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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 Jan 30. 2021

'죽음이란 무엇인가' 2강

<영혼은 존재하는가>

2020-11-24의 기록.


생각보다 진지하게 듣는 은우.




아빠 : 자, 오늘은 어제 말한 대로 '영혼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거야.

먼저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던 거 잠깐 다시 말해볼까?


은우 : 응!


아빠 : 먼저 사람이 몸이랑 영혼으로 되어 있다는 사람들이 있었지?

그게 누구지?


은우 : (손가락을 두 개 펼쳐 보인다.)


아빠 : 그렇지, 이원론자.

그럼 영혼은 없고 사람이 그냥 몸으로 되어 있다는 사람은?


은우 : 나.


아빠 : 응. 은우처럼.

그 사람들은 일원론자. 아니면 물리주의라고 했지?


은우 : 응.


아빠 : 그럼 일원론과 이원론의 차이가 뭘까?


은우 : 영혼이 있고 없고.


아빠 : 와!! 대단한데? (진심 놀람.)

맞아,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가 다르지.


엄마 : 은우가 엄마보다 낫다..ㅋ


아빠 : 자, 그럼 영혼이 있다고 증명하면 이원론이 맞는 거고,

영혼이 없다고 증명하면 일원론이 맞는 게 되겠지?

오늘은 그런 이야기야.


은우 : 정말로 영혼이 있는 걸 증명할 수 있어?


아빠 : 궁금하지? 

영혼은 눈으로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 맡거나 할 수 없으니까 

그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좀 특별한 방법을 써야 해.


은우 : 어떤 방법?


아빠 : 사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들을 많이 증명해냈거든.

예를 들어 원자의 존재나 바이러스의 존재 같은 거.



은우 : 바이러스는 현미경으로 보면 보이지 않아?


아빠 : 응. 그렇긴 하지만, 현미경으로 확인하기 전에도 그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거든.

병을 일으키는 어떤 물질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모든 것이 잘 설명되니까 바이러스라는 존재를 추론하게 된 거야.

직접 존재를 증명하는 게 아니고 그런 식으로 현상을 통해 추론하는걸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이라고 한대.


은우 : 응.


아빠 : 영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추론을 하는 거야.

영혼이 있다고 생각해야지만 설명할 수 있는 특성들을 '특성 F' (Feature의 약자)라고 해보자.

그럼 이원론자들의 목표는 이런 거야.

"영혼을 볼 수는 없지만 영혼이 있다고 가정해야 특성 F를 설명할 수 있으므로 영혼의 존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거지. 마치 예전에

"바이러스를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바이러스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병에 걸리는 과정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으므로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 했던 것처럼.


은우 : 아..


아빠 : 자, 그럼 이원론자들의 주장을 좀 들어볼까?

이원론자들은 이렇게 말했어.

"만약에 영혼이 없다면 육체를 움직이고 욕망과 믿음, 감정을 일으키는 사람의 '의식'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사람의 의식을 설명하려면 영혼이 있다고 가정해야 가장 잘 설명되지 않을까?"


은우 : 그러네..


아빠 : 이 말을 듣고 일원론자들은 어떻게 말했을까?

은우가 일원론 자니까 한번 이야기해봐.


은우 : 음.. 생각은 영혼이 아니고 '뇌'로 하는 거라고?


아빠 : 오! 좋은 지적인데?

뒤에 은우가 말한 거랑 비슷한 관점이 나와.

일단은 일원론자들은 이렇게 말했어.

"예전에 바이러스를 눈으로 볼 수 없었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현미경을 통해서 볼 수 있게 되었잖아! 

지금은 '의식'을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설명하지 못할 거라는 보장은 없는 거 아니야? 

나중에 과학이 발달해서 '의식'을 계량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


은우 : 음.. 


아빠 : 그럴듯하지?


은우 : 응.


아빠 : 여기서 중요한 건 일원론자들의 이야기가 맞다는 게 아니야.

사실 이원론도 일원론도 정확한 증명은 못하고 있으니까 비슷한 상황이라는 거지.

즉, 영혼의 존재를 주장하는 이원론을 일방적으로 인정할 이유는 없는 거야.


은우 : 응.


아빠 : 이원론자들은 이런 이야기도 했어.

아! 그전에 일단 이거부터 좀 이야기해보자. 

논리적으로 주장을 전개하는 방법 중에 이런 게 있거든.

잘 들어봐.


은우 : 응.


아빠 : 아빠가 3가지 전제를 먼저 이야기할 거야.

1. 인간은 남자 혹은 여자만 존재한다.

2. 아빠는 인간이다.

3. 아빠는 여자가 아니다. 

자, 그럼 3가지 전제를 통해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뭘까?


은우 : 아빠는 남자다?


아빠 : 응. 그렇지.

그런데 이런 방식은 전제 중에 하나라도 거짓이 있으면 결론도 거짓이 될 수가 있거든.

자, 봐봐.

1. 인간은 남자 혹은 여자만 존재한다. -> 이게 거짓이면? 예를 들어 제3의 성별이 있다고 해봐. 

그럼 아빠가 인간이고, 여자가 아니라도 남자라고 확신할 수는 없겠지?


은우 : 응.


아빠 : 그럼 두 번째,

2. 아빠는 인간이다. -> 이게 거짓이면? 예를 들어 아빠가 로봇이야.

그럼 인간이 남자 혹은 여자만 존재하고 아빠가 여자가 아니라도 아빠가 남자라고 확신할 수는 없겠지?


은우 : 그러네.


아빠 : 마지막으로, 

3. 아빠는 여자가 아니다. -> 이게 거짓이면? 예를 들어 아빠가 여자라고 하면.

그럼 아빠가 남자라는 결론 자체가 잘못된 거지?


은우 : 응. 맞아.


아빠 : 자, 지금 한 거를 잘 기억하고 이원론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좀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으니까 집중해봐.

이원론자들은 이렇게 말했어.

1.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

2. 결정론에 지배를 받는 존재는 자유의지를 가질 수 없다.

3. 순수하게 물리적인 존재는 결정론의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인간은 순수하게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즉, 순수하게 물리적인 존재와는 구별되는 영혼을 가진 존재이다.


은우 :......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빠 : 말들이 좀 어렵지?

하나씩 봐보자.

'자유의지'는 인간이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이야.

은우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은우 : 응.


아빠 : '결정론'이라는 건 세상일이 원인과 결과로 되어있어서 원인을 통해 결과를 알 수 있는 걸 말하거든.

예를 들어 아빠가 지금 이 연필을 놓으면 어떻게 될까?


은우 : 떨어지지.


아빠 : 그렇지? 연필은 '떨어져야겠다' 생각하고 결정해서 떨어진 게 아니고 중력이라는 원인에 의해 떨어지는 결과가 생긴 거야.

이렇게 결정론에 지배를 받는 존재는 자유의지가 없다는 거지.


은우 : 응.


아빠 : 그리고 마지막으로 순수하게 물리적인 존재, 예를 들어 이 연필 같은 거.

이런 것들은 결정론의 지배를 받는다는 거야.

이 세 가지를 가지고 이원론자들은 이렇게 주장했어.

"연필 같은 순수하게 물리적인 존재는 결정론의 지배를 받거든? 

근데 결정론의 지배를 받는 것들은 자유의지가 없는 것들이야. 

근데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잖아? 

그러니까 인간은 결정론의 지배를 받지 않아. 

이 말은 인간이 순수하게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거야! 

인간은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영혼이 있다는 거지!"


은우 :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럼 인간이 영혼이 진짜 있는 거네?


아빠 : 그럴듯하게 들리지?

그런데 아까 아빠가 그랬잖아.

전제가 잘못된 게 있으면 당연히 결론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그래서 일원론자들은 이 주장을 듣고 그 전제들을 공격했어.


은우 : 어떻게?


아빠 : 하나씩 볼까?

1.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 -> 이게 거짓이라면?


은우 : 사실 아니야?


아빠 : 아빠도 사실 같아. 

근데 아니라는 게 아니고 확신할 수는 없다는 거야.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환상 속에 살아가는 존재일 수 있잖아.


은우 : 말도 안돼.


아빠 : 아니야, 잘 생각해봐.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만이 진실은 아니거든.

'통속의 뇌'라는 사고 실험이 있어.


은우 : 사고 실험?


아빠 : 응. 진짜 실험하는 게 아니고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하는 실험이야.

'통속의 뇌'는 이런 거야.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건 어차피 전기신호로 뇌가 느끼는 거잖아.


은우 : 응.


아빠 : 그럼 그냥 우리 뇌를 꺼내서 통속에 넣고 똑같은 전기신호를 주는 거야.

그럼 이 '통속의 뇌'는 실제 세상을 살고 있다고 느끼겠지?

세상 모든 것이 다 거짓된 신호인지 실제 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겠지?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실제로는 없고 우리 모두 그냥 통속에 들어있는 뇌일 수도 있어.


은우 : 말도 안돼.


아빠 : 아빠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상상은 해볼 수 있잖아.

어쨌든 이런 가능성 때문에 인간이 100% 확실하게 자유의지를 가졌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는 거지.


은우 : 응.


아빠 : 두 번째,

2. 결정론에 지배를 받는 존재는 자유의지를 가질 수 없다. -> 이게 거짓이라면?

사실 결정론과 자유의지는 공존할 수도 있다고 해. 

이걸 '양립 주의'라고 하는데 내용이 어려워서 이 책에서도 언급만 하고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거든.

그래서 아빠도 어떤 건지 정확하게는 몰라. 

하지만 그런 관점도 있다네.

그래서 2번 전제도 100%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대.


은우 : 응.


아빠 : 마지막,

3. 순수하게 물리적인 존재는 결정론의 지배를 받는다. -> 이게 거짓이라면? 

아빠가 예전에 양자역학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지?


은우 : 그게 뭐야?


아빠 : 전에 말해줬잖아.

실험할 때 쳐다보면 입자가 되고 안 보면 파동이 되는 그런 거.


은우 : 아.


아빠 : 관측 여부에 따라서 상태가 파동과 입자를 왔다 갔다 한다는 건 결정론이 아니잖아.

그니까 순수하게 물리적 존재가 결정론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도 100% 사실은 아니지.


은우 : 그러네.


아빠 : 결국 결론을 이끌어낸 3개의 전제가 모두 100%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결론 자체도 100%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거야.


은우 : 응.


아빠 : 그 밖에도 임사체험이나 강령술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이원론이 일원론보다 더 좋은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까 

영혼의 존재를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거야.

결국 아직은 어느 쪽이 진짜인지 알 수 없다는 거지.


은우 : 응. 아직 모르는 거네.


아빠 : 응. 맞아.

점점 더 궁금해지지?

다음 시간에는 '육체가 없이 영혼만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볼 거야.

재밌겠지?


은우 : 응. 재밌을 거 같아.


아빠 : 그럼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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