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많이 싸둬야 하는것 같아

고민하지 말고 글을 많이 써둬야 하는 이유

by 슬기로운힘나

최근래에 웹소설작가 한 분이 글을 쓰기 싫더라도 억지로라도 꾸역꾸역 써야 한다는 글을 쓰신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분의 주장은 하루에 5,000자 쓰는 건 당연히 기성작가들에게도 어려운 일일텐데, 작가지망생들은 5,000자가 어려운게 당연한거라고 운을 띄우면서 그럼 하루 2,500자라도 꾸준히 쓰는 것을 연습하라는 것이 요지였다. 왜냐하면 꾸준히 쓰는 습관을 가져야 그게 느리더라도 성장을 해서 나중에 더 잘, 많이 쓸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오늘 2,500자 내일 2,500자 쓰는게 낫지 오늘 하루 실컷 놀고 다음날 5,000자를 몰아서 쓰는것이 더 힘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 역시 이 작가님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한 자도 쓰지 않다가 한꺼번에 자료가 다 정리되면 쓰는 것 보다 하루에 한 단락이라도 일단 똥을 싸둬야(글을 써둬야) 나중에 수정이라도 할 수 있는 재료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똥을 많이 싸둬야 한다"는 말은 글을 쓸 때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 중에 하나다. 처음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꼈던 때가 바로 대학원 논문을 쓸 때였다.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참고문헌만 주구장창 읽고 글을 써두질 못하니 더욱 글쓰기가 두렵고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때 이후로, 글을 써야할 때가 되면(자소서나 기획안, 추진계획 같은 비지니스 글쓰기라도) 나 스스로에게 나중에 수정하면 되니 "초안은 지르자" 라는 글쓰기의 신조를 가지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실험을 들은 적이 있다. 바로 실행력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실험의 내용인즉슨 다음과 같다. 도예 전공인 미술학도들을 가팀과 나팀으로 구분해서 도자기를 만드는 과제를 냈다. 차이점이라면 가팀에게는 도자기를 만드는 갯수에 따라서 성적을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일테면 도자기의 퀄리티는 상관없이 무조건 만든 갯수에 따라 50개를 만들면 A, 40개를 만들면 B, 30개를 만들면 C 이런 식으로 점수를 주기로 했다. 반대로 나팀에게는 갯수보다는 심혈을 기울인 도자기 작품 1개만을 만들어 오라고 주문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예상한 것과 같이 가팀의 도자기가 퀄리티면에서 나팀을 훨씬 앞질렀다. 가팀의 학생들이 50개의 도자기를 만들면서 화로의 온도, 흙을 빚는 기술 등을 연습하게 되었고 그 연습이 기반이 되어 퀄리티면에서도 훨씬 훌륭한 도자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반면에 나팀은? 심혈을 기울인 단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생각과 연구만 하느라 머리로만 작품이 완성되었지 손으로는 생각한 만큼 도자기를 잘 빚고 구워낼 수가 없어 결과물의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예는 다작 작가이자 스타작가인 스티븐 킹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티븐 킹은 자신의 자서전 겸 글쓰기책인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글을 쓰는 것은 노동이며 절대로 번쩍하고 나타나는 영감에 의해 쓰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훈련하듯 쓰는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그의 이런 신조는 하루에 2,000자를 6시간에 걸쳐 매일 노동하듯이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초반에 스티븐킹을 B급 감성이라 비웃던 평론가들조차도 최근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 기라성같은 문학작가들의 글쓰기 면모라든지, 철학이 비춰진다고 그를 재평가해야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다작이 깊이 있는 문학작품으로까지 올라가는 길이 아니었을까.


수, 금 연재한다고 해 놓고 벌써 금요일이 지나가고 있다. 일단 연재하겠다고 요일을 정해놓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이 많이 바쁜 날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요일을 정해 약속을 지키고자 하니 어떻게라도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게 되어 다행이다. 글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일단 작가지망생에게는 똥이라도 많이 싸두는(망글이라도 많이 써두는) 습관이 필요함을 새기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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