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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May 29. 2022

요가 하는 동안에1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은 곳이 버스카드 충전소와 운동센터다. 물론 나 같은 뚜벅이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특히나 운동센터는 걸어서 닿는 곳이 제일이고 운동을 하기 위해 교통수단을 이용한다는 건 내게 상식이 아닌 상상이었다. (어쩌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상상은 역시나 현실이 되는 걸까. 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몸 어딘가 숨겨 놓았는데, 다니던 운동센터가 문을 닫고 달리기가 길을 잃을 때쯤 요가가 뭉게구름처럼 몸 여기저기에서 피어올랐다. 운명인가. 그렇지는 않다. 요가는 해탈이 필요한 분들이 하는 수행이거나 그 수행을 핑계 삼아 마음의 고통을 몸의 고통으로 상쇄시키고 싶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저 지루한 몸짓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는. 솔직히 그랬다.      


굳이 따지자면 마음의 고통을 몸의 고통으로 잊어버리고 싶었다. 제대로만 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내 몸에 고통이 차곡차곡 쌓여 마음 같은 건 잊어버릴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있었다. 저녁엔 무얼 해도 힘이 없는 나는 아침보다 더 이른 새벽 요가가 하고 싶었고 <새벽>과 <요가> <새벽 요가>를 검색창에 치고 또 치며 내 눈에만 안 보이는 요가 센터를 찾아다녔다.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저녁 수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새벽 요가는 동네에도 없고 동네 근처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다시 재미없는 복싱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싶던 찰나에 짜잔- 하고 <새벽 요가>라는 문구가 영광(?)스럽게 달린 블로그를 발견하게 되었다. 요가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요가왕이 된 기분이었다.      


어디? 거기라고?? 걸어서 갈 수 없는 곳에 새벽 요가가 열리다니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텐데. 발견의 기쁨은 빠르게 사라지고 발견의 고통만 남았다. 지하철을 타고도 환승 한 번까지. 50분 수업을 위해 2시간을 더 써야 했다. 8시도 겨우 일어나는 요즘 과연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날 수 있을까- 하다가 새벽 요가를 꼭 해야 하는 건가- 하다가 게으른 내겐 맞지 않은 운동이지 않을까- 까지 생각하다가 일주일을 보냈다. 수업 시작일이 얼마 남지 않았고 마음이 초조했다. 되지도 않는 머릿속 계산을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이랬다저랬다 하는 내게 짜증이 났다. 초조함과 피곤함이 머리까지 차오를 때쯤 용기를 불쑥 내어 요가 선생님께 카톡을 보냈다. 센터에 가보고 싶다고.     


별다른 상담이랄 것도 없고 공간이나 도구를 봐도 가늠할 기준이 없으므로 결단을 내릴 어떠한 근거도 얻진 못했으나 선생님을 본 것만으로도 하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한번 마음이 기울기 시작하자, 요가를 하면 무엇이 좋나요? 요가 하면 살이 빠지나요? 명상에 요가가 도움이 되나요? 같은 질문을 해대며 세뇌를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반드시 요가를 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요가를 시작했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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