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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Jul 18. 2018

나는 오이가 싫어요.

편식[偏食]-an unbalanced diet

편식[偏食]-an unbalanced diet  

1. 음식을 가려서 특정한 음식만 즐겨 먹음

2. 가려서 입맛에 맞는 것만 먹다

[출처:다음 사전]


아동영양학에선 편식은 후천적인 영향을 따른다는 관점이다. 부모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결과라 보고되고 있으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어렸을 때 첫맛이 좋지 않았거나 그 상황의 기억이 음식에 반영되기도 한다. 또 그 음식을 접하거나 먹는 빈도수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역시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편식은 선천적인 성향이 아니므로 원한다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편식이 안 좋은 것이고 변화를 만들어야 할까?


나는 오이를 즐기지 않고 남편은 오이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잘 먹을 수 있다.

친정 집 식탁엔 생오이보다는 오이지나 오이소박이 형태의 향이 덜한 오이가 식탁에 올라왔고, 생오이를 먹을 기회가 적었다. 반면 남편은 친정 집에서 처음 먹은 오이지에 대한 문화적 충격으로 그에게 오이지는 그냥 짠 오이로 자리매김되었다. 그는 생오이에 대한 거부감은 없으나 쌈장이나 고추장이 있으면 생오이를 먹는 경우보다 훨씬 더 잘 먹는다.  우리 둘 다 다른 식생활 라이프를 갖고 있기에 얻게 된 모습들이다.  


우리 집에서 식사를 차리는 경우는 내가 더 많으므로 생오이가 올라오는 일은 거의 드물었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이제는 먹으려 노력한다. 스낵처럼.

이유는 아이의 속열 때문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그 땅에서 그 계절에서 나는 것이 이롭다는 것이 약식동원 관점이며 나 또한 그런 사상을 갖고 음식을 대하고 있기에 그렇게 접근해 간다.  


엄마가 그 식재료를 좋아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제공하는 일은 고된 일이 된다. 그러므로 아이의 편식을 돕기 전에 엄마의 편식을 먼저 수정할 필요가 있다.   


오이와 친해진 나의 방법.

1. 일단 적은 양의 오이를 산다. -싸다고 다발로 사지 말 것!

2. 초고추장 및 찍어먹는 장은 일단 보류하자.

채소를 장맛으로 먹기도 하지만 본연의 맛을 알기 전에 먹게 되면 그 채소는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채소라고 뇌는 인식하기 어렵다. 심지어 나는 오이를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의 시작이므로 섬세하게 다가가고자 한다.  

3. 잘 드는 필러가 있으면 더 좋다. 태국 요리 연수 때 젊은 동기 셰프를 따라 주방기구 점에 갔었다. 그 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필러를 샀었는데 갖고 간 돈이 모자를 정도의 가격이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잘 쓰는 걸로 보아 이런 도구는 하나쯤 갖고 있어야 종종 요리할 맛도 난다. (그 친구는 지금 스타 셰프가 되어 있어 나에게 그 필러의 가치는 더욱 상승해 있다.)

자, 그 필러로 오이의 첫 껍질을 벗겨 버리고(종종 날씨에 따라 오이 껍질에서 먹을 수 없는 쓴맛이 나기도 하므로!) 다음 필러를 밀고 바로 먹어 본다.  

"먹을 만하다." 

새로운 모양의 오이에 아이는 급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우리는 먼저 오이 반 개 클리어.

나머지 반은 필러로 밀어 두고 밀폐용기에 돌돌 말아 (아이와 말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면적을 줄여 채소의 수분을 보존하려는 의도도 있다.) 냉장고에 보관한다. 일단 이 정도만 시도.

다음날 돌돌 말아 두었던 오이를 꺼내 다시 아이와 시도한다. 어제보다 수월하다. 이렇게 조금씩 늘려나간다. 어느 날 아이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길 했다 "아삭아삭 맛있는 초록 오이가 좋아요." 아이보다 내가 더 기특했다. 나도 오이가 예전보다 더 좋아져서 말이다.  


‘영양과잉 시대’에 ‘골고루 먹자.’라는 것보다는 선택적 균형식사를 제안하고 싶다. 인류의 습성에서 바뀌는데 오랜 시간이 드는 것이 식습관이기에 자신의 편식을 고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양질의 식사를 선택해 볼 권리를 누리는 것도 괜찮은 일 같다. 명목과 공은 ‘아이 덕분에!'-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부터의 자존감 뿜뿜도 지금 우리에겐 소중하다.  

내년엔 필러의 도움 없이도 아삭아삭 맛있는 초록 오이를 통으로 먹고 있는 우리를 기록해 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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