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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화려해도 괜찮아

하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좋아

by 유타쌤

최근 모임에서 인증샷을 찍으면서 내 손을 제대로 보게 된 적이 있다. 음식이 놓이기 전에 손가락으로 별을 만들어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내 손이 너무 못생겨 보였다. 사진을 찍기 전에 후배가 말했다.

“언니, 손에 매니큐어 안 했네? 그냥 손 말고 다른 걸로 찍을까?”

나는 웃으며,

“내 손은 원래 이렇게 밋밋해. 괜찮아.”

라고 답했다. 하지만 속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매일 봐온 내 손이었고 매일 선크림을 발라 손등에 생기는 검버섯이 아직 없다는 점에는 자부심을 갖기도 했었지만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매니큐어 없이 짧은 손톱에 어떤 액세서리도 없는 내 손이 너무 밋밋해 보였다.


다들 매니큐어에 반지, 팔찌까지 화려하게 꾸며서 그런지, 내 손은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순간, 예전에 백화점에서 성인 여성복 코너를 지나며 생각했던 일이 떠올랐다. ‘왜 이렇게 화려한 옷들이 많을까?’ 그때는 단순히 색감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알 것 같다. 나이 들수록 핑크, 빨강, 꽃무늬 옷을 입는 이유는 단순히 화려함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조금 더 눈에 띄게, 조금 더 사랑스럽게 만들고 싶어서라는 것을 말이다.


사실 나도 꽃무늬 옷을 입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젊을 때처럼 자연스럽지 않고 나이 들어 화려하게 입는 것은 어떻게든 젊어 보이려는 발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게 과연 나에게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나도 화사하게 꾸미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누군가 내 손을 보고 예쁘다고 해주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도 있었고 말이다. 인간은 결국 아름다움에 끌리는 존재라는 것을, 내 몸과 마음을 통해 새삼 느꼈다.


“인간은 모두 아름다움을 원한다”라는 플라톤의 말처럼, 사람은 언제나 아름다움에 끌린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내 손을 바라보며 조금은 시기심이 섞인 감정을 느꼈다. 친구들의 반짝이는 손가락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나도 꾸몄다면 손이 예뻤을 거야. 그냥 자연스럽게 둬서 별로인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나이 듦’으로 포장했다. 하지만 솔직히 나도 알고 있다. 안 그래도 나이 들수록 손에는 주름이 생기고 색조도 예쁜 핑크빛에서 점점 칙칙한 갈색으로 변하는데, 손톱마저 짧으니 손이 더 초라해 보인다는 사실을 말이다.


며칠 후, 나는 작은 결심을 했다. 반짝이 펄이 섞인 투명 매니큐어를 사기로 한 것이다. 언뜻 보면 티가 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은은하게 반짝여 손이 덜 초라해 보였다. 바르면서 느낀 건, 작은 변화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거울 속 내 손톱 하나가 반짝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사소한 변화가 삶의 큰 변화를 만드는 것 처럼 작은 반짝임 하나가 내 마음을 조금 화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작은 변화가 손만이 아니라 마음가짐까지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톱 하나 바꾸는 것이 이렇게까지 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했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화려함을 즐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 나는 내 손톱과 내 선택을 바라보며 조금 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네일을 하고 작은 장신구를 더하며 나를 가꾸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면서, 어쩌면 삶은 이런 사소한 변화와 선택으로 조금씩 더 행복해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럼에도 여전히 꽃무늬 옷을 입는 것은 조금 어색하다. 젊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입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이유와 마음속 고민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손톱만이 아니라 옷차림도 조금씩 화려하게 시도해보려고 한다. 작은 꽃무늬 하나, 은은한 색감 하나라도 내 마음을 즐겁게 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느낀다. 한 번 시도해 보면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나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음을 기대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손톱 하나, 옷 하나가 아니라 내 마음 전체가 조금씩 빛난다고 느끼고 싶다. 작은 변화가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에 반짝이는 매니큐어 한 겹, 은은한 꽃무늬 하나, 사소한 선택 하나가 모여 내 일상을 조금 더 화사하게 만들 수 있음을 체감하고 싶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그러니까 더 이상 남과 비교하거나 시기심을 느끼지 않으면서 내 손과 내 선택, 그리고 내 작은 변화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스스로에게 따뜻해질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싶다. 그때가 되면 나이가 들수록 찾아오는 주름과 색조 변화, 짧아진 손톱조차도 나만의 아름다움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조금 더 빛나도 괜찮다. 조금 더 화사해도 괜찮다. 하지만 덜 빛나도, 덜 화사해도 괜찮다. 너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이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내 삶을 바꾸는 작은 진실로 마음에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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