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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Sep 07. 2016

놀이터

Hektor str. Berlin

집 근처 놀이터

드넓은 모래밭 놀이터에 기어 다니는 영아를 풀어놓은 모습과 대부분 맨발로 노는 모습에 신발을 벗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했던 우리는!

이번엔 '모래를 퍼먹지만 않으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집 옷을 입히고 놀이터로.


금세

모래를 흩뿌리며 옷과 머리 모두가 모래 인간으로 변신.

모래가 코로 입으로 들어가는지 비비니

얼굴도 점점 거뭇거뭇해져 가고

그런 아이 얼굴이 귀엽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모두가 그렇게 놀고 있으니  

노는데 집중하게 된다.

아니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덩치가 아주 큰 아버님들도 시소를 타고 그네를 탄다.

함께 놀기도 하고 시중을 들기도 하고...

놀이터의 기구들은 어른이 타도될 만큼 튼튼했다.

같이 노는 기분이다.

슬쩍 타보니 재미도 있다.  


기어 다닐만한 유아들도 어울려 놀고 있었다. (사실 이 부분이 오래 남는다._아기가 모래밭에서 기어 다닌다니!!!) 기었가다, 어설프게 걸었다가, 올라타기도 하고;;;;, 먹기도 하다, 구경도 하며 나름의 놀이를 즐기는 듯 보였다. 


이곳에선 '~하면 안 돼'가 없는 진짜 아이들의 장소 같아 보였다.


아이를 따라다니며 혹은 중간중간 눈도장만 찍으면 아이는 자기 놀이에 빠져든다.

친구들이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을 보더니 미끄럼들을 혼자 올라가 타더라. 

자기가 가장 편한 방법을 익혀가면서...

우리에겐 아이가 어느 시점에 손을 놓아야 내려올 수 있는 건지를 알아낸 것과 미끄럼들을 올라가야 내려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재미있다는 것을 그 짧은 순간에 알아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한 번은 내려오다 다쳐서 올라가면 내려오지 않으려 하지만 그것도 언젠가 괜찮을 거라는 걸 알게 되겠지?...

올라가 못 내려오는 아이를 바라보면 안타깝지만 내가 먼저 앞서 가지 않고 응원의 눈빛만을 보내는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 

진실로 성장에 있어 주변 친구들이 최고의 선생님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조금 더 온화한 환경에 아이를 머물게 하고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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