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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 Feb 02. 2021

'죽음이란 무엇인가' 5강

<나는 왜 내가 될 수 있는가>

2020-12-13의 기록.


집중!



아빠 : 자, 오늘은 내가 내가 될 수 있는 이유.

즉,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거야.


은우 : 정체를 밝혀라! 할 때 정체야?


아빠 : 아. 그러네! 맞는 거 같아.

일단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거 복습해보자.

지난 시간에 소크라테스 이야기를 했지?

소크라테스가 물질적인 거 말고 근원이 되는 그런 것들을 뭐라고 했지?

숫자라는 개념이나 그런 거.


은우 : 음.. 형상!


아빠 : 오. 대박.. 맞아. 형상.

형상을 이해하려면 형상 같은 존재여야 하는데 우리의 이성은 형상을 이해하니까 형상 같은 존재이고,

그래서 형상처럼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고 했지?


은우 : 응.


아빠 : 그래서 일원론자들이 "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런 존재가 될 필요는 없다."라고 했고.


은우 : 맞아.


아빠 : 그리고 육체와 영혼을 기타와 화음에도 비유했었지?


은우 : 응. 그래서 화음이 기타를 칠 수 없다고 했는데 칠 수 있다고 했어.

배음.


아빠 : 와. 그것도 기억해? 대단하다..


엄마 : 은우가 관심이 있고 재밌게 생각하는 거라서 기억하는 거 같아.


은우 : 근데 왜 배음인지 알겠어.

밀칠'배' 소리'음'해서.

이렇게 밀쳐서 나는 소리.


아빠 : 그런가? ^^;;

암튼, 지난번에는 그런 이야기를 했어.

근데 여기 교수님, 셸리 케이건 교수님은 자기가 물리 주의자, 그러니까 일원론 자라고 했어.


은우 : 나도.


아빠 : 응. 아빠도 그래.

교수님이 일원론 자라서 이원론자들이 이야기하는 영혼의 증거들을 다 반박했잖아. 


은우 : 응.


아빠 : 그랬더니 이원론자들이 뭐라 그랬냐면,

"치사해! 왜 우리만 영혼이 있다는 증거를 대야 해? 

너네도 그럼 영혼이 없다는 증거를 대봐!"

이랬거든.

자, 무언가가 없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유민아, 용이 있어?


유민 : 아니.

(갑자기 용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유민이..^^;;)




아빠 : 그럼 용이 없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세상을 다 돌아다니면서 "여기도 용이 없지? 여기도 용이 없지?" 하면서 다 보여줘야 할까?


은우 : 아니, 용이 있다고 말하는 증거를 부수면 돼.


아빠 : 바로 그거야!

(은우는 가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미 알고 있는 거 같을 때가 있다.)

무언가가 있다고 말하려면 그 증거를 대야 하지만,

무언가가 없다고 말하려면 그 증거를 댈 수 없으니 있다는 증거를 반박하면 되거든.

교수님도 세상에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증거를 댈 필요는 없다고 했어.

영혼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개념 자체가 성립이 안되거나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하면 된다고 했지.


은우 : 응. 그러네.


아빠 : 하지만 교수님은 영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어.

지난번에 이야기한 것처럼 과학이 발달하면서 영혼의 존재를 발견할 수도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은우 : 응.


아빠 : 자, 이제 본격적으로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정체성이 같다면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지?

예를 들어 여기 기차를 그려볼게.

유민이가 가다가 기차의 앞부분을 봤어. "와, 기차다~" 했겠지?


유민 : 응.


아빠 : 그리고 좀 더 가다가 기차의 뒷부분을 봤어. "와~ 또 기차다~" 했겠지?

유민이가 처음 본 기차랑 나중에 본 기차랑 같은 기차야, 다른 기차야?


유민 : 같은 기차.


아빠 : 왜? 처음 본 기차는 연기도 나고 하는데 나중에 본거는 그런 것도 없잖아.


은우 : 이렇게 이어져 있으니까 같은 기차지.



공간적으로 이어진 정체성




아빠 : 그렇지?

그럼 이번에는 중간에 이렇게 벽이 있어서 이어져 있는 게 안 보여.

(기차의 가운데 부분을 손으로 가린다.)


은우 : 어! 아빠!

어제 진화 이야기할 때 중간에 증거가 없는 거!


아빠 : 미싱 링크?


은우 : 어! 그거랑 똑같아!


아빠 : 아... 그거랑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 대단한데? ^^;;

자, 이렇게 중간이 가려져 있으면 어떨까?

같은 기차라고 할 수 있을까?


은우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빠 : 그렇지? 이어져 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아래 그림처럼 기차가 두대일 수도 있지?


은우 : 응.


아빠 : 이렇게 '정체성'이 같으려면 위에 있는 기차처럼 '공간적'으로 이어져 있어야 해.

아래 그림의 두 기차는 이어져 있지 않으니 다른 기차인 거야. 

'정체성'이 다른 거지.

그럼 이번엔 자동차를 생각해보자.

은우 프라이드 기억나? 옛날 우리 차.


은우 : 당연하지.


아빠 : 예를 들어 아빠가 2000년도에 프라이드를 샀어.

그리고 10년 뒤에 차가 많이 헐었고 20년 뒤 지금은 아예 많이 헐었어.


은우 : 응.


아빠 : 그럼 20년 전의 프라이드랑 지금 프라이드랑 같은 차야?


은우 : 당연하지.




시간적으로 이어진 정체성




아빠 : 그럼 이번엔.. 차가 너무 헐어서 결국 차를 버렸어.

근데 길을 가다가 우리 차랑 아예 똑같은 차를 본 거야.

그럼 그게 우리 차일까?


은우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빠 : 그렇지? 우리가 버린 차를 누가 주워서 탄걸수도 있고 다른 차일 수도 있겠지.

아까 기차처럼 중간을 모르면 같은 건지 알 수가 없겠지?


은우 : 응.


아빠 : 하지만 2000년, 2010년, 2020년의 프라이드는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그 이유는 '시간적'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야.

이렇게 기차처럼 공간으로 이어져 있거나, 프라이드처럼 시간으로 이어진 이 묶음.

그러니까 상태 변화는 있지만 결국에 같은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묶어진 이 묶음을 '시공간 벌레'라고 한대.


은우 : 벌레?


아빠 : 응, 이렇게 기다랗게 벌레처럼 생겨서.

이 시공간 벌레에 있는 건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같은 존재라는 거야.

사람의 경우를 생각해볼까?


시공간 벌레로 이어진 아빠




아빠 : 여기 어린 아빠랑, 지금 아빠랑, 늙은 아빠를 시공간 벌레로 이었을 때 다 같은 존재잖아.

설령 중간에 죽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죽음 이후의 아빠가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니까 시공간 벌레로 묶일 수 있다면 아빠는 죽음 이후에도 존재하는 거겠지?


은우 : 진짜? 죽고 나면 다른 사람이잖아.


아빠 : 다른 존재면 같은 시공간 벌레로 묶일 수 없겠지.

같이 묶여있다는 것 자체가 같은 존재라는 거야.

그럼 대체 이 시공간 벌레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정체성이란 뭘까?

은우를 은우라고 할 수 있고, 아빠를 아빠라고 할 수 있는 핵심은 뭘까?


은우 : 정체성.


아빠 : 응. 그러니까 그 정체성이 과연 뭐냐고.. ^^;;

이제 정체성의 핵심이 뭘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거야.

먼저 3개의 관점이 나와. 

육체 관점, 정신 관점, 인격 관점.

하나씩 보자.


은우 : 응.



정체성에 대한 3 관점




아빠 : 먼저 영혼 관점은,

인간의 정체성의 핵심이 '영혼'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영혼이 똑같으면 같은 사람이라는 거지.

그리고 육체가 죽어도 영혼이 그대로 존재한다면 살아남은 거라는 거.

음.. 예를 들어서 아빠의 영혼이 빠져나가서 엄마의 몸으로 들어간다면 그건 엄마일까? 아빠일까?


은우 : 엄마지 당연히.


아빠 : 아빠처럼 생각하고 아빠의 기억을 가지고 아빠처럼 말하는데?


은우 : 그럼 아빠네.


아빠 : 근데 몸은 엄마 몸인데?


은우 : 어? 어.. 그럼 뭐지?

반반? 엄빠!


모두 : 하하하하


엄마 : 엄빠? 하하 웃기다 ^^


아빠 : 은우가 큰 웃음 주네 ^^

암튼 영혼 관점에서는 아빠의 '영혼'이 엄마 몸에 들어가면 그건 아빠라는 거야.

영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거지.


은우 : 응.


아빠 : 근데 존 로크라는 철학자가 이런 말을 해.

만약, 오늘 밤에 너희가 자는데.. 

신이 와서 너희의 영혼을 빼고 다른 사람의 영혼을 넣었다고 해봐.

그리고 기억이랑 생각이랑 그런 거는 똑같이 넣었어.

그래서 아침에 눈을 떴는데 원래대로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영혼만 바뀌었어.

그럼 영혼이 바뀐 걸 알 수 있을까?


은우 : 그럼 모르겠지.


아빠 : 그렇지?

사실 우리가 매일 밤 영혼이 바뀌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영혼이 죽고 새로운 영혼이 들어오고 있는지도 모르고.


은우 : 그건 아니겠지.


아빠 : 아니겠지만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알 길이 없다는 거지.

그 말은 영혼이 인간의 정체성의 핵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지?

영혼 관점은 그런 한계점이 있어.


은우 : 응.


아빠 : 그다음은 육체 관점이야.

이건 같은 몸을 가지고 있으면 같은 사람이라는 거야.


은우 : 그럼 일원론이야?


아빠 : 오. 은우야 좋은 질문이야.

이건 '정체성'에서 중요한 게 뭔지에 대한 관점이고,

일원론 이원론은 영혼이 있냐 없냐 하는 문제야.

그거랑 이거랑은 다른 거.

예를 들어, 일원론자들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육체 관점을 가질 수 있겠지.

이건 너무 당연한 건가?

일원론은 영혼이 없고 육체만 있다고 생각하니 당연히 인간의 정체성이 육체라고 생각하겠지.

사실은 이원론도 육체 관점을 가질 수 있어.

이원론의 입장에서 영혼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정체성이 영혼이 아닌 육체가 핵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지.


은우 : 아..


아빠 : 정말 좋은 질문이었어 은우야.


엄마 : 은우가 엄마보다 낫네.^^;;


아빠 : 육체 관점은 영혼 관점과 다르게 육체가 바뀌었는지 안 바뀌었는지 알 수 있어.

아까 영혼은 바뀌어도 눈에 안보이니까 모를 수도 있었지?


은우 : 응. 근데 몸은 바뀌면 바로 알잖아.


아빠 : 그렇지. 눈에 보이니까.

그럼 육체 관점에서, 그러니까 인간의 정체성이 육체라는 관점에서는

죽은 다음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어떤 걸까?


은우 : 같은 몸을 가지고 있는 거? 미라처럼?


아빠 : 사실 미라는 같은 몸은 아니지.

사람이 죽기 시작하면 몸이 썩기 시작하니까 죽고 나서 같은 육체라는 건 사실은 존재할 수는 없어.

하지만 만약에 가능하다면 어떨까?

아빠가 만약 죽었는데 신이 와서 아빠 몸의 원자들을 모아서 같은 세포를 만들고 똑같은 아빠를 만들었어.

그럼 그게 죽기 전에 아빠랑 같은 아빠야?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은우 : 똑같은 아빠지.


아빠 : 사실 이건 정답이 없는 문제야.

이런 거 한번 생각해봐.

아빠가 시계를 가지고 있는데. 

시계 안에 부품이 엄청 많지? 

이런 시계는 몇 년마다 부품을 다 분해해서 씻고 다시 조립해야 되거든.

그래서 아빠가 시계를 맡겨서 시계 아저씨가 시계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했거든?

그럼 그게 같은 시계일까? 


은우 : 같은 시계지.


아빠 : 그렇지? 아빠도 그렇게 느껴져.

근데 이런 건 어때?

이건 피터 반 인 와겐이라는 사람이 한 말인데.

은우가 만약에 블록으로 탑을 높게 쌓았어, 그래서 아빠한테

"아빠, 이거 엄마 오면 은우가 한 거라고 자랑해줘~" 하고 잠들었어.

근데 아빠가 모르고 탑을 부순 거야.

그런데 다행히도 아빠가 다시 그 탑을 똑같이 만들 수 있었어.

그럼 그게 은우가 만든 탑이랑 같은 탑일까?

아빠가 엄마한테 "자기야~ 이거 은우가 만든 거야~" 할 수 있을까?


은우 : 아니지.


아빠 : 그렇지?

아까 시계랑 탑이랑 차이는 뭘까?


은우 : 그러게.. 뭐지?

진짜 모르겠어.

(머리를 싸매고 고뇌하는 은우..^^;;)


아빠 : 사실 이건 교수님도 잘 모르겠다고 했어.

교수님도 시계는 같은 시계 같이 느껴지고 탑은 다른 탑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다 그랬지.

근데 아빠는 이렇게 생각해.


은우 : 어떻게?


아빠 : 예를 들어 시계도 아빠가 정성 들여서 만든 시계라면 아저씨가 분해하고 다시 조립했을 때 아빠 시계라고 안 느껴졌을 수도 있어.

그렇지?


은우 : 응.


아빠 : 그래서 아빠는 경험과 기억 같은 감정이 들어가면 뭔가 다른 정체성을 가진다고 생각이 돼.

그 물건이 의미가 생기니까 설령 똑같은 모습으로 재조립해도 의미가 없어져서 다르게 느껴지는 거지.


은우 : 응. 맞는 거 같아. 


아빠 : 응.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육체 관점은 생각할게 많아. 

자, 봐봐. 스타워즈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칼싸움을 하다가 팔이 잘리거든.

나중에 기계로 된 팔을 달고 나오는데 그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일까?


은우 : 아니, 같은 사람.


아빠 : 그래? 그럼 양팔이 잘리면?


은우 : 그래도 같은 사람이지.


아빠 : 몸통까지 로봇으로 바뀌어도?


은우 : 응.



아빠 : 그럼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려면 얼마나 바뀌어야 해?


은우 : 음.. 몸 전체가?


아빠 : 그럼 몸 전체가 바뀌는 게 아니고 일부만 바뀌면 같은 사람이라는 거지?

만약 아빠의 뇌가 다른 사람 뇌로 바뀌면?


은우 : 그래도 아빠지.


아빠 : 다른 사람의 기억과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처럼 행동할 텐데?


은우 : 아. 그럼 아빠가 아니지.

마음이 바뀌면 다른 사람인 거 같아.


아빠 : 자, 그 마음이라는 게 어디에 있을까? 우리 몸에서.


은우 : 뇌?


아빠 : 응. 그래서 육체 관점에서는 뇌가 같은 사람이면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 거고,

이게 육체 관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주장이래.


은우 : 응.


아빠 : 자, 마지막으로 인격 관점을 볼까?

인격 관점은 사람의 인격, 그러니까 기억이나 마음, 생각, 뭘 무서워하고 뭘 좋아하는지 그런 것들이 같으면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 거야.

아까 로크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기억이나 마음이 유지되면서 영혼이 바뀐다고 했을 때 그 상황을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지?


은우 : 응.


아빠 : 그게 영혼이 바뀌어도 인격이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 

이 인격 관점도 일원론, 이원론 모두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

봐봐, 인간이 육체라는 일원론에서는 육체(뇌)가 인격의 핵심이라고 할 거고,

영혼도 있다고 생각하는 이원론에서는 영혼이 인격의 핵심이라고 하는 거지.


은우 : 응.


아빠 : 사실 원래는 동일한 인격을 가지려면 동일한 뇌를 가져야 하잖아.


은우 : 그럼 아까 그거(육체 관점)랑 똑같은 거네.

 

아빠 : 그렇지? 그런데 이런 것도 생각해볼 수 있어.

봐봐, 나중에 기술이 발달해서 아빠의 기억, 마음, 생각 이런 것들을 컴퓨터 부품으로 옮길 수 있을지 몰라.

그다음에 아빠가 만약 뇌에 병이 생겨서 뇌가 죽으면 뇌를 빼고 그 부품을 넣겠지.

그럼 아빠는 이전이랑 같은 기억을 가지고 같은 마음으로 행동할 거잖아.


은우 : 진짜 그래?


아빠 : 과학이 발달하면 나중에 그럴지도 모르지.

암튼, 이런 상황에서는 육체 관점에서 보면 뇌가 다르니까 정체성이 다르다고 하겠지만,

인격 관점에서는 같은 인격을 가지고 있으니 정체성이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거지.


은우 : 그러네.


아빠 : 자, 근데 육체 관점에서 육체가 계속 바뀌어도 뇌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사람이라고 하잖아.

인격은 어떨까?

사람의 인격도 변하는데.

은우도 어릴 때는 마음도 좁고 욕심도 많고 그랬지만 지금은 생각도 깊어졌고 그러잖아. 

그럼 어릴 때 은우랑 지금 은우랑 다른 사람인가?


은우 : 그건 아니지.


아빠 : 그렇지?

실을 만들 때 보면 작은 섬유들이 모여서 하나의 실을 이루잖아. 


은우 : 시공간 벌레처럼?


아빠 : 맞아 은우야. 

(은우는 정말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아이다.)



섬유로 이루어진 실을 확대한 모습




아빠 : 섬유 하나가 실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있는 게 아니고 중간에 끊어져 있잖아. 

그래서 실의 앞부분을 이루고 있는 섬유랑 뒷부분을 이루고 있는 섬유는 다르지?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실이라고 하지.

이 섬유처럼 인격도 중간에 바뀌거나 없어져도 비슷한 부분이 이어지면서 점진적으로 바뀌면 같은 인격이라고 보는 거야. 


은우 : 응.

 

아빠 : 반대로 어느 날 갑자기 인격이 바뀌면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은우 : 그럴 수도 있어?


아빠 : 응. 뇌졸중이나 그런 병 때문에 우리 뇌에서 '참기'를 하는 부분이 망가지면 어떻게 될까?


은우 : 밥을 계속 먹어?


아빠 : 응. 밥도 계속 먹고 화도 잘 못 참게 돼서 성격이 막 포악해지고 그러거든.

그렇게 갑자기 인격이 바뀌면 사람이 바뀌었다고 하는 거지.

은우도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성격이 포악해지면 '다른 사람'같다고 할 거잖아.


은우 : 그렇지.


아빠 : 근데 몇십 년에 걸쳐서 성격이 조금씩 나빠지다가 결국 포악해지면 그래도 그건 아빠가 맞다고 생각하겠지?


은우 : 응.


아빠 : 자, 그럼 오늘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영혼, 육체, 인격의 관점을 이야기했어.

다음 시간에는 이 세 개 중에 어떤 게 제일 좋은지? 괜찮은 생각인지 그런 걸 이야기해볼 거야.

은우는 어떻게 생각해?


은우 : 응?


아빠 : 이 셋 중에 어떤 게 맞는 말 같아?


은우 : 생각.


아빠 : 인격?


은우 : 응. 


아빠 : 아빠도 그렇게 생각해.

다음 시간에 자세하게 이야기해보자.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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