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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 Nov 16. 2023

뜻밖의 다짐




거의 한 달 만에 러닝을 했다. 러닝은 커녕 별로 걷지도 않고, 늘 앉아만 있어서 몸이 찌뿌둥했는데, 추워서 도무지 운동할 엄두를 못내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떤 일인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달려야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단히 챙겨 입고 두꺼운 양말을 레깅스 위로 바짝 당겨 신고서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서 덜 추웠고, 조금 달리자 열기가 올라서 견딜만해졌다. 집 뒤의 산책로는 내가 몰랐던 사이에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고, 그 뒤로 뒤늦게 떠오르는 해로 붉게 물들었다.


이렇게 예쁘게 계절이 바뀌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있었네 싶었다. 무엇을 위해 정신없이 아등바등하는지. 지금 이 순간 내 주변의 예쁨과 반짝이는 것들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삶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향하고 있는 목적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에 흩어져 있는 것이며, 외부의 환희가 내부로 들어와 우리를 따뜻하게 하는 그러한 순간들에 있다.”

책 <철학자와 달리기>, 마크 롤랜드


앞으로 조금 더 자주 걷고 달려야지. 추워도 밖에 나와서 하늘도 보고, 나무와 꽃들과 길에서 만나는 동물들과도 눈을 맞추자.


언젠가 병원에서 엄마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오늘을 하찮게 여기지 말것, 내일이 그리고 그 다음이 당연한 듯 올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지 말 것’이라고 했던 다짐을 떠올렸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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