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지 않는 아이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Sep 19. 2025

"선생님, 그냥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아이들과 진로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듣는 말이다. 예전에는 화학을 좋아해서 화학교육과에 가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화학교사는 많이 안 뽑히니 신소재공학과로 방향을 바꿔야 해야 하나, 하는 식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즉, A를 할까 B를 할까 하는 선택의 문제가 있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아예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연수에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원인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많은 선생님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이들이 혼자서 영상을 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친구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고민할 기회를 얻는 대신 집에서 혼자 짧은 쇼츠나 영상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짧은 영상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신의 진로와 목표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가 사라진다. 이전에는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밖에 나가 뭔갈 하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큰 의미 없는 영상이나 쇼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또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신에 대한 성찰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 예전에는 친구들과의 대화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현재 아이들은 그런 기회가 제한적이다. 영상 시청에 집중하다 보니 목표나 관심사를 깊게 탐색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

결국 아이들은 진로를 고민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선택의 문제를 두고 A 할까 B 할까 고민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알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많다. 교사로서 이 현실을 지켜보는 것은 안타깝다. 아이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관심 있는 분야를 탐색하며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간을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선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기적인 토론과 발표, 프로젝트 활동, 동아리나 체험 학습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탐색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또한 책 읽기와 글쓰기, 친구나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이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안내하고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영상 시청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해 주어야 한다.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관심사를 탐색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진정한 자기 성찰과 성장이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진로 고민은 단순한 선택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다. 어른들은 환경과 시간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지만 실제로 고민하고 성찰하는 주체는 아이 자신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작은 성취와 실패를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삶에서 진로와 목표에 대한 고민은 결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들이 충분히 탐색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지지하면서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 아인슈타인의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결국 배움을 지속할 수 있다"라는 말속의 진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