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먼저, 나는 아이들이 먼저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아이들은 내 하루의 중심이라서 모든 계획과 선택은 아이들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밥을 먹을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시간마저 아이들 스케줄에 맞춘다. 나에게 아이들은 언제나 ‘먼저’다.
그런데 어느 날 친정 엄마가 삼계탕을 들고 우리 집에 찾아오셨다. 맛있는 냄새와 함께 정성스럽게 만든 삼계탕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삼계탕 안의 닭다리였다. 두 개의 다리가 있는 한 마리였고, 이걸 먹을 사람은 나와 아이 둘, 총 세명이었다. 머릿속 계산이 시작됐다. 당연히 아이들이 닭다리를 먹어야 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두 아이에게 다리를 나누어 주려고 접시를 꺼냈다.
그런데 그 순간 엄마는 닭다리 하나를 꺼내 살을 발랐고, 이것을 퍽퍽살과 함께 두 개의 그릇에 나누어 아이들에게 주었다. 그리고 남은 다리 하나를 내 앞에 놓으며 웃으셨다. "우리 딸이 엄마니까 제일 좋은거 많이 먹어야지"라는 말과 함께였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내가 먼저? 내가 지금까지 아이들보다 내 배를 우선한 적이 있었던가? 거의 없었다. 밥 한 숟가락도 아이들, 간식도 아이들, 잠자리도 아이들 먼저였다. 그런데 지금 엄마는 나를 먼저 챙기신다. 그것도 이렇게 당당하게 말이다.
그때 깨달았다. 엄마는 나에게 ‘내리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먼저 챙기듯 엄마는 나를 먼저 챙기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마음속에서 나는 언제나 우선순위인 존재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뿌듯함, 미안함, 혹은 약간의 당황스러움까지, 아마도 모두였다.
아이들은 그릇에 담긴 닭다리살과 퍽퍽살을 맛있게 먹었고 나는 큰 다리를 뜯으며 삼계탕을 음미했다. ‘엄마가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감정이 입안의 따뜻한 국물만큼이나 마음을 데웠다. 그리고 이 일은 나에게 사랑은 순서와 우선순위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했다. 아이들에게는 내가 먼저인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엄마에게는 내가 먼저인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로 다른 세대와 관점 속에서 우리는 모두 ‘먼저’라는 위치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먼저’가 사랑이라는 감정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종종 아이들에게 "엄마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 삼계탕 사건을 통해 깨달았다. 사랑은 말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배려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것을 말이다. 내리사랑이든, 옆사랑이든, 앞사랑이든, 모든 사랑은 결국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마음은 때로 웃음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 눈물을 만들기도 한다.
결국 나는 앞으로도 나보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며 살겠지만, 엄마가 내 앞에 놓아주신 닭다리 하나를 기억하며 나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겠다고 다짐했다. 사랑은 언제나 우선순위를 매기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와 깊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오늘 삼계탕 한 그릇으로 배우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웃음과 따뜻함 속에서 아이들과 엄마, 그리고 나 자신을 모두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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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써온 저자의 다른 글들이 '나도 10대는 처음이라서'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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