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은 빠르게, 퇴고는 필수로
이제 슬슬 <퇴근길 작가가 되기로 했습니다>의 끝이 보이는것 같다. 이 브런치는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슬힘나씨가 개인적으로 힘들어하던 글쓰기를 극복하고 혼자 보려고 쓴 작법서이자 실험서같은 글이다.(약간 분리된 두개의 자아가 싸우는? 그러므로 종종 명령어투의 글이 보였다면 그건 개인적인 다짐같은 것이므로 이해해주시길)
사실, 내가 글쓰기가 어렵다고 글 곳곳마다 징징거렸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을 쓰는건 어렵지 않다. 그냥 친구한테 카톡을 보내는 것처럼 글을 쓰면 즐겁기도 하고 오히려 내 맘 속에 있던 말을 덜어내면서 속이 시원하기까지 했던것 같다.(나의 이런 증상은 핸드폰으로 글을 쓸때와 노트북으로 글을 쓸때 확연히 구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것일까?
그 답은 위의 예시에 나와있다. 내 친구는 내 카톡을 읽으며 비평하지 않을테지만, 내가 글을 쓴다고 가정했을때, 내 맘속에 있는 상상의 독자는 조사와, 문장의 길이, 번역투까지 알아보는 엄청 까다로운 비평가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비판받지 않게 쓰려고 하는 완벽주의. 이것이 작가에게 글쓰기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의 하나일것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조건 쓰는 것이다. 마치, 악기 연주나 자동차 도로연수를 하는것처럼 말이다. 이미 앞에 쓴 글들이지만 다시 한번 요약하자면,
첫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글 쓸 시간을 확보하고(나에게는 퇴근길)
둘째, 글감을 찾기 위해 자신의 경험, 상상력, 읽은 책 등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셋째, 참고하고 인용할 자료가 많다면 읽은 책을 간단히 요약하는 과정을 거쳐,
넷째, 내 생각을 구조와 패턴에 맞게 초안을 지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는 모두가 알고있다시피 반드시 퇴고를 해야한다. 순수한 아이디어가 내 머릿속의 언어라고 하는 변환기를 거쳐 세상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퇴고를 거치지 않으면 여러 생각의 뭉텅이와 모호한 표현이 뒤섞여 있어 명확하지 않는 글이 되기 십상이다. 나 역시 브런치를 쓰면서 분명히 하나의 문단으로 쓰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초안을 썼다가 다시 읽어보니 서로 다른 생각이었구나라는 것을 느낀 적이 많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퇴고하는 것이 좋은 걸까? 나 역시 비문도 많이 쓰고 부족한 점이 많아 이 글을 쓰는 중에 여러 유투브와 인터뷰를 찾아보고 있는데 대단한 작가분들의 퇴고 체크리스트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공통적인것은 대체로 아래와 같았다.
1. 글의 목적을 다시 점검한다. (중요하다. 두서없는 개인 일기가 아니므로)
2. 문장의 흐름을 점검한다.
3. 독자의 입장에서 읽는다.
4. 맞춤법과 문법을 확인한다.(주어, 서술어를 맞추고 조사가 올바르게 들어갔는지 확인한다.)
5. 중복된 표현을 수정한다.(생각보다 중복 표현이 많더라)
6. 문장의 호흡을 조절한다.(문장이 세줄이상 넘어가면 안된다)
7.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본다.
브런치에 있는 작가님들도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퇴고 체크리스트가 많을 것이므로,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두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번역체를 버리고 모호한 표현은 버린다.
대통령 연설문 전문가인 강원국 작가는 자신의 42가지 퇴고 체크리스트를 소개하면서 일본의 "~의" 이라는 번역투에서 온 문장을 지양하라고 주장한다. (https://youtu.be/PQVO4lOJM9c?si=WCVRloMCnEoCpocv) 예를 들면, "아내의 그림"이라는 구문이 있을 때 이 그림이 아내가 그린 그림이라는 건지, 아내가 소장한 그림이라는 건지 글의 의미가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로 쓰는 것이 편하긴 하지만 최대한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정확한 글쓰기를 해야되는 것을 배웠다.
둘째, 압축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한강 작가는 그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매일 하는 루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매일 시집과 소설을 한 권씩 읽는다. 문장들의 밀도로 다시 충전되려고.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과 걷기를 하루에 두 시간씩 한다. 다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 - 한강, 『디 에센셜: 한강』, p.346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4466]
"문장들의 밀도로 다시 충천"된다는 말은 글을 퇴고할 때 절실히 깨달아진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초안: 사람들은 그가 보여준 행동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그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퇴고: 사람들은 경악했다.
물론, "경악"이라는 한자 사용보다 위의 초안 글을 더 선호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이 주절주절 길어질 때 그렇게 어렵지 않은 단어이지만 축약해서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찾는다면 그것은 글의 명확성을 높이는 무기가 될 것이다.
이번 글을 끝으로 퇴근길 작가 시리즈는 종료하고 잠시 쉬어가려고 한다. 5월까지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어 거기에 집중해야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후, 6월~7월에 새로운 글로 찾아뵈려고 한다. 그것이 수학공부와 관련된 책이 될지, 다이어트성공비기 이런것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작가님들, 건필하시길! 여름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