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연애 / 남여 심리
제법 늦은 시간 카톡이 울렸다.
여자 친구와 카톡을 주고받던 현호(남. 31,가명)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나이가 몇인데 제가 생리대까지 사서 바쳐야 하는 건가요?”
매너 좋은 현호는 명랑하고 밝은 여자 친구와 사귄 지 100일 정도 되었다. 데이트할 때면 여자 친구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물어보고 영화를 예약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식당을 미리 찾아보고 스케줄을 잡았다.
지금은 직장 업무로 타지역에 근무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장거리 연애가 되고 말았다. 자주 만날 수 없다 보니 주로 카톡으로 서로의 마음을 달래는 일이 많았다. 여자 친구의 모닝콜로 아침을 열었고, 점심시간이 되면 카톡이 와있나 확인하고 서로의 메뉴를 정해주곤 했다. 퇴근 후에는 무엇을 할 건지 미리 서로 일정을 공유하고 잠들 때까지 서로의 일상을 마치 들여다보는 것처럼 세세히 이야기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핸드폰에 아쉬운 굿나잇 키스를 하고서야 잠들었다.
둘은 서로 농담 코드도 비슷했다. 가끔 야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깔깔거리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일상을 이야기하다가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려고 현호는 여느 때처럼 슬쩍 야한 농담을 하려고 했더니 여자 친구는 오늘은 아니라고 했다. 현호가 웃으며 그러면 언제 하느냐고 하니 여자 친구가 생리하기 전날에 성욕이 터진다며 생리 전날 공략하라고 했다. 그래서 생리하는 날이 언제냐고 물었을 뿐이다.
“너는 네 성욕만 챙기려는 거지!” 여자 친구가 급발진하는 거다.
분명 좋은 분위기에서 하하 호호 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갑자기 성욕만 채우려는 정신병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당했지만 그렇게 받아들일 줄 몰랐다며 사과했다. 생리 전날은 미리 기억하겠다. 혹시 기억 못 하는 것 같으면 눈치를 달라며 앞으로 잘 챙기겠다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자 친구는 다른 커플을 들먹이며 “나 진짜 비교하는 거 싫어하지만 다른 남자 친구들은 여자보다 여자 몸 더 잘 알고 생리대 챙기고 다니고 우쭈쭈 해준다”고 하는 거다.
“정작 여자 친구는 저한테 생리 날 말 안 했거든요. 여자 친구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저 정도면 배려가 아니라 갓난아기 돌보는 수준이잖아요!” 현호는 어이가 없었다.
사과하고 앞으로 챙겨준다고 말했고 분위기 다 풀어가는 상황에 뭐 하자는 건지? 지금까지 생리일이 언제인지 말한 적이 없으면서 비교하며 욕까지 해대는 여자 친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자 친구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어이가 없고 황당해하는 현호 마음이 이해되었다. 지금까지 여자 친구를 배려하며 사귄 장거리가 되기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 먼저 살폈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할 때 현호의 배려심 많고 자상함에 고마워하고 행복해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떼를 부리는 거다.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 현호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서 여자 친구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여자 친구는 지금 생리대를 사달라는 걸까요?” 현호에게 질문했다. "여자 친구는 눈앞에서 친구 커플이 다정하게 데이트하는 모습이 부러운 것이에요. 늘 자신을 먼저 챙기던 자상한 남자 친구를 만날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어서 지금 보고 싶다고 그립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지요. 여자 친구가 내뱉은 말에 화가 나서 그런 마음을 읽지 못하고 '네 몸 네가 챙겨야지 내가 네 생리대까지 사다 바칠까?'라고 한 것이에요. 여자 친구가 지금 바라는 건 위로예요"
“내가 곁에 있어 주지 미안해.” 그 말 한마디면 되는데 “나도 네가 정말 보고 싶고 그리워. 밥도 같이 먹고 네 머릿결 만지며 네 향기 느끼고 싶은데 지금 상황이 이래서 정말 미안해”
상담 도중 현호가 갑자기 지금 사과하고 오겠다고 하더니 잠시 후 다시 카톡이 왔다.
“잘 풀었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랬다. 여자 친구가 현호에게 바랐던 건 위로와 공감이었다.
여자와 남자의 언어는 좀 다르다. 남자는 하소연을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한다.
여자는 감정을 알아주기를 원한다. ‘지금 내 기분이 이러니 당신도 나와 같이 느껴주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여자는 자신과 감정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