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할수록 서글픈 나를 향한 위로

by 눈썹달


열심히 할수록 서글픈 기분이 들 때는 생각해봐야 한다.


너무 욕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나를 몰아붙이고 있는 건 아닌지.





누구나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낫길 바라고, 그렇게 안정된 미래를 꿈꾼다. 나이 들어갈수록 노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게 된다. 키워야 할 아이들과 늙어가는 우리의 불안한 미래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빠른 때라고 하는 '지금'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되뇌며 지금마저 불안함을 안고 살아간다. 나도 미래에 대한 막연함을 어떻게 하면 구체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저런 통로 속에서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것들을 시작했다.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은 언제나 있었기에 가장 먼저 브런치 작가(부끄럽지만)가 되었고, 다음으로 너도 나도 기웃거리는 유튜브에 발을 담갔다. 쓰기를 잘하고 싶으니 읽기도 자연스레 병행하게 되면서, 독서기록을 위해 안 하던 SNS도 운영하게 됐다.


처음엔 글 한편 발행하고, 책 한 권 읽어내어 기록하고, 영상 하나 올릴 때마다 뿌듯했다. 주변에 알리지 않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취미가 너무 재미있고, 직장과 가정에 맞춰져 있던 일상이 환기되는 기분은 또 다른 해방감이었다. 좋아서 하는 것들을 내 뜻대로 하는 게 즐겁고 행복해서 그렇게 해 나가다 보면 마침내 진정 내가 원하는 일로 경제적인 자립까지 해내는 꿈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희망도 가졌다.


그러나 실상은 생각과 달랐다. 너무 많은 것을 연이어 시도하면서 오히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집중력마저 흐트러졌다. 나만의 속도로 나의 내면에 집중하려던 초심은 엎어지고,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데 혼자 쫓겼다. 성급한 기대와 성에 차지 않는 결과물이 반복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나를 과대평가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갈수록 생산적인 어떤 것, 아웃풋에 매달리며 생각만큼 되지 않는 것들에 나는 조금씩 마음이 상하고 있었다. 열심히 하려 할수록 서글픔이 드리워졌다. 많은 것을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서 불쑥불쑥 공허함을 느꼈고 그런 내가 측은했다.


무엇을 위해 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처음의 마음을 되짚어보고,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내 모습을 다시 그려보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좋다. 책 읽고 글 쓰고 소소하게 소통하는 이 취미가 좋다. 마흔이 넘어 만난 그것들을 통해 이제 겨우 내가 나를 키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욕심과 성급함에 더 휘말리지 않고 잔잔하게 천천히 이어 나가고 싶다. 곰곰이 돌아보면 참 잘 해왔다. 바쁜 하루 속에 대견하다 할 만큼 꾸준하고 성실하게 내 것 하고 있는 나였다. 그런 내 모습에 공감하는 이들은 함께 나누어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외면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 뿌리를 깊게 내리고 사계절을 오롯이 내 모습대로 겪고 받아들이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쓰고 읽고 생각하는 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인생의 모습이었다.



한발 한발 걷다 넘어지기도 하고, 쉬이 털고 일어나거나 얼마간 아예 주저앉아 있기도 한다. 의욕을 내어 실천하려 노력하고 성취의 기쁨과 실패의 좌절을 맛보는 것은 모두, 하고자 하니 겪는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겪지 않을 테니 말이다.


마음속 욕심 근육이 이것저것 들었다 놨다 했던 것 같다. 내가 벌려놓은 여러 일들에 세상의 속도까지 겹쳐, 숙성의 시간도 없이 익지 않은 날 것에 날 것, 또 날 것을 가져다 댔던 시간들을 돌아본다. 오늘 겪는 나의 실망과 좌절, 불안은 멀리서 보면 한 낱 점에 불과할 것이다. 급할수록 멀리 보고 차근히 묵묵히 가는 것이 필요함을 한번 더 마음에 새긴다. 한동안 몸도 정신도 울렁거렸던 시간들. 다시 한번 내려놓고, 비우고 가야 할 시기다. 어쩐지 지금의 계절, 가을과 어울리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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