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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 Feb 01. 2021

'죽음이란 무엇인가' 4강

<영혼은 영원히 죽지 않는가>

2020-12-09의 기록.



집중!




아빠 : 자, 오늘은 '영혼은 영원히 죽지 않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거야.

아빠가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해줄 건데.

조금 어려운 내용이 될 수도 있어.

일단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 좀 다시 해볼까.


은우 : 응.


아빠 : 자, 어떤 것이 '있는'데 다른 것이 '없다'는 상상을 할 수 있으면 그 두 개는 뭐라고 했지?


은우 : 응?


아빠 : 음.. 태양이 있는데 해님이 없는 걸 상상할 수 있어?


은우 : 아니.


아빠 : 왜 그렇지?


은우 : 태양이랑 햇님이랑 같은 거니까.


아빠 : 맞아, 태양이랑 햇님이랑 같은 거니까 그런 거지?

그럼 엄마가 있는데 아빠가 없는 건?


은우 : 상상할 수 있어.


아빠 : 왜?


은우 : 엄마랑 아빠랑 다르니까.


아빠 : 그렇지? 

이렇게 하나가 없는데 다른 게 있는 걸 상상할 수 있으면 그 두 개는 다른 거라고 했지?

그래서 이원론에서 육체가 없는데 영혼이 있는 걸 상상할 수 있으니까 육체와 영혼이 다르다고 했어.


은우 : 응.


아빠 :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일원론이 틀렸다고 하면서 논쟁을 했고.


은우 : 맞아.


아빠 : 근데 일원론이 백번 양보해서 영혼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치자.

근데 영혼이 존재한다고 해도 영혼이 죽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잖아?

몸이 죽을 때 영혼이 같이 죽을지 어떻게 알아..


은우 : 그러네..


아빠 : 그렇지?

근데 소크라테스는 영혼이 영원히 죽지 않는 걸 알아서 죽는걸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했잖아.


은우 : 영혼이 죽지 않아? 정말로?


아빠 : 아니, 소크라테스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 어려운 개념을 이해해야 해.

너희들이 이해가 잘 안 갈 수도 있어.

너희들 나이에 이걸 이해하면 정말 똑똑한 거거든.

한번 들어봐.


은우 : 응. 난 할 수 있을 거 같아.

 

아빠 : 자, 소크라테스는 우리 주위에 있는 일상적인 물건들 말고 그 원형에 대한 이야기를 해.

그 원형이라는 건 우리가 보고 만지는 일상적인 것이 아니고 근본적인 개념을 말해.

예를 들면 '숫자'라는 개념 같은 거.

숫자를 보고 만지고 할 수 있을까?


은우 : 아니.


아빠 : 진짜?


은우 : 숫자를 쓸 수는 있겠지.


아빠 : 숫자를 쓰면 그건 숫자를 쓴 '기호'가 되는 거지 그게 숫자라는 개념 자체는 아니잖아.

어렵지?


은우 : 아니.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빠 : 그래? ㅋㅋ

소크라테스는 이런 근본이 되는 개념을 '형상'이라고 불렀어. 

뭐라고?


은우 : 형상.


아빠 : 응. 잘 기억해!

그리스말로 '에이도스'라고 하는데 '생각'이 영어로 '아이디어'잖아?

이 아이디어가 에이도스에서 나온 말 이래.


유민 : 에?? 아이디어가 영어야??


아빠 : 응.


유민 : 유민이는 영어 아닌 줄 알았어..


아빠 : 그래.. ^^;;

자, 다시 돌아가서.

형상은 완벽하고 변하지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그런 거야.

숫자라는 개념을 없앨 수 있을까?


은우 : 하지 말라고 하면 되잖아.


아빠 : 응?


은우 : 아니, 숫자를 세고 있는 사람한테 하지 말라고 말하면 숫자를 못 세잖아.


아빠 : 그렇지?

근데 그렇다고 숫자라는 개념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은우 : 그러네.


아빠 : 다시 이야기하면,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형상이라는 것들은 만지거나 볼 수 없는 개념적인 존재이고 부서지거나 변하지 않는다고 했어.

사랑, 영혼 이런 것들도 형상이겠지?


유민 : 바람도?

바람은 만질 수 있잖아.


아빠 : 음.. 바람을 느끼는 건 공기의 흐름을 느끼는 거겠지?

바람이 없다는 건 공기의 흐름이 없다는 거고.

우리가 '바람'이라는 개념 자체를 만지거나 '바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겠지?


유민 : 응. 


아빠 : 자, 다시 돌아가서 소크라테스는 이런 형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육체의 욕망에서 벗어나서 형상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은우 : 어떻게?


아빠 : 육체의 욕망이 뭘까?

졸리고 배고프고 놀고 싶고..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육체의 욕망에서 벗어나려면..

졸리지만 잠 안 자고 공부하고,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놀고 싶은 거 안 놀고 

열심히 생각하고 철학하고 하는 거지.

마치 스님처럼.


은우 : 응.


아빠 : 소크라테스는 자기가 평생을 그렇게 육체의 욕망에서 벗어나서 살았으니까 

죽고 나면 비로소 완전한 형상 같은 존재인 영혼이 되어서 영원히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죽음이 무섭지 않았던 거야.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출발할 거야.


은우 : 응.


아빠 :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이야기했어.

"형상은 영원한 비물질적인 존재야. 

그리고 이러한 비물질적인 존재만 비물질적인 존재를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우리의 이성은 형상을 이해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의 이성은 영원하고 비물질적인 존재인 거지. 

즉, 이성은 영혼과 같은 거고 영혼도 영원히 존재하는 거야!"


은우 :.....


아빠 : 잘 이해가 안 가지? ^^;;

우리가 '형상'을 이해하니까 우리의 영혼도 형상처럼 영원하다고 말한 거야.

자, 일원론자들이 이 말을 듣고 뭐라고 했을까?


은우 : 모르겠어.


아빠 : 생각하는 수업이니까 한번 이야기해봐.

틀려도 좋아.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은우 : 음.. 생각이랑 영혼이랑 다르다고?


아빠 : 오! 비슷해. 이렇게 말했어.

"어떤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그게 될 필요는 없어. 

난 이 귤을 이해하고 싶은데 그럼 내가 귤이 되어야 해? 

난 미국인을 연구하고 싶은데 내가 꼭 미국인이 되어야 하는 거야?" 


유민 : 하하하.


은우 : 그러네.


아빠 : 그리고 사실 영혼이 형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게 영혼이 영원하다는 증거가 되는 건 아니겠지.


은우 : 응.


아빠 : 그랬더니,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어.

"일반적으로 소멸 가능한 존재는 여러 개의 부분이 합쳐진 존재고, 

이렇게 합쳐진 걸 바꾸거나 떼어내서 파괴할 수 있어."

음.. 여기 있는 책이나 종이도 찢거나 태우거나 해서 없앨 수 있겠지?

모든 물질은 원자의 조합이니까 원자를 떼어내서 파괴할 수 있겠지?


은우 : 다이아몬드는 부술 수 없잖아.


아빠 : 다이아몬드도 부술 수 있어 은우야.

심지어 태울 수도 있어.


은우 : 진짜?


아빠 : 응. 다이아몬드랑 여기 연필심이랑 똑같은 탄소로 되어있거든.

암튼,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일단 지금은 다이아몬드를 부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해보자. 


은우 : 응.


아빠 : 그다음에는 이렇게 말했어.

"근데 형상은 변하지도 않고 나눌 수도 없는 단순한 존재니까 소멸하지 않아."

맞아?


은우 : 응.


아빠 : 우리가 '숫자'라던가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를 나누고 부술 수는 없잖아.

숫자 4를 나눌 순 있겠지만 '숫자'라는 개념 자체를 나눌 수는 없지?


은우 : 맞아.


아빠 :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지.

"영혼도 나눌 수 없는 단순한 존재니까 형상처럼 소멸하지 않아."


은우 : 음...


아빠 : 자, 이 말을 듣고 일원론자들은 뭐라고 했을까?


은우 : 음.. 영혼이 보이지 않는데 나눌 수 없는지 어떻게 아냐고?


아빠 : 비슷해. 일단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자.

보이지 않는다는 건 3가지가 있거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거, 소리처럼.

그리고 눈에도 안 보이고 느낄 수도 없지만 계측할 수 있는 거. 


유민 : 바람처럼?


아빠 : 바람은 느낄 수 있지.


은우 : 바이러스처럼?


아빠 : 응. 바이러스처럼.

그리고 방사선이나 전자파 같은 거.

전자파는 느낄 수 없지만 기계로 계측할 수는 있잖아.

그리고 세 번째는..


유민 : 섬모처럼?


아빠 : 응. 섬모도 그렇네.

세 번째는..


은우 : 보이지도 않고 계측할 수도 없는 거.


아빠 : 맞아. 영혼이 그런 거지.

근데 사실은 예전에는 방사선이나 전자파도 세 번째 부류였거든.

그걸 계측할 방법이 없으니까.


은우 : 조선시대에?


아빠 : 응. 그런데 과학이 발달하면서 계측할 수 있게 된 거잖아.


은우 : 응.


아빠 : 그래서 이렇게 말해.

"지금은 영혼을 볼 수 없지만, 계측할 수 없지만, 미래에는 어떨지 어떻게 알아? 

혹시 모르지, 영혼을 계측할 수 있게 될지!"


은우 : 허허..


아빠 : 황당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래서 다시 소크라테스가 그랬어.

"음.. 그래? 그럼 이건 어때? 

물질적인 존재는 변화하지? 그리고 언젠간 소멸하지?

하지만 형상은 변하지 않고 소멸하지 않아.

영혼도 변하지 않으니 소멸하지 않을걸?"

그랬더니 일원론자들이 뭐라고 했게?


은우 : 영혼도 변한다고?


아빠 : 응. 영혼도 변한다고.

착한 영혼이 나쁜 영혼이 되기도 하잖아.

그렇게 변하니까 소멸할 수 도 있다고.


은우 : 계속 왔다 갔다 싸우네.


아빠 : 응. 그런 게 철학인가 봐..^^;;

그랬더니 소크라테스가 그랬어.

"그럼 이건 어때? 

물질적인 존재는 여러 요소가 합쳐진 조합물이지? 

그 조합을 부수면 그 존재가 변하거나 사라지고.

형상은 그런 조합물이 아니니까 영원하잖아.

영혼도 조합물이 아니니까 영원할 거야!"


은우 : 그랬더니?


아빠 : 일원론자들이 그랬지.

"영혼도 조합물이야."


은우 : 어떻게?


아빠 : 우리의 영혼은 지성, 마음, 욕망 같은 것들이 합쳐진 존재라고 할 수 있잖아.


은우 : 그러네. 그래서?


아빠 : 그래서 결국 결론이 안 났지..


은우 : 근데 맨날 이원론이 먼저 말하고 일원론이 그걸 틀렸다고 하네?


아빠 : 그럼 이번에는 일원론이 먼저 이야기해볼까?

일원론에서는 정신이 육체랑 별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잘 조화된 육체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악기에 비유하기도 했어.

옛날에 '리라'라는 악기가 있었는데 잘 모르니까 그냥 '기타'라고 할게.

우리 몸이 기타라면 정신은 화음이라는 거지.

이해되지?


은우 : 응.


아빠 : 일원론에서는 정신은 부산물이라서 육체에서 벗어나서 따로 존재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거든.

기타 없이 화음만 존재할 수는 없잖아.


은우 : 응.


아빠 : 이러한 비유를 가지고 이번엔 소크라테스가 막 뭐라고 하거든.

그래서 다시 일원론자들이 다시 반론을 해.


은우 : 또 싸워?


아빠 : 응. 자, 봐봐.

소크라테스가 그랬어.

"정신이 화음과 같다고? 틀렸어!

화음은 악기보다 먼저 존재할 수 없잖아. 악기가 있어야 화음이 나오는 거니.

근데 말이야, 영혼은 육체보다 먼저 존재할 수 있잖아!"

그랬더니 뭐라고 했을까?


은우 : 몰라.


아빠 : 이랬겠지.

"영혼이 육체보다 먼저 존재한다는 증거가 어딨어? 봤어?"


은우 : 그러네.


아빠 : 그랬더니 소크라테스가 다시.

"그래? 그럼 이건 어때?

화음은 다양하게 변하는데 영혼은 변하지 않잖아!"

그랬더니 뭐라고 했게?


은우 : 영혼도 변한다고!


아빠 : 응! 영혼도 지성, 창조성, 합리성에 의해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고 했지.

그랬더니 소크라테스가,

"근데 영혼은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잖아?

화음에 선한 화음, 악한 화음이 어딨어?"

이랬거든. 

그랬더니 뭐라고 했을까?


은우 : 음.. 화음도 듣기 좋은 소리가 있고 아닌 소리가 있잖아.

듣기 좋은 소리는 선한 화음이고 듣기 안 좋은 소리는 나쁜 화음이라고.


아빠 : 오!! 맞아! 대단한데?


은우 : 역시 나는 똑똑해!

(씰룩씰룩 춤을 춘다.)


아빠 : 응..^^;;

그랬더니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어.

"그래? 그럼 대답 못할걸?

영혼은 육체를 어기고 명령을 내리잖아?

졸린데도 참고 공부하고 먹고 싶은 거 참고 안 먹고 하는 것처럼.

근데 화음이 기타한테 명령할 수 있어? 없지?"

자, 할 말 없지? 뭐라고 했을까?



은우 : 응? 진짜 여기에도 대답했어?


아빠 : 응.


은우 : 맞는 말인데? 어떻게 대답했지?


아빠 : 그렇게 들리지?

그런데 이렇게 말했지.

"영혼이 육체에게 명령하는 게 아니야."


은우 : 그럼?


아빠 : 자, 졸린데 참고 공부하라는 명령은 어디서 왔을까?


은우 : 우리 몸?


아빠 : 그렇지? 몸 중에서도?


은우 : 뇌!!


아빠 : 그렇지!

영혼이 명령한 게 아니고 육체의 일부인 뇌가 명령을 한 거라는 거지.

그리고 이런 말도 했어.

"화음이 기타한테 명령할 수도 있어. 화음이 기타를 치기도 하거든."


은우 : 진짜??


아빠 : 응.

기타 줄이 떨릴 때 다른 줄이 같이 떨리면서 '배음'이라는 소리를 내 거든.

이게 화음이 기타를 친 거잖아.


은우 : 신기하다..


아빠 : 어쨌든, 결론적으로 인간의 정신은 물리 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화음과 유사한 존재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야.

오늘은 좀 어려운 이야기였지?


은우 : 아니. 다 이해했어.


아빠 : 그래. ^^;;

다음 시간에는 '나는 왜 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야.

은우는 왜 은우야?


은우 : 엄마, 아빠가 '은우'라고 이름 붙였으니까.


아빠 : 그건 그냥 이름이고.

귤은 왜 귤일까?


은우 : 귤이라고 부르기로 했으니까?


아빠 : 그런 명칭 말고, 귤을 다른 것과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 뭐가 있을까?

주황색에, 먹으면 새콤하고 그런 것들..

이런 것들이 귤을 귤이 되게 하는 특징이잖아.

은우를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은 뭐야?


은우 : 내 얼굴.


아빠 : 그렇지? 외모가 있지? 또?


은우 : 음.. 내 키?


아빠 : 응. 그것도 외모지.

다른 건 어떤 게 있을까?


은우 : 음.. 마음?


아빠 : 응. 마음이랑 은우의 생각, 추억 그런 것들.

그런 것들이 다 합쳐져서 은우가 되는 거지?


은우 : 응.


아빠 : 다음 시간에는 아마 그런 이야기가 나올 거 같아.

사실 아빠도 아직 책을 거기까지 안 읽어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모르겠는데.. ^^;;

제목을 보니까 이런 이야기가 나올 거 같네, 아닐 수도 있고.

그럼 다음에 같이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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