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연천역

# 청춘의 빛은 사라져도

by 칠십 살 김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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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역(漣川驛)

간이역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연천로 273-7 연천역

주변 관광지 : 동막계곡




애가 많은 삶을 살았다. 1914년에 태어나 100년을 살아가면서 만 가지 잔상을 다 겪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의정부와 철원을 잇는 거점역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하며 고난에 찬 우리네 삶을 실어 날라야 했다. 1945년 남북 분단 직후에는 북한 땅이 되면서 북측 경원선의 종점이 되어 6.25 전쟁 준비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화물홈 2개 중 한 개는, 그들의 군사화물 발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온, 어쩔 수 없이 이복형제를 잉태하고 낳아야만 했던 내 엄마의 슬픈 운명의 산물을 보는 듯했다. 슬픈 운명의 산물, 2018년 7월 전철화 및 신역사 공사 과정에서 이 화물홈이 철거되었다


사람 몇 안 내린 연천역, 플랫폼에서 잠시 주위 산야를 둘러본다. 푸르름에 눈이 시렸는데, 2021년 완공을 목표로 경원선 동두천역부터 연천역까지를 전철화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경원선 열차 운행이 전면 중지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 연유로 맑고 깨끗한 연천의 자연환경을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연천역도 잡풀이 우거지며 황량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연천은 물이 유난히 맑고 흐름이 좋아서, 급수탑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옛 경원선을 달리던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해 주기 위해 세워진 급수탑, 원통형과 상자형의 두 급수탑이 아직도 그 형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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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형은, 수십 년을 거쳐 타고 올라간듯한 넝쿨이 외관을 둘러싸서 그 모습이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노부인의 모습처럼 근접하지 못할 신비감을 풍겼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아갔을 때는 녹색 넝쿨이 깨끗이 벗겨져 있어 노부인의 민 살을 그대로 보는 듯 황망하고 민망했다. 왜 저런 모습으로 변했을까? 푸르른 녹음의 계절이 지나고, 가을, 겨울을 거치면서 푸른 넝쿨이 시들어, 나처럼 앙상하고 추레한 모습으로 변해서일까? 새로운 푸르름을 삯 틔우기 위함이었으면 좋겠다..


100여 년이 다 되어가는 급수탑, 상자형은 6·25 전쟁의 흔적인 총탄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어 눈으로도 식별이 된다. 그때의 치열함을 눈으로 본다. 부디 이 험한 자국을 새로이 단장한다고 감추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상처는 삶의 흔적이다. 상처는 한 인생이, 사물이 어떤 시간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가를 보여주는 역사이다. 부디 지난 역사를 감추지 말고 그대로 보여주기를.


방문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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