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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 Jul 09. 2024

연애할 때 믿음직했던 남자 맞아?

남편은 무엇으로 사는가? 처가살이 연하 남편의 신혼일기

“연애할 때 남편은 참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결혼한 지 8개월 된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34세 미라(가명)가 말했다. 연애할 때 남편은 다정다감하고 살뜰히 미라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약속에 좀 늦어도 이해해 주고 걱정해 주며 자신을 애지중지하는 남편이 다섯 살 연하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그렇게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었다. 미라밖에 모르는 남편은 미라에게 처음으로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게 하는 남자였다. 늘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참 듬직해서 결혼을 결심했다. 

미라의 부모님은 가난한 살림에 힘들게 일하며 미라와 오빠를 키우며 자수성가하셨다. 부모님이 고생한 일을 잘 아는 미라는 부모님을 좀 더 살펴드리려고 노력했다. 결혼 후 남편은 고향을 떠나 미라가 사는 서울로 와서 미라의 아버지가 운영하다 넘겨준 사업체에서 일했다. 남편은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미라는 회계를 담당했다. 그랬다,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다툼이 잦아졌다. 남편은 쌓인 게 많은지 다른 일로 말다툼하다가도 항상 친정 식구를 들먹이며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아버지를 닮아 너나 네 오빠도 다 똑같다.”라고 하며 미라에게 ‘마마걸, 파파걸’이라고 했다. 그쯤 되면 미라도 고운 말이 나올 리 없어 꾹 참지만 영 마음이 불편했다. 

가끔 친정의 별장에 가면 남편이 부모님들이 만든 텃밭 일을 남편이 도맡아 했다. 그런 모습이 고맙고 믿음직스럽고 고마웠다. 남편은 힘에 부쳤던지 친정 오빠는 하지 않는 일을 자신만 해야 한다고 투덜대면서 점점 불만을 미라에게 퍼부었다. 결혼 전에 남편은 돈을 벌어 결혼해서 해외에 나가서 살자 했던 약속을 친정 부모님 일을 돕고 싶어 하는 미라를 위해 접고 한국에 살기로 했다. 사실 아무런 준비 없이 외국에 나가면 고생길이 훤하지 않은가? 남편도 한국에 살면 밥은 굶지 않겠다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툴 때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해외 나가서 살 걸 그랬다” 이미 결정 난 일을 계속 들먹이는 신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다 지난 일이고 그래도 부모님 덕분에 이렇게라도 살아가는 건데 감사하다고는 못하더라도 그런 말을 자꾸 하니 처음엔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감사한 건 감사한 거고, 이건 이거고 라고 해요.” 그걸 아셨는지 얼마 전 친정에서 편하게 살라고 집을 사주셔서 곧 분가하기로 했단다.

모든 것을 다해줄 것처럼 그토록 다정하고 자신만만하던 남자가 결혼하고는 온갖 불만을 쏟아내는 투덜이가 되어버리다니! 얼마나 난감하고 속상할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착한 딸로 현명한 아내로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잘 해내려고 애쓰는 미라의 고운 마음이 전해졌다. 한참을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던 미라가 마음이 좀 진정되었는지 “그래도 이렇게 말하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해졌어요.”라고 했다. 

“그렇지만 남편을 사랑하지요?” 웃으며 물으니 “네!” 수줍게 웃는다. “남편은 좋은 사람인데 지금 조금 힘들어서 힘에 부쳐서 그런 거라는 거 알고 계시지요?”라고 하니 “맞아요. 남편도 저처럼 여유가 없겠죠?” 그녀의 대답이 화사하다. 

“남편이란 사람은 아내의 인정과 응원으로 힘이 나서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남편은 지금 아내의 이해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거랍니다. 부모님의 배려에 대해 설득하려고 들거나 가르치려 하지 마세요. 남편도 다 알고 있답니다. 하지만 남편이 노력해도 빨리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니 자신에게 화내며 지쳐가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그토록 사랑한 내 여자인데 그 여자를 자신이 책임지지 못해 처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게 남편에게 참 힘든 일일 거예요. 남자는 그런 사람들이거든요”

“네 맞는 것 같아요.” 미라가 맞장구쳤다. 

“지금 남편에겐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아내의 사랑과 지지가 필요하답니다. 누가 있겠어요! 미라 님의 남편이잖아요! 아내가 힘을 주셔야지요.” 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손잡아드리세요 ‘여보, 많이 힘들지! 내가 늘 당신 곁에 당신 편이 되어줄게!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살아보자 우린 이제 시작일 뿐이야! 난 당신을 믿어!’라고 해보셔요.”

“진심으로 남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남편 입장에서 이해하는 태도를 먼저 보이면 남편도 진심을 느끼게 될 거예요. 그러면 남편 스스로 더 힘을 낼 거예요. 진정으로 남편의 입장이 되어보시길 바랍니다. 남편이 미라 님보다 나이가 어리고 가진 것도 없는 지금의 이런 상황이 남자로서 어떤 심정일지 진정으로 느껴 보시 길 바래요!”

“그리고서 가만히 자신의 마음도 들여다보고 쓰다듬어 주시길 바랍니다. 스스로 안아주고 지금 잘하고 있다고 말해 주세요.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세상이잖아요!”라며 격려했다.

미라가 “반성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딸로서도 처음 살아보는 거고 아내로서 삶도 처음이지요. 자책하지 말아요. 잘하고 계신 거예요. 부모님과 남편에게 더 잘하고 싶어 고민하는 자신에게 잘하고 있다고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토닥여주시길 바랍니다”

“자신이 행복해야만 부모님도 남편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답니다. 자신이 제일 먼저 행복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주변이 평안해야 하는 거지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그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습니다. 이런 고민과 번뇌가 앞으로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나갈 거라고 생각돼요. 

누군가에게 하소연이 필요할 때 혹은 위로가 필요할 때 언제라도 또 오셔요” 

“소중한 시간 저에게 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많은 위로가 되네요!”

그녀의 밝은 미소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녀가 딸로서 아내로서 또 자신을 보살피고 단단해져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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