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였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함께 40일간의 중동지역 여행을 떠납니다. 그때 담임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넌 대학 갈 생각이 없니?" 였습니다. 정작 저희 부모님은 아무런 걱정이 없으셨는데, 담임 선생님은 걱정어린 눈빛으로 절 바라보셨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여름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카이로로 떠났고, 이집트, 이스라엘, 그리스 그리고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학기가 이미 시작된 상태에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친구들이 문제집과 씨름하고 있을 그때, 카이로에서 아버지와 "신의 배꼽"이라는 그레이엄 헨콕의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모세의 출애굽 루트를 따라 이스라엘을 육로로 들어갑니다. 아버지께서는 그 길을 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셨고, 사막 한가운데 있던 시내산에서 평생 잊지 못할 신이 창조한 풍광을 마주하게 됩니다. 새벽 3시에 산에 올라, 밤하늘에 별을 보았을때, 쏟아질 것 같은 풍경에 아버지와 저, 둘다 모두 큰 감동을 받았고, 사막 한가운데서 솟아오르는 일출에 겸허함을 배웠던 여행이였습니다. 저는 이 여행을 통해 제 수능 점수를 몇 점 손해를 보았더라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신 아버지께 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제가 인생의 행복을 즐기며 살길 원하셨고, 조금은 다른 삶을 살길 원하셨습니다. 저에게 프랑스로의 유학을 몇 번 권하셨는데, 제가 조향사나 소믈리에같은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갖길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고3에 올라가면서 IMF가 터졌고, 저는 평범하게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네요. 아버지가 보시기에 현재 제 삶이 어떻게 보일려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평화로운 주말 아침, 아내는 서울로 출장을 갔고, 저는 딸과 함께 둘이서 우붓하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딸과 오늘 있을 플레이데이트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최근 고민하고 있는 수학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 정말 많이 큰 딸아이가 새삼 다르게 보이네요. 이제 저도 딸에게 어떠한 삶을 살라고 앞으로 방향을 잡아줘야 할지 고민을 해야할때 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