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지인으로부터 공공기관으로 제 2의 취업준비를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을때 처음 든 생각은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10년 가까이 말로 먹고 살던 사람이 갑자기 사무직으로 전환을 한다니, "과연 날 받아주는 기관이 있을까?"라든지 "준비기간이 길텐데 그동안 뭐 먹고 살지?"라는 두려움과 함께 "나는 강의하는 직종이 가장 잘 맞는데"라는 현실 회피형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게다가 12년 전쯤, 처음 사회생활의 첫 발을 디디며 어려움을 겪은 곳이 대학교 연구비관리를 하는 곳이어서 더욱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재미도 없는 연구비 관리를 하면서 계속 혼나기만 했던 기억, 재차 질문하던 저에게 짜증섞인 눈초리를 보내던 사수, 뒷담화가 난무하던 분위기 등. 사무직이 주는 숨막히는 기억과 20대의 철 없던 저의 어리숙한 모습과 점철되면서 쉬이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반전은 곧 찾아왔습니다. 남편 직장이 서울로 발령이 나면서 강사라는 직업을 잠시 그만두어야하는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영락없이 서울에 가게 되면서 실업급여 6개월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것입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과 돈을 벌었으니 그 기간동안 공공기관 취업을 하든지, 6개월 안에라도 취업이 안되면 그냥 강사로 돌아가자,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6개월의 준비기간과 11개월의 계약직 기간을 거친 후, 다행히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에 안착을 했습니다. 그동안 쏟은 눈물 콧물과 이야기를 다 쓰려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이지만 준비만 되어있다면, 그리고 기관의 업무적합도만 맞다면 충분히 40대에도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부터 준비해야할까요? 또 다른 지인 한 분이 공공기관 인사팀으로 재직중이어서 의견을 구했을때, 무조건 따야되는 자격증 몇 개를 알려주셨습니다.
1. 워드프로세서(단일등급)
2. 컴퓨터활용능력시험(2급이상)
3. 한국사능력검정시험(1급)
4. 토익 900점 이상(공공기관은 950점 이상일때 만점의 가산점을 줌)
저는 위의 자격증 중, 2번을 제외하고 6개월 동안 모두 준비하였습니다. 이 리스트를 보며 "이 자격증들이 왜 필요하냐" 라고 반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위의 자격증을 다 따야되는건 아니지만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2~30대 취준생들은 기본으로 가져가는 자격증이기 때문에 없으면 오히려 마이너스로 보인다고 덧붙여주었습니다. 공공기관 채용은 블라인드 전형이기 때문에 학력(과기계 공공기관 제외), 나이는 안보이지만 그만큼 자격증, 자기소개서를 통한 업무적합성에 더 집중하게 된것이라면서요.
자의반, 타의반 시작된 저의 공공기관 취업도전기는 얼레벌레 이렇게 시작되었고 쉬울줄만 알았던 취준생활은 생각보다 빡셌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쓰디썼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으로 입사한 뒤의 기쁨은 더 컸는데요. 처음부터 준비해야할게 너무 많네, 하고 포기하지 마시고 천천히 자신의 시간과 페이스에 맞춰 준비하시면 누구든지 하실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시간에는과연 공공기관 취업 정보는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 지 알려주는 정보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