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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선생님 Aug 28. 2023


저는 꼭 수학교사가 될 거예요.

목표는 있지만 실행 하지는 않는 아이들

"선생님!"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로 가는 길에 누군가가 부르길래 돌아보니 졸업생 L이었다. 

"수능 원서 접수하러 왔어요. 저 올해는 꼭 수학교육과에 들어갈 거예요. 나중에 교생 실습 여기로 올게요!"

L은 벌써 자신이 원하는 00 대학교 수학교육과에 합격한 것처럼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나는 등을 두드리며 애쓰라는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 아이가 학창 시절에 어떤 태도로 공부했는지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몇 달 전 치렀던 6월 학력평가 성적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L은 자신의 부모님처럼 선생님, 특히 수학 선생님이 되기를 학창 시절 내내 원했었지만 수업태도는 늘 꽝이었다. 잦은 지각은 물론이거니와 체육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할 때마다 수학교사를 꿈꿨다. 그리고 자신의 점수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몇 년 전 가수가 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자신이 어떤 가수의 어떤 노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언급하면서 가수가 너무도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 학생은 가수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물어볼 때마다 '아, 00 기획사에 영상을 보내볼까 생각 중이에요'라든가 '오디션에 참가해볼까 싶어요'라는 대답을 했지만 실제로 가수가 되기 위해 어떤 행동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물론 수업 태도 역시 좋지 않았다. 결국 고3이 되어서는 자신의 꿈과 전혀 다른 학과에 지원했지만 다 떨어졌고 재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껏 담임을 하면서 재수를 해서 잘 되는 학생들을 굉장히 많이 봤지만 (실제로 재수를 해서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이 학생은 왠지 걱정이 되었다. 자신의 꿈을 자신 있게 이야기했지만 이를 위해서 어떤 노력도 딱히 하지 않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세일즈맨으로 성공한 윌리엄 클레멘트 스톤은 '목표를 아무리 신중하게 세울지라도 열정적으로 좇지 않는다면 그것은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정한 뒤에 열정적으로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단지 '00가 되고 싶어요'라고만 말하고 마는 학생들을 종종 만난다. 실제로 이런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가 '그럼 그 꿈을 위해 너는 뭘 노력해야 할까?'라고 물으면 대답은 곧잘 한다. 자신 역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인데, 문제는 자신이 뭘 해야 할지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 정도만 하다가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꿈을 좇는 열정가들'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몽상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청 작가의 '역행자'라는 책을 보면 인간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하는 것에 있어서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무조건 일단 실행해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잘 되든 되지 않든 간에, 혹은 준비가 되었든 되지 않았든 간에 일단 실행해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인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예 시도조차 해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럴 경우 일단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종이에 적어본 다음에 일단 한번 실행으로 옮겨보라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하루 혹은 일주일 후에 그 학생에게 직접 실행해서 어떤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 물어본다. 좀 더 해보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직접 실천해 보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직접 설정한 목표를 조금씩 실천으로 옮기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되고, 습관은 결국 성공으로 가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그런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정하고 시작하면 좋겠지만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해. 내가 무얼 하는지 생각하기 보다 언제 하느냐가 첫 단계에서 중요하거든. 일단 시작해서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너의 꿈이 구체화되기도 하고 혹은 다른 방향으로 바꿔보고 싶기도 해. 중요한 건 네가 시작했기 때문에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게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일단 시작해 봐. 그것도 꾸준히 말이야."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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