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 나이 드는 우리

왜 나이가 들면 자기주장도 강해지는 걸까?

Aug 27. 2025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지혜롭게 판단하느냐이다.

– 시드니 J. 해리스-

최근 들어 집에 돌아갈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나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에는 부모님의 말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주 경험한다. 세상이 변하고 기술과 정보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부모님이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워졌음을 깨달았다.

집에 가면 그동안 밀렸던 여러 일을 알려주어야 한다. 스마트폰과 각종 앱을 활용하는 방법, 병원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방법, 각종 등록 절차, 은행 어플 사용법 등 일상의 자잘한 일들을 하나씩 설명하는 일은 자식의 의무이다. 사실 이 과정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부모님이 관심을 가지면 금방 익히고, 나도 가르치며 뿌듯함을 느낀다.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다른 데에 있었다. 최근에는 부모님이 믿고 있는 페이크 뉴스를 바로잡아야 했다. 특히 10대 아이들 못지않게 유튜브에 푹 빠진 아버지가 이상한 정보를 그대로 믿고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해야 했고, 설득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아버지의 믿음이 단순히 잘못된 정보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는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나이가 들면 바쁘고 피곤해서 친구들을 잘 안 만나게 되기 때문에 사회적 활동이 줄어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부모님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자기주장이 강해지면서 친구나 주변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잦아지고, 결국 점점 관계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고집과 자기 확신이 강해지고 이는 삶의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면서 가족과 나의 관계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고 그로 인해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일 때, 단순히 짜증을 내거나 답답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다는 것도 경험했다. 부모님도 나와 같은 세상에서 점점 달라지는 환경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는데 왜 자식들에만 의존하는지 가끔 성가시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단순히 ‘부모님은 나보다 나이가 많다’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존중을 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하지만 나이 들어감에 따라 고집이 생기고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이 달라지며 사회적 관계에서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노력하지 않으면 부모님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대한 '나이 듦'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나이 들어가고 있다. 나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내 의견과 주장을 더욱 확고히 하고 선택과 결정에서 자기중심적이 될 것이다. 부모님과 나, 그리고 주변 사람 모두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면 꾸준한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 나이 듦은 단순히 신체적 변화나 경험의 축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고방식과 태도, 가치관이 점점 뿌리내리면서 관계와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부모님과 나, 그리고 세상 모두가 나이 들어가면서 겪는 변화를 직시하게 되었다.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존중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 말이다. 부모님과 함께, 그리고 나 자신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이 세상에서 조금 더 지혜롭고 성숙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휴대폰 화면에 남아 있는 어머니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며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