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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 Feb 03. 2021

'죽음이란 무엇인가' 7강

<죽음의 본질에 관하여>

2020-12-26의 기록.



간식과 함께하는 수업.




아빠 : 자, 우리 지난 시간에 무슨 이야기 했었지?


은우 : 내가 왜 내가 될 수 있는가?


아빠 : 그건 지지난번이고.

지난 시간에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서 영혼, 육체, 인격 관점을 각각 봤지?


은우 : 응. 그중에서 뭐가 좋은지.


아빠 : 응.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뭐라고 했지?

죽음에서 살아남는 거보다 중요한 건 살아남으려는 이유라고 했지?


은우 : 응.


아빠 : 죽음으로부터 살아남으려는 이유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거야.

오늘은 조금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이야기야.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거야.


은우 : 그래?


아빠 : 응. 그리고 엄청 신기한 부분도 있어.

아빠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이야긴데..

아빠는 원래 영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은우 : 진짜? 그렇게 생각했어?


아빠 : 응.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로 존재하는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죽고 나면 그 기억이랑 생각을 가진 채로 영혼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거든.


은우 : 그런데?


아빠 :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아빠 병원에 치매환자분들이 많잖아.

근데 그중에는 치매가 너무 심해져서 아예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계시는 분들도 있거든.



은우 : 응.


아빠 : 그럼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그분들은 어떤 영혼이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치매가 심해서 아무 생각도 못하는 분이 돌아가시면 아무 생각도 못하는 영혼이 되는 걸까?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건가?

그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영혼은 그냥 그 상태로 존재하게 되나?

막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너무 말이 안 되는 거야. 

그래서 그냥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지.


은우 : 응.


아빠 : 근데 이 책을 보다 보니까 오늘 이야기할 부분에 아빠가 생각했던 거랑 비슷한 개념이 나오더라고.

교수님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봐.

여기 한번 봐보자.



사람의 일생.




아빠 : 자, 이게 사람의 일생이라고 해보자.

여기 세포 하나에서 출발해서 태아가 되고 신생아로 태어나서 어린이가 되었다가 

어른이 되었다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 결국 죽어서 시체가 되는 그림이야.


유민 : 여기 점이 사람이 되는 거야?


아빠 : 응.

자, 육체 관점에서 보면 이 세포도 살아있는 거지? 

육체 관점에서 생명을 하트로 표시하면, 쭉~~ 나가다가..

생명이 언제까지 이어지는 거지?


은우 : 여기. 죽어서 해골이 되기 전까지.


아빠 : 응. 그렇지?

자, 그럼 인격 관점에서 볼까?

인격 관점은 뭘로 표시할까?


은우 : 그냥 찍 그어.


아빠 : 아니, 뭔가 생각하는 그런 뜻 없나?


유민 : 동그라미로 해.


아빠 : 그러자. 

자, 이 동그라미가 인격 관점이야.

이 세포도 인격이 있을까?


은우 : 아니.


아빠 : 그렇지? 세포는 뇌도 없으니까.

태아는 어때? 태아는 뇌는 있지만 창조적 사고를 하고 사랑을 하고 그런 건 못하겠지?


은우 : 응. 태아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아빠 : 그럼 신생아는 어때?

신생아는 인격이 있을까?


은우 : 아니.


아빠 : 사실 이건 좀 어려운 문제인데..

예전에 이야기했던 인간만이 가진 P기능, 그러니까 창조적 사고를 하고 사랑을 하고 그런 것들을

아직 신생아는 하지 못하겠지? 아직 뇌가 발달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고차원적인 기능은 5살 때쯤 가능해진다고 한대.

그럼 여기 어린이쯤 되어서야 인격이 발달한다고 할 수 있겠지?


은우 : 응.


아빠 : 자, 그럼이게 어디까지 이어질까?


은우 : 여기 죽을 때까지.


아빠 : 맞아.

일단 태아, 신생아 이런 문제는 생각하지 말자.

우리가 지금 하는 건 죽음에 대한 거니까.

보통은 죽음의 시점에 육체 관점과 인격 관점에서의 기능이 모두 정지하지.

자, 그런데 이런 건 어때?


(할아버지와 해골 사이에 그림 하나를 더 그린다.)


은우 : 아빠 근데 그림 진짜 잘 그린다.


아빠 : 그래? ^^;;

자, 이건 죽기 전에 심한 치매에 걸리거나 아니면 뇌의 병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거야.

몸은 살아있고.

그럼 육체는 살아있지만 인격은 없는 상태겠지?


은우 : 응.


아빠 : 만약 아빠가 심장병이 생겨서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아야 된다고 해보자.

근데 이렇게 살아는 있지만 아무 생각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봐.

이 사람의 심장이 있으면 아빠는 살 수 있다고 하면 심장을 달라고 할 수 있을까?


은우 : 당연하지. 어차피 생각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니까.


아빠 : 그럼 바꿔서, 아빠가 이런 상태이면?

누군가가 아빠의 심장이 필요하다고 하면 줄 거야?


은우 : 그건 안되지. 그럼 아빠가 바로 죽잖아.


아빠 : 자, 이건 쉬운 문제는 아니야.

'사람은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고 했을 때, 

그 권리를 가진 주체가 내 몸인지, 인격인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겠지.

만약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 존재가 육체라고 한다면 이 사람의 심장을 빼는 건 이 사람을 죽이는 행동이 될 거야.

하지만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 존재가 인격이라고 하면 이 사람의 심장을 빼든 말든 아무 상관없겠지. 

이미 인격이 없어서 죽은 존재니까.


은우 : 응. 그러네.


아빠 : 자,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자.

인격 관점에서 이렇게 육체가 살아있어도 P기능을 하지 못하면,

말이 좀 어려우니까 P기능을 '생각하는 기능'이라고 하자.

육체가 살아있어도 생각하는 기능이 없어지면 인격 관점에서는 죽었다고 볼 수 있지?


은우 : 응. 맞아.


아빠 : 그럼 이건 어때?

은우가 어제 잘 때 꿈을 꾸지만 꿈을 안 꾸고 잘 때도 있잖아.


은우 : 꿈꿨는데?


아빠 : 아니, 꿈을 계속 꾸는 게 아니고 꾸다 안 꾸다 하는 거거든.

그럼 꿈을 안 꾸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있던 거니까 은우가 잠깐 죽은 거네?


은우 : 그러네.


아빠 : 그럼 우리 모두 매일 밤 잠깐씩 죽는 거네?


은우 : 뭐지.


아빠 : 그래서 인격 관점에서도 생각하는 기능이 잠깐 없어진 건 죽음으로 치지 않아.

그럼 뭘 죽음으로 생각해야 할까? 


은우 : 쭉~ 생각하지 못하는 거.


아빠 : 그래. 일시적인 게 아니고 영원히 생각하는 기능이 없어지는 거.

그게 인격 관점에서 죽음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근데 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한번 봐봐.

아빠가 오늘 밤에 자다가 새벽 2시부터 꿈을 안 꿨어. 

근데 아침 6시에 깨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어.

그럼 아빠는 몇 시에 죽은 거야?


은우 : 6시?


아빠 : 6시에 죽은 게 맞지만 2시부터 생각하는 기능이 영원히 없어진 거니 인격 관점에서는 2시에 죽은 게 되잖아.

이상하지?


은우 : 그러네.


아빠 : 그리고 만약 신이 지금까지 죽었던 사람들을 다 살려냈다고 해봐.

그럼 부활한 사람들은 생각하는 기능이 '영원히' 없어진 게 아니고 일시적으로 없어진 거니까

그 사람들이 죽었다가 살아난 게 아니고 그냥 살아있던 게 되겠지? 말이 안 되지?


은우 : 응.


아빠 : 그럼 영원히 생각하는 기능이 없어지는 것도 죽음이라고 할 수 없어.

자, 그럼 인격 관점에서 죽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은우 : 잠깐. 이거 내가 생각해볼게.

음.. 생각하는 기능이 없어지고, 그리고 몸도 죽는 거.


아빠 : 자, 몸이 죽는 거는 인격 관점이랑은 상관없는 거지?


은우 : 그러네.. 음.. 잘 모르겠어.


아빠 : 교수님은 생각하는 기능이 없는 상태에서 그 능력 자체가 완전히 없어져야 죽은 거라고 했어.

아까 잠자는 상태에서는 생각하는 기능은 없지만 깨우면 다시 생각할 수 있으니 그 능력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잖아. 

그니까 죽지는 않은 거지.

그리고 완전히 죽은 사람들은 생각하는 능력 자체가 완전히 없어진 거니 죽은 거고.


은우 : 그러네.


아빠 : 이건 인격 관점이고.

육체 관점에서는 더 웃겨.

자, 잘 생각해봐.

육체 관점에서 아까처럼 '기능은 없는데 능력은 남아있는 상태'를 상상할 수 있을까?

내 육체가 살아있는 능력이 남아있지만 잠깐 살아있는 기능을 멈춰있는 상태 말이야.



은우 : 어... 모르겠어.

그런 게 있어?


아빠 : 상상하기 어렵지?

예를 들어 냉동인간을 생각해보자. 

그 상태는 육체활동은 멈췄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해동해서 다시 육체활동을 회복할 수 있으니 능력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겠지?


은우 : 응. 그러네.


아빠 : 자, 그럼 다시 육체는 살았는데 인격은 죽은 상태를 생각해보자.

이런 걸 혼수상태라고 하는데, 외부의 자극에도 반응이 없고 정상적인 생각하는 기능이 없는 상태를 말해.

자, 이 혼수상태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할 거야.

첫 번째는 생각하는 능력은 남아있는데 그냥 스위치가 꺼진 거야.

근데 잠자는 거랑은 달라서 어떤 방법을 써도 스위치를 켤 수가 없는 거지.

자, 이 상태에서 이 사람은 살아있는 걸까? 인격 관점에서.


은우 : 응. 능력이 남아있으니까.


아빠 : 그렇지?

두 번째는 뇌가 정말 망가져서 아예 생각하는 능력 자체가 없어져 버린 거.

이경우는?


은우 : 그건 죽은 거지.


아빠 : 그렇지? 근데 겉으로 봐서는 이 둘을 구분할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생각하는 능력이 남아있는지 알 방법이 없는 거지.

이런 경우에 장기이식 같은 문제가 걸리면 이 사람이 살아있다고 봐야 하나 죽었다고 봐야 하나 고민이 되겠지?


은우 : 응. 고민이 될 것 같아.

근데 뇌파를 해보면 알지 않아?


아빠 : 어? 어.. (순간 당황.)

좋은 생각이다. 은우야.

그래. 뇌파를 하면 뇌기능을 파악할 수 있지?

근데 어차피 뇌파가 뇌의 활동을 기록하는 거니까..

생각하는 능력이 남아있지만 스위치가 꺼졌을 때랑, 뇌가 완전히 파괴되었을 때랑, 심지어 깊게 잠들었을 때도 비슷한 뇌파가 나올 거야. (사실은 아니지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이렇게 설명함.)


은우 :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럼 진짜 모르겠네?


아빠 : 그렇지? 우리가 오늘 어떤 상태를 죽었다고 해야 되는지,

그러니까 '죽음의 정의'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봤어.

결론적으로 은우나 아빠 같은 일원론자들에게는 죽음의 본질이 무엇일까?

결국 죽음이라는 건 막 신비하고 비밀스럽고 그런 게 아니라는 거야. 

그냥 사람이 육체를 가지고 생명으로 태어나서 인격이 형성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에는 인격도 없어지고 마지막에는 육체의 기능도 없어지는 게 죽음이라는 거지.

죽음이 막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이게 죽음의 본질이라는 거야.

뭔가 슬프고 무서운 이야기처럼 들리지?


은우 : 응.


아빠 : 일단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인데,

아빠는 교수님이 죽으면 끝이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이런 거라고 생각해.

우리가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라고 알게 되면 그만큼 삶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겠지?


은우 : 그래?


아빠 : 만약 죽어도 계속 존재한다 그러면 '아, 그냥 나중에 죽고 나서 잘 살지 뭐' 이럴 수도 있잖아.

근데 죽으면 끝이라고 하면 그만큼 살아있는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잖아.


은우 : 응.


아빠 :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이렇게 역설적으로는 삶을 다시 생각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아.

자, 다음 시간에는 또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거야.

죽음에 관한 놀라운 두 가지 주장이라는 주제인데,

한 명은 '나는 결코 죽지 않는다.'라고 하고 한 명은 '인간은 모두 홀로 죽는다.'라고 한대.


은우 : 어떻게 죽지 않아? 그리고 어차피 혼자 죽지 다 같이 죽는 건 아니지 않아?


아빠 : 그렇지? 어떤 이야기인지는 아빠도 아직 안 읽어 봤어.

아빠가 읽어보고 다음 시간에 이야기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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