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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Oct 27. 2024

쉬는 시간

: 나 홀로 제주도


일 년에 한 번씩 이럴 때가 있다.

미친 듯이 돈이 쓰고 싶을 !!

나는 평소에 커피 말고는   일다.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쇼핑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유일하게 여행을 좋아하지만

요즘은 촬영 중이라- 일 하느라- 바빠서 생각조차 못하고 그저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이- 지금이- 지나가기를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 3주 전 감기에 호되게 걸렸다.

병원을 가도 낫질 않았고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 싶어 건강검진을 했더니만 그동안 없었던 콜레스테롤과 당 치수가 높게 나왔다. 원인은 스트레스란다.

늘 이 정도 일들은 있었기에 괜찮은 줄 알았는데 몸은  괜찮지가 않았나 보다

아프고 나니 불현듯 오늘이, 지금이 아까워졌다.

어디로든 떠나야겠다.

바다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내 상태만큼 흐린 제주도에 도착했다.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배가 고팠다.

평소라면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을 비싼  음식을 천천히, 남기지 않고  다 먹고-

따뜻한 커피를 사들고 바다에 앉아 2시간 동안 바다멍을 때렸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을 오늘은 보고 싶지가 않았다.

일을 안 하니 할 일이 없었다.

숙소에 들어가려는데 숙소 앞에 마사지샵이 보였다. 고민 없이? 아니 찰나의 고민 끝에 들어가 마사지를 받았다.

숙소에 들어와 맥주 한 캔을 마시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문득

지금 이 시간이 쉬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에게

내 마음에게


내가 없어도-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쉬지를 못했다.

내일이면 다시 출근을 하고, 다시 쉬지 않고 일을 할 거다. 그러니 앞으로는 나에게 강졔로 쉬는 시간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 쉬는 시간에는 힘이 나는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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