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팀원의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초등학교에 대한 질문을 부쩍 많이 한다. 그 맘을 안다. 나도 역시 그랬으니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들은 유치원 때와 달리 신경 쓸 게 많다. 유치원에 비해 수업당 시간은 길어지고 학습량도 많아진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달리 한 반에 25~30명의 친구들이 한 명의 담임 선생님과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우리 아이는 수업을 잘 들을 수 있을까? 새로운 친구들을 잘 사귈 수 있을까?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이를 잘 챙겨 주실 수 있을까?
아이의 초1 생활과 더불어 예비 초등학교 학부모인 엄마도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이 된다. 취학통지서는 언제 오는지, 개학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학부모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잘 챙겨 줄 수 있을지 등의 걱정 때문에 마음이 초조해진다. 하지만, 미리 알고 준비하면 초1 학부모 생활이 당황스럽지 않을 수 있다.
아이가 예비 초등학생이 되면 취학 전년도 12월에 동네 통장님으로부터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게 된다. 보통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우편함에 넣어두시기도 한다.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 서류 봉투에는 입학 통지서와 배정된 초등학교의 안내문, 예방접종 안내문, 초등 돌봄 수요 조사 안내문 등이 들어 있다. 대부분 잘 읽어보고 작성해서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져가면 된다.
예방접종 도우미 홈페이지에서 자녀의 접종 내역을 확인해볼 수도 있다.
이 중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은 예방접종 안내문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의 경우는 DTap 5차, IPV 4차, MMR 2차, 일본뇌염 백신 4차 총 4가지인데 이는 산모수첩에 기록된 대로 접종을 마쳤다면 해당 병원에 전산 등록이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되어 있지 않으면 등록을 부탁하면 된다. 전산 등록이 잘 되어 있으면 예방접종 증명서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직장을 다녀서 학교 수업 후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면 초등 돌봄 수요 조사 안내문을 통해 돌봄 신청을 하면 된다. 초등학교에서는 돌봄의 우선 순위를 저학년에게 두기 때문에 1, 2학년은 신청을 하면 대부분 돌봄 학급에 들어갈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면 1학년 학습 준비물을 안내해 준다. 학교에 따라 간단한 학습 준비물들을 입학식때 나눠주기도 한다. 대개 입학식 전에 책가방과 신발가방을 사두고 나머지는 입학식 후 안내된 학습 준비물을 챙기면 된다. 학교에 따라 준비물을 주기도 하고 추가로 필요한 물품에 대한 디테일이 다른 경우가 있으니 문구는 입학식 후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입학식을 마치면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다음날 정도에 학부모 총회를 한다. 초1 엄마들은 이때 다른 엄마들의 얼굴을 익히고 엄마들과 연락처를 교환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라 개별 모임 횟수가 예전보다 더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때가 학부모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때이다. 학부모 활동도 이 총회때 정해진다. 학부모 총회 날에는 아이의 교실에서 아이의 반 선생님, 어머님들과 인사를 한 후 함께 논의하여 반 대표, 녹색 어머니회, 명예교사, 급식 모니터링을 할 어머니들을 정한다. 주로 녹색 어머니회와 명예교사, 급식 모니터링은 지원자를 받고 반 대표는 추천과 투표를 통해 뽑는다. 코로나의 단계에 따라 이 과정이 온라인과 전화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엄마가 ‘자모회’ 활동을 해주신 것이 참 좋았다. 엄마가 학교에 오셔서 반에 잠깐 들르시기만 해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특히나 양손 가득 반 친구들이 함께 먹을 빵과 우유를 사오시는 날에는 부끄럽지만 기분이 으쓱했다. 이 행복한 경험 때문에 직장을 다녀서 학교 활동을 하려면 매번 휴가를 내야 하지만, 나도 우리 아이를 위해 매 학년마다 학부모 활동을 했다. 초등학교 학부모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고 어떤 것을 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1학년 때는 녹색 어머니, 2학년 때는 급식 모니터링, 3학년 때는 명예교사,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녹색 어머니를 신청했다. 사실 ‘직장도 힘드니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원자가 적어 담임 선생님께서 재차 지원을 부탁하시는 모습을 보니 명단에 이름을 적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학급 상황이 이와 비슷하니, 약간의 여유가 있으면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지 말고 빨리 지원을 하는 것이 좋다. 학부모회가 빨리 꾸려져야 모임을 빨리 마칠 수 있다. ^^
학부모회의 역할과 활동 시간대는 학교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각 역할별 활동은 대략 이렇다.
학부모회(반 대표), 녹색 어머니회, 명예교사, 급식 모니터링
학부모회(반 대표)는 그 반의 어머니를 대표하여 학교의 행사, 교육을 적극 홍보하고 참여한다. 주로 학교나 담임 선생님이 주는 공지를 그 반의 다른 어머니들에게 전달한다. 그 외에 1, 2학년 반 대표 어머니의 경우에는 1년에 두세 번 정도 키즈카페나 놀이터 등에서 같은 반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드는 일을 한다. 코로나로 단체 활동이 쉽지 않은 이런 시기에는 학급 학생들을 조별로 나누어 학생들이 친구들을 돌아가면서 만날 수 있도록 진행해보거나 줌으로 만날 수 있게 주선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녹색 어머니회는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할 때 교통 정리를 맡는다. 대개 반에서 7명 정도 선정하여 한 명당 연 3회 정도 학교에서 정해준 횡단보도 앞에서 아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교통 정리를 한다. 학교에 따라 아빠들과 역할 분담을 해서 녹색 부모님회로 운영하는 곳도 있고, 별도로 녹색 어머니회를 뽑지 않고 반 전체의 부모님들이 한 번씩 교통 정리를 하는 곳도 있다. 현재는 첫 번째와 같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학교에 따라 활동 3회를 2주 안에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일정과 운영 방법을 알아 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교통 정리 시간은 보통 8시 30분~9시 사이이다. 녹색 어머니회 반 대표가 해당 반의 어머니들이 어떤 곳에 배치할지를 정하므로 배정 시기에 자신이 사는 곳 근처의 횡단보도를 배정해달라고 하면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교통 정리를 한 후에 엄마들과 간단한 모임을 가져보는 것도 우리 아이의 학교 생활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신호가 바뀌기 직전 충동적으로 뛰려는 어린 초등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예교사(리딩맘)는 학교 도서실의 도서 관리 업무를 돕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일을 한다. 반에서 2명 정도 선정하여 한 명당 연 4회 정도 도서실 청소와 책 반납, 대여를 돕는다. 경우에 따라서, 도서 라벨 작업과 폐기 작업을 돕기도 한다. 1, 2학년과 같은 저학년의 경우, 반에서 책을 읽어 주기도 하고 아이가 3, 4학년이 되었을 때는 도서실에서 저학년 학생들을 위해 책 읽기 봉사를 한다. 봉사 시간은 보통 12시 30분~2시 30분 사이이다. 학교와 학급의 사정에 따라, 체험학습일(견학)에 명예 교사가 함께 체험학습을 가서 학생 지도를 돕기도 한다. 우리 아이 반의 경우에는 1학년때 체험학습에 명예 교사가 함께 참여를 했는데, 아이가 돌아와서 엄마가 명예 교사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명예 교사가 체험학습에 따라간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1학년때 명예교사를 신청했을 텐데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명예교사로 참여해서 반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우리 아이 외에 다른 학생들의 성향도 살펴볼 수 있다.
급식 모니터링은 반에서 2명 정도 선정하여 한 명당 연 2회 정도 참여한다. 식재료의 검수, 조리 참관, 조리 환경의 위생도 체크하고 급식을 시식한 후, 학교 급식에 대한 평가와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급식 모니터링의 시간은 보통 각 학교의 급식 시간 한 시간 전으로 11시~12시 사이이다.
학부모 활동이 부담되면 하지 않아도 된다. 학부모 총회를 할 때, 다른 엄마들과 얼굴을 익히고 연락처를 교환해 두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학교 생활을 돕고 이해하고 간단한 정보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