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im Mar 16. 2018

5살 남아를 키우는 여자 엄마

거짓말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어렸을 적 거짓말을 한 적도 있고, 그로 인해 매우 혼난 적도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거짓말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거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런 줄만 알고 자랐기에 '왜 거짓말을 하면 안되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어린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엄마나 아빠가 '무서워서'인 것 같다. 물론 그 행동이 잘못된 일인지는 스스로 판단을 마친 후라 그랬겠지만!

만약 엄마 아빠가 그 거짓말을 믿게 되면 아이는 그 행동이 잘못된 일인지 아닌지를 생각해 볼 기회를 잃게 되는 것 같다. 엄마 아빠가 함께 생각해 보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듯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노력하고 싶었다.


5세가 된 남아는 유치원보다 어린이 집이 더 어울릴 것 같단 생각에 4세 어린이 집을 졸업? 하고 다른 어린이집으로 입학?을 한 지 8일째가 된 어제, 아이의 가방에 빨간 버스 "가니"가 들어있었다. 허름해 보이는 자동차라 어린이 집 자동차를 넣었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선생님이 가방에 넣으라고 했다고 한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왜 넣으라 했을까? 주는 건가? 내일 다시 가지고 가야 하는 건가?

또 다른 하나는, 허름한 자동차를 선생님이 가방에 넣으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의 말을 믿지 못했다.

어린이 집에 전화를 했다.

[담임 선생님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아이가 왜 내게 그렇게 말했을까 짧은 순간에 많은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다시 물어봤다.

아이는 같은 말을 했다.

선생님께서 가방에 넣으라고 하지 않았다는데 왜 그렇게 이야기했어?라고 다시 물었다.

"놀고 싶어서..."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 맞다. 깜박하고 내 가방에 넣었어. 아기가 놀고 있었던 걸 정리한다고 가방에 넣었나 봐."라고 이야길 했다. 나는 이 말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린이 집에 있던 장난감은 가방에 넣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상황을 마쳤다. 아이는 갑자기 나에게 안기더니, " 마트에 가서 맛있는 것과 장난감도 사서 엄마랑 재밌게 놀자 응?" 말하며 오랫동안 나를 안았다.  


다음날 아침,

어린이 집에 바래다주는데 원장님을 만났다.

아이는 원장님을 보자마자 "가방에 어제 라니를 넣었는데 가지고 왔어요. 보여줄게요." 한다.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니, 어제 놀이터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이를 본 원장님은 그 장난감이 아이 것이라면 얼른 가서 가방에 넣으라고 했다고 한다. 자기가 놀고 있던 것이니 그 순간은 아이 것이 맞을 것이다.

..........................

등골이 오싹했다.


1. 아이는 나로 인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원장님은 아이들은 불편한 상황을 빨리 끝내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_이런 이유라면 아이들이 거짓말{허구를 사실로 생각하고 믿어버리는}을 하는 이유가 또 있었던 것 같다.)

2. 만약 내가 어제 아이를 훈육한답시고 눈물을 뺐다면 내가 잃을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찔했다.


거짓말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먼저 아이말을 믿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 보다도

훈육보다도

아이가 나를 믿고 내가 아이를 믿는 것보다 세상 중요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 싶다.


그래도 다행이다.

아이가 사실을 이야기해줘서

내가 다그치지 않아서

그럼에도 아이는 나를 안아줘서

많은 노력을 해야 나도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따 만나면 미안하다고 사과해야겠다.




이전 01화 5살 남아를 키우는 여자 엄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