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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Jul 05. 2016

열 40도

두드러기 동반

3~4일 동안 이삿짐을 싸고 창문도 하루 종일 열어두었다.


아이는 다래끼가 오랫동안 있었기에 부루펜과 항생제를 3주 이상 복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이도 우리도 감기가 걸린 것을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이사 2일 전

함께 보낸 시간이 부족해 밖에 나가 산책을 하려고 옷을 갈아입히는데 아이가 평소보다 따뜻했다.

태어나 한 번도 열이 난 적이 없어 무엇을 먼저해야 할지 몰랐지만 아이는 평소와 같이 밝았다.


밤이 되니 열이 더 올라 야간 병원에 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40.2도를 찍었다.

혹시나 인터넷을 찾아보니 샤워를 시켜 열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을 덜컥 믿은 초보 부모의 무지에 아이 열이 더 올라갔던 것이다.

아이가 열이 나면 샤워는 금지다. 열이 완전히 내려가기 전까지 금지.

옷을 얇게 입히거나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어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약을 처방받고 하루가 지나니 몸이 차가워졌다. 약을 더 먹이면 더 차가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의사 선생님은 열이 떨어지더라도 처방받은 약을 반드시 시간에 맞춰 모두 먹이라 했다.


무사히 이사를 하고 독일에서 먹일 비상약을 더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갔다.

차 안에서 뭔가 두드러기처럼 올라왔지만 병원에서 떠나온 지 20분 채 되지 않았고 의사도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 했기에 집으로

1~2시간 뒤 순식간에 온몸에 두드러기 증상이 시작되었다. 이 시기에 수족구가 뉴스에서 나왔던 터에 그날 바로 가까운 다른 병원에 갔다. 여기저기 보더니 수족구란다.


며칠 뒤면 출국인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오전에 다녀온 병원에서도 입속을 보았고 이렇게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을 오전 의사도 놓친 걸까 싶어 오전 병원에 전화를 했다. 의사는 본인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며 사진을 상세히 찍어 보내달란다.

열에 의한 두드러기가 시작된 거라고 한다.

수족구는 아니라고

병원에 내원해서 약과 연고를 추가로 처방받아야 하니 다시 오란다.

다시 오전 병원으로


종종 이런 오진의 황당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찔하면서도 안도의 순간이었다.


다음날이 되자 두드러기 난 곳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그리고 더 많이 더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나무 빠른 속도로 아이의 피부가 변하기 시작했다.

수족구 아닐까????

수족구가 허벅지부터 시작하는 일은 결코 없다는 오전 병원 의사를 믿어보기로 했다.


아이의 고열에 의한 두드러기 동반은 햇볕, 땀, 울음, 음식(돼지고기, 닭고기, 유제품, 달걀, 견과류, 밀가루, 콩류 등)에 의해 더 악화될 수 있고 냉찜질이 효과적이라 했다.

퉁퉁 부어오른 손등에 얼음을 갖고 놀게 하면 번지는 속도가 완화되지만 더워지면 다시 번지는 건 시간문제다.

거의 끝날 무렵, 얼굴에 나기 시작했는데(이 부분에선 더 초조해진다.) 두드러기는 특정부위가 아닌 모든 부위에 나타나며 열이 떨어지는 마지막에 또 한 번 고조로 나타난다고 하니 유의사항을 잘 지키란다. 물론 이때까지도 샤워 금지. 물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는 정도만.


열심히 얼음찜질도 해주고 부지런히 연고도 바르고 4시간에 맞춰 약도 꼬박꼬박. 유의사항을 지키며 5일 동안 아이도 우리도 부모님도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출국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말끔해졌다.



독일에 도착해 아이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이렇게 훈련시켜준 아이에게 너무도 고맙다.

우리의 선택에 있어 아이가 가장 먼저 배려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도 확실히 알려주어 고마웠다.


너무 어리지만 아이도 '감'으로 자기의 환경을 인지하고 우리와의 정확한 의사소통은 아니더라도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말도 신중하게, 마음씀도 조심,

잠자는 시간 빼고 아이는 모든 시간을 들여 우리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모방하고 칭찬받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점을 종종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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