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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 Jul 16. 2024

아내가 전 남친을 위로 해주고 오겠다네요

철 없는 아내

인국(30세, 가명)과 지안(26세, 가명)은 얼마 전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는 채 혼인신고를 한 법적 부부다. 


남편 인국은 과거 부모님과 상견례를 하고 결혼 준비를 하던 중 파혼을 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파혼은 결혼에 대한 트라우마를 만들었고, 다시는 결혼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인국 앞에 지안이 다가왔다. 아픈 상처를 매만져주고 위로 해주는 지안은 인국에겐 어둠을 뚫고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이었다. 둘은 서로 합의 후 몇몇 친구들에게만 알리고 혼인신고를 했다. 


아내 지안은 대학 시절에 만나 3년을 만나던 사람이 있었다. 학교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름난 캠퍼스 연인으로 남친은 인기남이었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자신만을 바라보며 늘 지안을 먼저 생각하고 아끼는 남친과 사귄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여학생들에게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었다.  

그런 자상함과 배려하는 모습에 반해 사귀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안은 모든 것을 남친과 함께해야 하는 것이 귀찮고 답답했다. 혼자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면 일거수일투족을 남친에게 보고해야 했고 이후 만남은 그날 일로 다투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 남친의 집착이 너무 싫어서 편안하게 자신을 이해해 주는 인국에게 마음이 이끌렸다. 


어느 날 아내 지안이 외출준비를 하며 말했다. “나 지금 전 남친 좀 만나고 올게.” 마치 어제 만난 친구를 잠시 만나고 오겠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내를 인국은 멍한 눈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 

아내가 전 남친을 만나러 나가고 인국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결혼식을 하지 않았지만 분명 법적 부부인데 아내가 결혼 전 만나던 남자 친구를 만난다며 외출했다. 집을 나서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게 뭐지?’ 인국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내의 SNS에는 행복한 웃음을 짓는 아내 곁에는 전 남친이 인국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아내를 마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외출에서 돌아온 아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인국은 아내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프로필 사진 좀 바꾸면 안 될까?” 고작 한다는 말이 난데없이 프로필 사진이라니 인국 스스로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프로필 사진은 왜?” 아내도 별안간 웬 소리인가 돌아보았다. “당신 SNS에 아직 옛날 사진만 있고, 나랑 찍은 사진은 없잖아!” “요즘 SNS 하지도 않는데 뭐” 인국이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꺼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며칠 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내가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전 남친이 만나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카톡이 왔다며 지금 나가봐야 한다고 했다. 전 남친이 진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너무 마음 아프고 죄책감이 들 거 같다며 애원했다. 인국은 보내주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녀오라고 했다. 인국은 혼란스러웠다. 전 남친이 아내에게 만나자고 협박하고 아내는 그런 전 남친을 만나러 갔다. ‘왜 아내의 전 남친은 나의 아내를 만나자고 협박하는 걸까? 아내는 왜 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달려가는 걸까? 나는 왜 그런 아내에게 나가지 말라는 말을 못 하는 걸까? ’ 


전 남친을 위로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더 이상 전 남친과 연락하지 말고 만나지 말라고 했다. 아내는 화를 냈다. 그동안 사귄 시간이 있는데 어떻게 매정하게 연락을 끊느냐 했다. 만나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사람이 모른 척하느냐! 그러다 진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거냐며 인국을 인정머리 없고 속 좁은 남자로 몰아세웠다. 3년이나 사귀었던 남자가 지금 죽게 생겼는데 가서 위로하고 달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 지나 인국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아내는 전 남친과 같은 모임을 하고 있어서 그냥 좋은 마음으로 좋은 친구로 지내려고 했었단다. 

아내가 전 남친과 사귀다가 헤어지려고 마음 먹었을때 그는 아내를 붙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아내는 그의 그런 집착이 싫어 둘은 헤어지고, 인국을 만났다고 했다. 인국과 교제 중에도 그는 아내를 돌이켜 보려고 노력했고, 아내는 인국과 혼인신고를 했다. 아내는 인국에게 직접 전 남친을 만나보라고 했지만 앞으로 볼 사람이 아니라며 인국이 거절했었다. 그런 전 남친이 하도 애틋하게 생각되어 차마 마음을 정리할 수 없었는데 오늘 전 남친과 사귈 때 섭섭했던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 남친이 아내에게 쌍욕을 했고 그래서 이제는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너무 슬프다며 위로해달라고 했다. 오늘 그가 아내에게 쌍욕을 날리지 않았다면 모임을 가지며 서로 위로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할 뻔하지 않았는가? 


인국은 과거 파혼의 상처가 아직 아프다. 그래서 아내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서둘러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지금도 아내가 떠나버릴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국은 아내가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아내의 말과 행동은 철이 없다. 인국도 가장으로 과연 아내를 이해하는 척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인지 물었다.



이 가정이 온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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