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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타시스 Apr 20. 2022

1.1.3. 중추 신경계 손상 환자 재활을 위한 철학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운동 조절의 새로운 철학


새로운 철학의 필요성


우리는 전기 자극의 감각 입력 (input)에 기인한 운동 출력 (output)에서 출발한 신경과학 지식이 신경재활 발달치료에 미치는 영향들을 확인하였다. 중추 신경계 손상 환자를 위한 현대의 다양한 운동치료 기법은 그 당대의 근거를 통해 성립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신경재활 발달치료에 활용되고 있는 신경과학 지식은 원인과 결과의 두 가지 요소에 대한 단순계 (simple system)에서 다양한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운동이 조절되고 있다는 복잡계 (complex system)로 발전했다. 단순계는 운동을 제어하고 치료하기 위해 입력을 조절하면 되는 확실한 적용 방식이 존재하지만 복잡계는 운동을 조절하기 위해 어떤 요소를 통해 치료를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미비한 상태이다. 따라서, 복잡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논리가 필요하다.



동일한 현상을 현대 물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물리학은 뉴턴에 의해 고전 물리학이 정립되고 현대 물리학으로 도약했다고 볼 수 있다. 뉴턴이 수학적으로 정립한  만유인력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Isaac Newton, 1687). 그리고 흥미로운 공식은 쿨롱의 법칙이다. 쿨롱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Charles-Augustin de Coulomb, 1785).



[만유인력의 법칙]                                     

F: 두 점질량 간의 중력의 크기

G: 중력 상수

m1: 첫 번째 점질량의 질량

m2: 두 번째 점질량의 질량

r: 두 점질량의 거리


 [쿨롱의 법칙]

F:전기력

ke: 쿨롱 상수

q1: 첫 번째 전하의 크기

q2: 두 번째 전하의 크기

r: 두 전하 사이의 거리



만유인력의 법칙은 우주 수준의 별과 별의 힘의 관계를 계산할 수 있는 공식이다. 쿨롱의 법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전하 수준의 힘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두 가지 법칙은 매우 다른 물리적 현상을 해석하기 위한 접근이지만 공식은 매우 흡사하다. 이 발견은 거시 물리학과 미시 물리학의 대통합을 발생시키는 굉장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물리학에서는 이 공식을 통한 계산과정에서 한계를 발견했다. 두 가지 공식은 고정 상태에서 다른 조건이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힘을 계산할 수 있다. 즉 단일 입력 (input)과 출력 (output)만이 존재하는 단순계 (simple system)에서만 성립한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이 존재하고 자연계에서 전기력을 가지고 있는 물질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다. 즉 두 개의 대단한 공식은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과거의 신경재활 발달치료 역시 신경과학 지식이 신경과 근육의 단일 연결 또는 상위와 하위 중추의 일차원적 연결로 구성되었다는 전제로 연구되었기 때문에 이견 없이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는 하나의 뇌신경 세포가 여러 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신경 세포의 기능은 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것은 복잡계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운동 조절과 관련하여 복잡계에 대한 이론을 적용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본 교재의 핵심 철학은 신경재활 발달치료의 치료적 방법을 물리학의 복잡계 이론을 준용하고자 한다.




복잡계의 정의


복잡계는 수많은 구성 요소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구성 요소 하나하나의 특성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나타나는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한규현, 원자력산업 2007). 이 정의는 운동 조절 중 시스템 이론에 대한 정의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는 철새의 군무다. 그림과 같이 수많은 철새들이 하늘을 날 때 하나의 개체는 전체를 볼 수 없지만 동시에 방향을 변경하여도 각각의 개체는 충돌하지 않는다. 전체가 방향을 순식간에 변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각각의 철새는 알지 못한다. 다만 바로 옆의 철새와 거리와 방향을 조절할 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철새 전체가 거의 동시에 방향을 변경하는 마치 수많은 개체가 춤을 추는 것 같은 군무 현상으로 나타난다. 복잡계로 설명하기 전에는 이러한 현상이 어떤 일정한 제한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일어난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을 임의 또는 무작위 (random) 조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철새들은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서로 충돌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최종 결과물을 위한 조절 기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료 출처: e대한 경제>



복잡계가 조절되고 있는 핵심 원리는 각각의 구성 요소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발현되는 것이다. 인간이 걷기 위해서는 중추신경계통 중 운동계, 감각계, 전정계뿐만 아니라 의식과 의지 등 많은 요소들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보행의 시작은 걷고자 하는 의식과 의지 그리고 대뇌피질의 요소가 필요하지만, 반복적인 동작에서는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중추 발생기 (central pattern generator), 그물체 (Recticular formation)등이 운동 조절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를 치료할 때 이 모든 요소들을 고려하며 치료를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새로운 현상과 질서에 해당하는 걷기를 조절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복잡계의 조절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복잡계에 대한 이론적 발전은 19세기 말 쥘 앙리 푸앵카레 (Jules-Henri Poincaré)가 초기 조건의 아주 작은 차이가 최종 현상에 아주 큰 차이를 초래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에서 정립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63년 에드워드 로렌츠 (Edward Lorenz)는 “갈매기의 날갯짓 한 번이 날씨를 영원히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하였다”. 이후 시적인 표현으로 갈매기는 나비로 대체되었고 우리는 이것을 나비 효과로 부르게 되었다. 나비효과는 초기치의 미묘한 차이가 크게 증폭되어 엉뚱한 결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정의된다. 기상학자였던 로렌츠는 대기의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결정론적인 12개의 방정식을 적용하였다. 이때 그는 1000분의 1의 차이가 최종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발견하였다. 방정식 즉 불변의 조절 방법으로 결과를 추론하였지만 입력 조건에 따라 그 결과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커지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을 카오스 이론의 태동으로 여기고 있다.



카오스 이론이 임의 또는 무작위 조절과 결정적인 차이점은 입력값이 같다면 그 결과는 항상 동일하다는 것이다. 신경발달 재활치료에서 카오스 이론을 적용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방정식 (구성 요소)의 작동을 완벽히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입력값에 해당하는 환자의 손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오스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초기 조건에 민감 (sensitivity to initial conditions)이다.




교재의 3부에서는 운동 조절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계의 조절 방식인 다음의 이론을 적용하고자 한다.


창발 현상(emergence); 하위 계층 (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 (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 구성 요소가 자발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과정


상전이(phase transition); 성질 가운데 일부가 급격하게 변하는 현상


공진화(coevolution); 하나의 요소가 변화하면 관련된 집단도 함께 변화하는 현상


현대를 살아가는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재활 팀은 손상 영역에 대한 현대의 신경과학 지식을 활용해 손상 요소를 확인하고 그 값을 초기 값으로 생각하여 최종 결론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p.s.: 이미 운동 조절의 시스템 이론에도 창발 현상, 자기 조직화, 상전이는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오스 이론의 첫출발은 초기 조건의 설정이다. 복잡계의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초기 조건을 설정해야 하는 가장 핵심이 누락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단추를 꿰지 않고 그다음을 논의할 수 없다.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의 초기 조건은 바로 손상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신경과학의 학습을 통해 환자의 초기 조건을 확인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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