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운동센터에 등록했다. 마침 새해 행사도 있었고 또 마침, 1월 2일이었다. 새해 첫날 운동을 등록하는 것은 일종에 의식 같은 것이다. 올해 꼭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다는 나만의 다짐이자 각오였다.
용기 내서 간 헬스장은 별세계였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음악과 알 수 없는 기구들 사이에서 방황했다. 뭘 할지 몰라 허둥대다가 쉬워 보이는 기구에 앉아 밀고 있을 때, 지나가는 멋진 근육맨이 말을 건넸다.
“그거,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 처음 오셨나 봐요. 제가 간단하게 알려 드릴 게요.” 그렇게 한 선생님과 인연이 시작되었다. 나는 한 선생님께 개인 수업을 등록했고 꼬박 삼 개월을 운동했다. 그런데 삼 개월이 지나도록 나는 매트에서 뒹구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선생님, 저는 언제쯤 운동다운 운동을 하나요?”
뽀로통한 목소리로 묻는 내게 선생님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원님은 지금 운동할 때가 아니에요.”
“왜요?”
“도시를 세울 때 무얼 먼저 하죠?”
“음....”
“건물이 서기 전에 수도도 깔고 전기도 깔고, 도로도 짓겠죠. 몸도 마찬가지예요. 신경이나 혈관이 먼저 튼튼해져야 근육이 만들어지는 거죠.”
“아...!”
“근력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기초 체력을 쌓는 중이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선생님의 찰떡같은 비유에 나는 내 상태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럼, 저는 얼마나 걸릴까요? 6개월?”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6개월이요? 아니요, 10년이요!”
“네?”
놀라는 내게 선생님은 설명을 이어갔다. 10년을 꾸준히 운동해야 비로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몸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다고. 몸은 10년 동안 빗어 가는 거라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Body building의 참뜻이라고 말이다. ‘A4용지를 몸에 쌓듯이’ 조금씩 근육을 붙이고 지방을 덜어내며 조각하는 거라니. 이것이야말로 장인정신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제야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10년은 해야 한다니, 매트에서 뒹구는 것도 10년의 과정 중 일부일 뿐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내 몸도 번쩍 들지 못할 정도로 비루하지만 언젠가 나도 어깨에 무게를 올리고 스퀏을 멋지게 하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상상만 해도 멋지다. 나는 조금씩 운동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