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 없이 정신만 존재할 수 있는가>
2020-12-07의 기록.
아빠 : 자, 오늘은 지난번에 말한 대로 '육체 없이 정신만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야.
지난 시간에 일원론과 이원론의 차이가 뭐라고 했지?
은우 : 이원론은 영혼이 있고, 일원론은 영혼이 없고.
아빠 : 그렇지?
그럼 일원론은 육체 없이 정신만 존재할 수 있다고 했을까?
은우 : 아니, 이원론이 그렇게 했겠지.
아빠 : 맞아.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해볼 거야.
자, 먼저 데카르트의 이야기를 해줄게.
은우 : 데카르트?
엄마 : 엄청 유명한 철학자야.
아빠 : 응.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어.
그 사람이 이런 상상을 해봤대.
너희도 한번 자기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상상해봐.
은우 :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고?
아빠 : 아니,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너희라고 생각하고.
은우 : 아.. 응.
아빠 : 자, 어느 날 아침이야.
은우와 유민이가 일어나서 쉬하러 화장실에 갔는데 거울에 내 모습이 안 비치는 거야.
깜짝 놀라서 손을 들어서 얼굴을 더듬어 보는데 얼굴도 몸도 만져지지 않아.
분명 정신은 있어서 생각은 할 수 있는데 몸을 전혀 느낄 수가 없는 상태인 거야.
자, 이런 상태를 상상할 수 있어?
은우 : 응.
아빠 : 은우가 상상할 수 있다고 그랬지?
은우 : 응.
아빠 : 응,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상상은 할 수 있잖아. 그렇지?
은우 : 응.
아빠 : 그게 바로 몸과 영혼이 따로 존재한다는 증거라는 거야.
은우 : 응?
아빠 : 잘 봐봐.
아빠가 손에 들고 있는 연필 보이지?
이 '연필'이 없으면서 있다고 상상할 수 있어?
은우 : 연필이 있는데 없다고?
반은 있고 반은 없고?
아빠 : 아니, 있으면서 동시에 없는 거라고 해야 되나?
상상도 못 하겠지?
상상도 못 하겠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은우 : 응.
아빠 : 왜 그럴까?
은우 : 있으면서 없을 수는 없잖아.
아빠 : 그렇지?
자 그럼, 이거 한번 상상해봐.
아빠 오른팔이 없는데 왼팔이 있는 상상은 할 수 있어?
은우 : 당연하지.
아빠 : 그렇지? 실제로는 아니지만 상상은 할 수 있지?
오른팔이 없는데 왼팔이 있는걸.
은우 : 응.
아빠 : 이건 왜 상상할 수 있을까?
아까랑 뭐가 다를까?
똑같은 연필, 똑같은 팔인데..
은우 : 왼팔과 오른팔은 다르잖아.
아빠 : 응. 바로 그거야, 은우야.
'이게' 있으면서 '저게' 없는 걸 상상할 수 있으면 두 개는 다른 거고,
'이게' 있으면서 '저게' 없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으면 두 개는 같은 거라는 거지.
은우 : 근데?
아빠 : 아까 우리가 '몸'이 없는데 '정신'이 있는 상태를 상상할 수 있었잖아.
그러니까 몸과 영혼이 하나가 아니고 다른 존재라는 거지.
만약 몸과 영혼이 같은 거면 아까 그 연필처럼 몸이 없는데 영혼이 있는 걸 상상도 못 하겠지.
은우 : 응. 근데?
아빠 : 근데라니..
은우야, 이원론이 뭐라고?
은우 : 몸이랑 영혼이랑 따로 있다고.
어..? 그럼 이원론이 맞는 거야?
아빠 : 일단 이원론이 그렇게 주장하기는 했어.
육체 없이도 정신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은 다른 존재라고.
그래서 일원론자들이 뭐라고 했을까?
은우 : 음.. 모르겠어. 틀렸다고?
아빠 : 당연히 틀렸다고 했겠지 ^^;;
근데 그 근거는 뭘까?
은우 : 음..
아빠 : 일단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그것이 진실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
우리가 유니콘을 상상할 수 있지만 유니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또 이런 이야기도 있어. 들어봐 봐.
은우 : 응.
아빠 : 개밥바라기별이라는 별이 있어.
은우 : 별 이름이? 웃기다.
아빠 : 진짜 있는 별이야.
은우 : 진짜?
엄마 : 그래 은우야, 우리 집에 개밥바라기 별 책도 있지 않아?
아빠 : 암튼, 그런 별이 있어. 그리고 샛별이라는 별도 있어.
은우 : 샛별 알아.
아빠 : 자, 그럼 개밥바라기 별은 없는데 샛별은 있는 거 상상할 수 있어?
은우 : 당연!
아빠 : 그럼 개밥바라기별과 샛별은 같은 거야 다른 거야?
은우 : 다른 거지.
아빠 : 근데 사실 둘은 같은 별이야.
둘 다 금성이래.
금성이 보이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건데 옛날 사람들은 다른 별인 줄 알고 다른 이름을 붙였나 봐.
은우 : 진짜로?
아빠 : 아빠는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해.
아무튼, 개밥바라기별은 있는데 샛별은 없는 걸 상상할 수 있지?
은우 : 응.
아빠 : 그럼 개밥바라기별과 샛별은 다른 거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같은 것이잖아.
어디가 잘못된 거 일까?
은우 : 음... 모르겠어.
아빠 : 일단은 우리가 실제로 상상한 건 샛별이 없고 개밥바라기 별이 있다고 상상한 게 아니고,
단지 샛별로 보이지 않고 개밥바라기별로 보이는 '금성'을 상상한 거라는 거일 수도 있어.
우리가 그 두 별을 같은 금성으로 인지하면 금성이 있으면서 없다고 상상할 수는 없잖아.
은우 : 음..
아빠 : 둘째로 상상 가능하다고 해서 이론적 존재가 확실하다는 말은 아니라는 거.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상상 가능하다고 꼭 진실은 아니라는 거지.
은우 : 음..
(점점 더 모르겠는듯하다.)
아빠 : 마지막으로 두 존재가 동일한 존재라도 모든 상황에서 같은 존재라고 할 수는 없다는 거지.
이론적 세상에서는 다른 존재지만 현실에서도 다른 존재라는 보장은 없다는 거야.
이해하기 어렵지?
은우 : 응.
아빠 : 사실 여기는 아빠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라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거 같아.
근데 책에서도 이렇게 나와.
"이러한 논의에 대해 결론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잘못된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는 까다롭다."
잘못된 건 알겠는데 정확히 어디가 문제인지 집어 말하긴 어렵다는 거지.
은우 : 어렵네..
아빠 : 그렇지? 이 부분은 아빠가 집중을 못하고 읽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이야기해줄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고..
유민 : 끝이야?
아빠 : 다음 시간에는 조금 더 어려운 내용이 될 수도 있어.
다음 시간에는 '영혼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야.
영혼이 육체가 죽을 때 같이 죽는지, 아니면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남는지.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해줄 거야.
은우 : 소크라테스?
아빠 : 응. 엄청 유명한 철학자인데 나중에 사형당했거든.
은우 : 사형? 왜?
유민 : 사형이 뭐야?
아빠 : 죄를 지은 벌로 죽게 하는 거.
아빠도 왜 사형당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마 그때 사람들은 철학이 나쁜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
은우 : 왜?
아빠 : 일은 안 하고 맨날 '사람은 왜 사는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이런 거만 상상하고 있으니까 그랬나?
아무튼 소크라테스가 젊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게 죄라고 생각해서 사형당한 거 같아.
은우 : 나쁘다.
아빠 : 근데 소크라테스는 죽는 순간에도 무서워하지 않았대.
은우 : 왜?
아빠 : 소크라테스가 바로 영혼이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거든.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해줄게.
(아빠가 아직 다 못 읽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