마는 분명히 나에게 이야기하셨다.
"형규야, 절대 나가면 안된다. 어른들이랑 얘기중이니까 얘기 다 끝나고 놀러갈거야. 알겠지? 조금만 기다려줘"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붕뿌와 신나게 놀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고개를 들어보니 엄마와 엄마친구분은 한참 심각한 얘기중이었다.
"조금 있으면 끝나겠지?"
그러고 나서 한참을 또 이야기중이라, 아주 살짝, 잠깐만 집밖으로 나가서 놀고만 오려는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붕뿌한테 흙이 묻으면 안되니까 조심스럽게 놔두고, 아주 잠깐만 놀이터를 찾아 놀다 오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날 이후 나는 끝내 부모님과 붕뿌를 찾지 못했다. 한참을 울며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길에서 울고 있는 나를 경찰관은 근처 "OO보육원"에 데려다 주었다. 그 뒤로 엄마가 보고싶었지만 어린 나는 찾을 수가 없었고, 나를 찾는다는 연락도 없어 부모님을 찾는 것을 포기했었다.
그렇게 사무친 그리움 속에서, 그러나 어른이 되어야하니까, 살아야하니까 그런 그리움은 뒤로 하고 열심히 살았다. 보육원 원장님을 제2의 엄마처럼 생각하면서.
대학은 가지 않았지만 악착같이 벌어서 모은 돈으로 원장님께 내복도 사드리고, 서울에 올라와 LH청년임대주택에도 당첨되어 근실하게 살다가, 맘 맞는 친구를 만나 결혼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년 후 생긴 쬐그만 아들은 날 닮아서인지 장난감 자동차를 엄청 좋아했다.
"압빠빠, 뿌뿌..."
쪼그만 입으로 뿡뿡을 발음 못해서 뿌뿌라고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새벽 급식배달차를 돌고 나면 시간이 조금 남아서 배달차에서 시시때때로 OO마켓을 뒤적거리며 아들에게 맞는 장난감 자동차를 찾는중이었다.
그런데 최근 OO마켓에서 내가 잃어버리 붕뿌와 똑같이 생긴 장난감을 발견했다. 누렇게 빛바랜 장난감은 너무나 익숙했다.
“설마...같은 제품이겠지." 망설임 없이 연락을 하고 거래를 약속했다.
거래는 평범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손바닥만 한 자동차를 손에 들었을 때,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자동차가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작고 낡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를 찾느라 오래 걸렸어.”
나는 얼어붙은 채 장난감을 내려다봤다. 분명 자동차가 말을 하고 있었다.
“네가 날 잃어버렸을 때부터 난 너를 찾아다녔어. 네가 그토록 나를 소중히 여겼던 만큼 나도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전부였으니까.”
깜짝 놀라 장난감 자동차의 밑바닥을 뒤집어 보았다. 거기에는 삐뚤삐뚤 하지만 희미하게 "붕뿌"라고 적혀있었다.
“그날, 네 부모님은 널 잃어버리고 온 세상을 헤매며 너를 찾았어.”
장난감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내 마음은 요동쳤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도 비현실적이라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장난감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오랫동안 네 부모님 집에 있었지. 어떤 날은 너의 어머니가 날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어. 그렇지만 주변사람들이 30년동안 찾은거라면 많이 찾은거라고. 이렇게 못 찾는거라면 이제 놔줄때도 된거라고 얘기했지.결국 네 어머니는 날 OO마켓에 무료나눔으로 내놓았어. 아들이 참 좋아하던 장난감인데 다른 아이한테라도 더 많은 기쁨을 주라고 말이야. 그리고 다시 OO마켓을 거쳐서 네 손에 돌아온거야.”
나는 장난감을 손에 쥔 채로 깊은 혼란에 빠졌다. 부모님이 나를 찾고 있었다니. 깊은 속부터 울컥하는 마음이 붇받쳐 올라왔다.
장난감이 속삭였다. “부모님을 찾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어.”
부모님의 연락처는 의외로 찾기 쉬웠다. 바로 직전에 나눔을 해주신 분이 부모님과의 채팅을 지우지 않고 남겨뒀기 때문이었다.
잃어버린 아이를 이젠 놓아주려고 한다는 노부부.
나눔을 하신분도 그 절절한 사연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채팅 내용을 안 지우고 있었다는것이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나눔을 해주신 분이 가르쳐 준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자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제가 찾으시던 그 아이일지도 몰라서요.”
한동안 이어진 침묵 후, 상대방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이니? 너… 정말 우리 형규니?”
전화를 끊고 서로의 연락처를 나눴다.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지 몇번의 검사를 진행한 후 나는 부모님을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부모님은 눈물범벅이 되어 나를 끌어안았다. 내가 버려졌다고 믿었던 그 모든 시간은 사실 부모님이 나를 찾기 위해 온 세상을 헤매던 시간이기도 했다. 장난감 자동차는 부모님에게서 내게로 온 첫 번째 연결고리였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가족이 되었다.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그 장난감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부모님과 다시 이어준 조각이었다. 이제 그 자동차는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해준 이 작은 물건을 나는 평생 간직할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