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偏食]-an unbalanced diet
편식[偏食]-an unbalanced diet
1. 음식을 가려서 특정한 음식만 즐겨 먹음
2. 가려서 입맛에 맞는 것만 먹다
[출처:다음 사전]
아동영양학에선 편식은 후천적인 영향을 따른다는 관점이다. 부모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결과라 보고되고 있으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어렸을 때 첫맛이 좋지 않았거나 그 상황의 기억이 음식에 반영되기도 한다. 또 그 음식을 접하거나 먹는 빈도수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역시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편식은 선천적인 성향이 아니므로 원한다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편식이 안 좋은 것이고 변화를 만들어야 할까?
친정 집 식탁엔 생오이보다는 오이지나 오이소박이 형태의 향이 덜한 오이가 식탁에 올라왔고, 생오이를 먹을 기회가 적었다. 반면 남편은 친정 집에서 처음 먹은 오이지에 대한 문화적 충격으로 그에게 오이지는 그냥 짠 오이로 자리매김되었다. 그는 생오이에 대한 거부감은 없으나 쌈장이나 고추장이 있으면 생오이를 먹는 경우보다 훨씬 더 잘 먹는다. 우리 둘 다 다른 식생활 라이프를 갖고 있기에 얻게 된 모습들이다.
우리 집에서 식사를 차리는 경우는 내가 더 많으므로 생오이가 올라오는 일은 거의 드물었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이제는 먹으려 노력한다. 스낵처럼.
이유는 아이의 속열 때문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그 땅에서 그 계절에서 나는 것이 이롭다는 것이 약식동원 관점이며 나 또한 그런 사상을 갖고 음식을 대하고 있기에 그렇게 접근해 간다.
엄마가 그 식재료를 좋아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제공하는 일은 고된 일이 된다. 그러므로 아이의 편식을 돕기 전에 엄마의 편식을 먼저 수정할 필요가 있다.
1. 일단 적은 양의 오이를 산다. -싸다고 다발로 사지 말 것!
2. 초고추장 및 찍어먹는 장은 일단 보류하자.
채소를 장맛으로 먹기도 하지만 본연의 맛을 알기 전에 먹게 되면 그 채소는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채소라고 뇌는 인식하기 어렵다. 심지어 나는 오이를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의 시작이므로 섬세하게 다가가고자 한다.
3. 잘 드는 필러가 있으면 더 좋다. 태국 요리 연수 때 젊은 동기 셰프를 따라 주방기구 점에 갔었다. 그 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필러를 샀었는데 갖고 간 돈이 모자를 정도의 가격이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잘 쓰는 걸로 보아 이런 도구는 하나쯤 갖고 있어야 종종 요리할 맛도 난다. (그 친구는 지금 스타 셰프가 되어 있어 나에게 그 필러의 가치는 더욱 상승해 있다.)
자, 그 필러로 오이의 첫 껍질을 벗겨 버리고(종종 날씨에 따라 오이 껍질에서 먹을 수 없는 쓴맛이 나기도 하므로!) 다음 필러를 밀고 바로 먹어 본다.
"먹을 만하다."
새로운 모양의 오이에 아이는 급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우리는 먼저 오이 반 개 클리어.
나머지 반은 필러로 밀어 두고 밀폐용기에 돌돌 말아 (아이와 말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면적을 줄여 채소의 수분을 보존하려는 의도도 있다.) 냉장고에 보관한다. 일단 이 정도만 시도.
다음날 돌돌 말아 두었던 오이를 꺼내 다시 아이와 시도한다. 어제보다 수월하다. 이렇게 조금씩 늘려나간다. 어느 날 아이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길 했다 "아삭아삭 맛있는 초록 오이가 좋아요." 아이보다 내가 더 기특했다. 나도 오이가 예전보다 더 좋아져서 말이다.
‘영양과잉 시대’에 ‘골고루 먹자.’라는 것보다는 선택적 균형식사를 제안하고 싶다. 인류의 습성에서 바뀌는데 오랜 시간이 드는 것이 식습관이기에 자신의 편식을 고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양질의 식사를 선택해 볼 권리를 누리는 것도 괜찮은 일 같다. 명목과 공은 ‘아이 덕분에!'-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부터의 자존감 뿜뿜도 지금 우리에겐 소중하다.
내년엔 필러의 도움 없이도 아삭아삭 맛있는 초록 오이를 통으로 먹고 있는 우리를 기록해 볼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