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소고(小考)
직지사역(直指寺驛)
폐역
경상북도 김천시 대항면 덕전리 1056
주변 관광지 : 김천 직지사, 직지공원
오래전 폐역이 된 직지사역 찾아가는 길은 먼 시골에 있는 친정집 찾아가듯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했다.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그리고 걸어서 한참을 가야 했다. 허긴 승용차로 달리면 이런 번거로움이 없기도 하겠지만, 이런 폐역을 찾아갈 때는 걷는 게 제맛이다.
버스에서 내려 도로를 벗어나니, 이내 익숙한 시골 마을 길이 나타났다. 버스정류장에서부터 곳곳에 붙어있는 방향 표지판을 따라 10분가량 마을 길을 따라 들어갔다. 깨끗하게 잘 닦인, 고즈넉한 풍경이 좋다. 집 마당의 과실나무가 가는 길을 멈추게 한다. 낮은 담장 너머로 팔을 쭉 뻗어 하나 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주위 산천을 둘러보며 기차역이 이렇게 깊은 곳에 있었나 하고. 속으로 살며시 놀랬다
인근에 있는 직지사의 사찰명을 따서 지은 기차역 중 하나로 불국사역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사찰 기차역이다. 한때는 명승지 직지사를 찾는 참배객으로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사월 초파일 때는 임시열차까지 운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변화된 시대의 걸음에 맞추어 뒤로 밀려나 지금은, 이렇듯 옛 시간을 추억하는 한가로운 여행객의 발걸음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실제의 역사(驛舍)가 보존되어 있는 몇 안 되는 역이다.
역사 뒤편에 기차 카페가 있다. 요즘 간이역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카페다. 옛 역사는 작은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직지사 복지재단 산하의 김천 시니어 클럽에서 어르신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운영하고 있단다. 얼마나 좋은가. 노인분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해주고, 옛 역사(驛舍)도 살리면서 젊은 세대들에게는 알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탐색할 수 있는 교육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문득 폐역의 쓰임과 노인의 쓰임이 같다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를 속으로 삼킨다.
빈 철로, 지금은 갈 수 없는, 담장 너머 철로길. 잠시 서서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영상 한 장면을 붙잡는다. 하얀 칼라의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든 여학생, 검정모에 교복을 입고 가슴에 배지를 달고 서 있는 남학생, 말끔하게 차려입고 중절모를 쓴 중년 신사, 농사지은 것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팔러 가는 아저씨와 아줌마들. 기적소리 삑 ~ 내며 들어오는 기차, 이제는 모두가 흑백 영화 속의 장면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옛 그날들.
떠나지 마라,
떠나지 마라.
직지사역 앞에 세워진 박해수 시인의 시문이 떠나려는 내 발걸음을 차마 떼지 못하게 한다.
방문일 : 2016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