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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Jan 19. 2024

왜 사람이 제일 힘들까?

:  차마 하지 못하는 말들.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기까지, 아니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작가는 대본을 쓰고, 제작팀은 캐스팅을 하고, 편성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감독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구상을 하고, 촬영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대본이 나오고, 캐스팅을 하고, 편성을 받고, 촬영에 들어가고, 방송을 하고- 이 모든 과정이 계획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아니 많이 오래 걸리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된다는 확신이 있거나 '시간'을 정해놓고 기다릴 수 있다면 이 불안함이 적겠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그럴 수 없는 일이기에 모두 같은 '불안' 안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희망'이라는 끈붙잡고 있다 보니 답답한 건 모두 똑같은데...

왜 모두 자기 입장만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걸까?




세 번째 미팅 겸 회의를 하고 온 날이다.

당이 떨어졌다.

기가 빨렸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너무 피곤한데 잠도 안 온다.

이해해 보려고 애쓰는 나한테도 화가 난다.

오늘의 대화를 생각하고 생각해 본다.


저는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합리적이라는 단어의 뜻을 아시나요?)

안되면 안 된다고 얘기해 주세요!

(안된다고 이야기했더니 화냈잖아요!)

이런 중요한 걸 왜 지금 얘기하시는 거죠?

(저번주에도 저저번주에도 얘기했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못한다고 얘기하세요!

(반사. 네 맘 내 맘)

전 좋은 작품 만들고 싶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안 좋은 작품 만들고 싶을까?)

지금 저만 일하는 거 같아요!

(넌 퇴근하잖아. 우린 매일 야근한다?!)

저 진짜 너무 힘들어요!

(나도 힘들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하지 못하는 말들.

애먼 커피만 계속 마셨더니 속이 더 쓰리다.




영화나 드라마가 좋았던 이유는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일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라는 것도 좋았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과 소통하는  좋은 거 보니 내가 사람들을 좋아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사람이 싫어진다. 사람을 겪고 또 겪고, 겪을 만큼 겪은 거 같은데도 역시 사람이 제일 힘들다.


왜 이런 마음이 들까? 생각하다 보니

자기만 생각해 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인 거 같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고, 코로나가 끝났음에도 힘든 시기다.

영화는 점점 찾아보기  힘들고, 드라마도 편수가  많이 줄었다.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아서 결과가 안 좋은 게 아니고,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은 거다.

일을 하면서 힘들지 않은 적이 없지만 유독 더 힘든 시기이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럴 거다.




그러니까 지금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잘 안 되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되게 해 보려고 애쓰고 있는 사람이다.

생각해 주기를.

지금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듣고,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고,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있지는 않은?

생각해봐 주기를.

지금 내가 나의 불안한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나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삐딱하게 보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봐 주기를.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와 함께 무거운 짐을 나눠지고, 이 어려운 고비를 함께 할 사람이다.  

생각해 주길.


그리고 내일은

힘나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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