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좋아하는 그녀가 말했다. 일본 여행은 절대 가지 않는단다. 우리의 나라를, 우리의 문화를, 우리의 언어를 말살하려고 했던 침략자의 나라는 가기 싫단다.
나는 일본 여행 잘 가는 편이다. 가깝기도 하고 여행 경비가 적게 들기도 해서이다. 나도 일본이 36년간 우리나라를 점령하고 식민지 했다는 것을 안다. 유관순 언니가 어린 나이에 만세 부르다 죽은 것도 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고 감옥에 갇혔다가 죽임을 당한 것도 안다. 그래도 나는 일본 여행 간다. 일본 뿐 아니라 유럽에도 가고, 갈 수 있으면 어디든 다 갈 것이다. 여행경비가 많이 드는 곳은 못 갈수도 있겠다.
해외여행을 갔다. 함께한 동행이 채식주의자다. 한 달 식탁 내내 그녀는 풀만 먹었다. 피자, 파스타는 먹었다. 그녀가 말했다. 자기네 식구들은 동물 애호가라고. 밍크코드, 밍크 목도리, 악어가죽 가방 등을 입고 걸치는 짓은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나는 호텔 조식, 뷔페에서 가져올 수 있는 육류는 하나씩은 모두 가져왔다. 나도 양은 많지 않다. 그러나 고기 좋아한다. 사흘 먹지 않으면 고기 생각난다. 밍크코트와 악어가죽가방은 내 수준으로는 능력이 없어서 못 가진다.
독서를 좋아한다는 그녀가 말했다. 책을 구입할 때 항상 고민한단다. 내가 나무를 희생해 가면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가? 하고. 도서관이 너무 좋다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고 했다. 대하소설, 장편소설 등은 자신만의 읽은 표식을 해 놓고 온다 했다. 그렇게 시리즈를 모두 읽는다 했다.
나는 주로 책을 사서 읽는다. 물론 도서관에서 빌려올 때도 있기는 하지만. 내 소유의 책이 편하다. 오래전부터 길들여져 와서 웬만한 책은 그냥 구입해서 읽는다. 내가 구입한 책으로 나무가 얼마나 많이 희생했는지는 모르겠다. 허긴, 식목일 나무를 심은 것은 초등학생 시절뿐이긴 했다. 앞으로도 나는 어쩌면 나무를 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기껏해야 작은 화분 정도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책을 구입해서 읽는 게 편해서 그렇게 할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하루에 만 보는 꼭 걷는다고. 태풍이 몰아치는 날 빼고는 만 보는 걷는다고 했다. 나는 하루도 안 걸을 때도 있고, 만 보 이상을 걸을 때도 있고, 천 보 미만으로 걸을 때도 있다. 만보기를 차지 않아서 몇 걸음을 걷는지 모른다. 날이 좋아서 걷기 편한 날은 많이 걷고, 게으름 나는 날은 몇 날 며칠 안 걷고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기도 한다. 나에게는 만 보를 걸어야 좋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그녀는 70대이상은 1600 칼로리 정도가 필요해서 철에 나는 과일 하나와, 브로콜리, 뭐, 뭐, 하며 매일 아침 일정한 양을 저울에 달아서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분유가 많이 들어간 커피믹스는 안 먹는단다. 수면을 방해하는 커피는 오후가 되면 일절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아무 커피나 마신다. 그중에서 믹스커피를 제일 좋아한다. 타기가 제일 편해서이다. 저녁이든, 밤이든 해야 할 일, 봐야 할 드라마가 있을 때는 언제라도 커피를 마신다. 잠이 들면 안 되기 때문에.
75살, 지금으로는 병이 없다. 먹는 약도 없다. 가끔씩 묻는다. "건강의 비결이 뭐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건강을 위해서 특별히 하는 게 없다. 궁한 끝에 답을 한다. "그냥, 대충 살아요, 내 편할대로 살아요." 대답해 놓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정답을 말한 것 같다. 아주 이기적인 정답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