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요약하면서 아이디어도 얻고, 글 쓸 준비를 해봅시다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다독 다작 다상량"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이는 많이 읽고, 많이 쓰며, 많이 생각하라는 의미인데, 많이 읽음으로써 지식을 쌓고 시야를 넓히며, 많이 써봄으로써 표현력과 사고력을 기르고, 깊이 생각함으로써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많이 읽기만 한다고 글을 잘 쓰게 되는것일까?
관련해서 부끄럽지만 내가 석사시절에 겪었던 실패담을 나누고싶다. 단순히 읽기만 해서는 안되고 글쓰기를 하려면 읽은 책요약을 동반해야한다는 이야기 말이다.
보통 인문학 계열의 석사논문을 쓸때는 50~100권의 책을 읽고 논문을 쓴다. 이때 제일 먼저 선행연구로 Literature Riview(문헌검토)라는 걸 먼저 쓴다. 예를 들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고, A는 이런 얘기를 했더라, B는 이런 얘기를 했더라 하는식의 사전 연구된 논문, 책 등을 자신의 연구주제나 방향에 맞춰 소개하는 섹션이다. 이때 A부터 Z까지 다 읽어봤는데 OO과 관련해서는 연구해본적이 없더라, 하면서 내 연구가 왜 필요한지 어필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한 실수를 이야기하겠다. 그 당시의 나는 (읽던 논문이 영어니까 확실히 이해되게) 다시 한번 더 읽겠다는 생각으로 출력해놓은 논문에 밑줄만 쳐놓고, 감명받은 부분에 내 생각을 연필로 적어 놓기만 했다. 당연히 무슨 일이 생겼을까? 나중에 논문을 쓰기 시작해야했을때는 다시 한번 더 읽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 내용 어디에 적어놨더라? 하면서 종이 더미에서 내가 적어놓은 생각 거리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던 기억이 있다.
다시 말하면, 책을 읽은 다음에는 바로 글쓰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읽은 책을 간단한 글로 요약해 놓고 전자화*하여 정리를 해두라는 것이다.
전자화라는 말이 약간 어색할 수는 있는데, 바로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자신이 즐겨쓰는 메모프로그램에 써놓는 것을 의미한다. 한글/워드로 바로 저장해 놓아도 되고, 노션이나 에버노트, 네이버 메모 등을 사용해도 좋다. 나 같은 경우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주로 글을 쓰다보니 내가 몇글자를 썼는지 알고 싶어서 글자와 원고지 몇장을 썼는지 같이 표시되는 카운터블패드(CountablePad)앱을 사용했었다. 아래는 바로 쓰실 수 있도록 링크를 달아 놓겠다.
1. 노션: https://www.notion.com/ko
2. 에버노트: https://evernote.com/ko-kr
3. 네이버 메모: https://memo.naver.com
4. 카운터블패드(CountablePad):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utboss.countablepad&pli=1
덧붙여, 글을 쓰기 위한 아이디어는 방치한다고 해서 자연발생하는 곰팡이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훨씬 더 정교한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 것을 온전한 내 생각이라고 말하기 전에 가만히 생각해보길 바란다. 글쓰기를 할 수 있을만한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책을 읽었을때, 영화를 봤을때, 노래를 들을때, 어떤 사건을 경험했을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생각 혹은 깨달음, 질문에 파생되어 발생되었던 것을 말이다.
<흥부와 놀부>로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1번 질문: "형인 놀부만 부자가 되었다면, 혹시 조선시대의 상속제도에는 장자상속만 존재하는 불평등이 존재 했었던건 아닐까?"
- 2번 질문: "작가는 형이 박을 탔을때, 똥과 오물이 나오고 도깨비가 나와서 놀부를 혼을 냈다고 했는데, 나라면 어떻게 다른식으로 골탕 먹일까?"
- 3번 질문: "흥부는 찢어지게 가난했다는데, 애들을 엄청 많이 낳았네. 가난 때문에 옷 한 벌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서 열 명의 아이들이 한 벌의 누더기를 함께 입고 다녔으며, 옷에 구멍을 여러 개 내어 얼굴만 내밀고 다녔다는 묘사가 나오는데, 이 대목을 봤을 때 흥부의 됨됨이가 궁금해. 흥부의 아이들은 자신의 아버지인 흥부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단순한 전래동화를 읽으면서도 1~3번과 같이 다른 생각이 존재하고, 그 질문에 따라 사회과학적인 글쓰기가, 또다른 전래동화가, 아버지인 흥부를 고찰하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치유하는 치유의 글쓰기 등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책을 읽되 책을 읽은 반응으로 아이디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글쓰기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책에 자신의 메모를 쓰고 잊어버리는 행위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반드시 다음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전자화해서 글쓰기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두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일단 글쓰기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위해 간단하게 요약해 놓고 글쓰기를 위한 생각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유의할 점은 요약을 긴 글로 너무 자세히 해 놓거나, 나중에 인용하겠다며 책의 절반 이상을 타이핑해 놓으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좋은 아이디어가 달아나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경험이긴 하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나처럼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며,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