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역 구둔역

#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소고(小考)

by 칠십 살 김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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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둔역(仇屯驛)

폐역

경기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 1336-9

주변관광지 : 양평 두물머리




간이역에는 옛 조상들의 정서가 그대로 들어있다. 역의 이름은 보통 마을이나 지역의 이름을 따서 그대로 붙인 것이 그 하나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구둔역 길 3',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곳곳 어디라도 일제의 흔적이 없는 곳이 있겠는가마는 구둔마을도 ‘아홉 구(九), 진칠 둔(屯)’으로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 마을 산에, 진 아홉 개를 설치했던 것이 유래가 됐다고 한다.


낡은 폐역에는 이곳이 드라마나 영화 배경지로 알려진 곳이라고 광고하듯, 초라하지만 흔적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이제는 한 세상, 할 일 다하고 쓸모없는 뒷방 지기 할매, 할배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그 온기가 남아있는 듯, 잊혀진 옛 고향을 찾듯, 생전에 만나 보지 못했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러 오듯,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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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는 그냥 못 가나 보다. "할매 할배, 나 요즘 좋은 사람 만나고 있어요. 그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있답니다.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하며, 자신의 행복한 순간을 말해주고, 기억하고 인정받고 싶어, 할매 할배 가슴통에 숨 쉴 자리도 없이 빼꼼하게 사랑의 맹세를 적어 붙여 놓았다.


저 연인들은 모두 지금도 잘 만나고 있는지. 부디 다른 사람 데리고 와서 또 저렇게 두 번씩 이름을 올리는 불상사는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있는 할매는 젊음에 시새움이 잔뜩 나서 퉁명스런 일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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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작은 간이역,

작은 식당에서 먹는 우동은

작금의 시대에 폐약을 찾은

늙은이의 작은 낭만이었다.


방문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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