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종류대로 구조를 분석하고 패턴(구조)따라 써보자
며칠 간, 친구들에게 초안은 지르는 것 이라는 주장을 설파하고 다녔다. 왜냐면 그만큼 글쓰기의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친한 친구는 내 얘기에 대뜸 이렇게 대꾸했다.
"아무리 초안이라도, 휘리릭 써지냐? 난 안 그렇던데?!"
공대 박사님인 그 친구의 우왁, 하며 뱉은 말은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그 친구의 고민을 요약해보자면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자신은 감정적인 글쓰기는 써지긴 써지는데 두서없이 주절주절 길어지고, 논문쓰기는 초안 작성도 시간이 오래걸린다고.
맞다. 그 친구의 얘기를 듣고 나니 글쓰기의 종류에 따라 초안쓰기는 달라지는 것은 명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글을 막론하고 나같은 초보작가를 위해서 초안을 휘리릭 쓰게 하는 마법의 공식이 있지 않을까?
그 때, 내 머릿 속에 들어온 것은 바로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가진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2024년 7월을 기준으로 벌써 101권의 책을 써 낸 작가이다. 이를 두고 "그의 작품은 뻔하다", 라고 혹평 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 "뻔하다"라고 하는 패턴에 글을 빨리 쓰는 비밀이 숨어있다.
글의 종류에 따라 숨어 있는 구조를 파악하고 그 구조(패턴)를 따라 초안을 쓰는 것.
나는 강사에서 사무직으로 전향한지 얼마 안 된 신출내기이다. 그런 내가 "기획안"이니, "추진계획안"이니, "보도자료"를 빨리 써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전자결재 문서함을 뒤져 사수들이 써 놓은 글들의 패턴을 따라하는 것이다. 추진계획안을 예로 들자면 개요 → 추진배경 및 필요성(국내, 국제 현황, 시급한 이유) → 목표 → 실행 계획 → 예산 → 기대 효과로 패턴을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웹소설도 마찬가지다. 로판 작가님들이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물)을 쓸 때 강조하는 말이 있다. 1화에 무조건 독자들의 이목을 끄는 사건으로 시작할것, 앞으로 이어질 대주제를(ex. 억울하게 죽은 전생을 기억하며 복수할거야, 행복해질거야) 선포하라는 것, 그리고 남주(남자주인공)를 꼭 등장시키라는 것 등등의 패턴 말이다. 이런 패턴을 기억하며 쓴 것이 바로 <한미한 집안의 영애가 20년 뒤의 자신과 만나면>이다. 물론, 웹소설을 어설프게 따라했기 때문에 배경설명이 길고 약간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지만 패턴을 따라 쓸때만큼은 진짜 웹소설 같아서(?) 가슴이 뛰었다. 다만, 주인공인 에리스 뤼튼 영애가 단순히 남자를 만나 행복해지는 것보다, 당당히 하나의 주체로 살아가길 바랐기 때문에 남주를 등장시키지는 않았다. 게다가 연작을 할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 공식을 다시 에세이로도 접목시킬 수 있을것이다. 에세이는 자신의 경험 → 깨달음으로 독자를 설득시키는 글이므로 주제와 메시지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독자가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의 구조는 도입, 본론, 결론으로 나누어 구성한다. 특히, 도입부에서는 흥미를 유발하고 본론에서는 논점을 전개하며 경험이나 근거를 활용해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초안을 작성한 후에는 문장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점검하고, 중복된 내용이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면서 가독성을 높이는 과정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앞전에도 말했지만, 이런 공식은 그저 공식일 뿐이다. 내가 웹소설은 이렇게 쓰는거야, 아무리 얘기해도 직접 써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일단 써봐야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초 목표는 100권 쓰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데뷔 40년이 지난 지금 101권이 넘는 책을 썼고 또 써 내고 있다. 나 역시 그처럼 100권은 아니어도 브런치로 100개의 글은 발행해야지, 야심차게 마음 먹어본다.
나를 비롯한 모든 작가님들도 자신이 마음먹은 글을 써내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