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그 카페에서 맨날 울어버려서

부끄러워서 다시 갈 수가 없다

by 소도

나는 그렇게 부모님 댁이 있는 대구로 와서 지내기 시작했다. 항암치료를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담당 교수님께서 엄마의 걱정이나 불안에 대해서 잘 이해해주시고, 엄마와 충분히 대화를 하며 앞으로 치료 방향에 대해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엄마는 다시 의욕적으로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나의 아침은 6시 좀 넘어서 눈을 떠서 엄마 간병 일지를 살펴보며 지난 며칠 동안 엄마의 전반적인 컨디션을 비교해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통증의 양상, 약 복용 상황, 수면과 식사와 같은 것들을 매일 엑셀에 정리해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전 7시쯤 엄마 방에서 건너가서 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했다. 엄마는 아프면서부터 잠을 잘 못 잤다. 주로 12시를 전 후로 잠에 들어서는 새벽 2-3시쯤 깨서 한참을 다시 잠에 들지 못했는데 그럴 때는 주로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쓴다고 했다. 그렇게 새벽 늦게 쯤 에나 다시 잠에 들어서 7시 정도에는 일어났다. 그리곤 우리는 유튜브에 있는 운동 프로그램을 보며 20분쯤 간단한 운동을 따라 하고, 아침을 먹었다. 요리에 경험이 많지도 않고 소질도 없는 나는 입맛이 없는 엄마에게 어떤 걸 해 드려야 할지 매일 막막했다. 감사하게도 이런 우리 사정을 잘 아는 큰어머니께서 매번 맛있는 국과 반찬, 죽을 손수 만들어서 갖다 주셔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오전 시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외부 활동을 했다. 엄마는 원래부터 사회 봉사 활동이나 취미 생활로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셨는데, 아프면서부터는 그런 모임을 반 이하로 줄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 마저도 정기적으로 나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엄마가 좋아하신 음악교실과 탁구 연습 같은 모임만 종종 나갔다. 오후에는 집에서 쉬다가 집 앞에 있는 강변으로 산책을 나가서 천천히 한 시간쯤 바람 쐬고 오거나, 사우나 가서 쉬다 오거나, 그것조차 어려울 때는 옥상 정원에 올라가서 좀 걷고 또 바람도 쐬고 오곤 했다.


엄마의 간병을 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하루를 걱정으로 시작하는 삶에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다른 문제에 봉착하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일상. 그런 와중에 이상하리만큼 평화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날이면 행복함이 가득 차 올랐다. 특히 엄마랑 옛날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컨디션이 좋은 날의 엄마는 쉬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했다. 어렸을 때 우리 삼 남매 키우던 이야기, 우리가 살았던 작은 맨션에서 만난 좋은 이웃들, 우리 가족 여행 가서 있었던 에피소드들, 아주 사소하게 엄마가 좋았고 싫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 했던 이야기를 또 할 때마저도 엄마는 즐거워 보였다. 동시에 엄마가 원한 건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였다는 생각을 하면 가까이 살면서 살갑게 수다 떨 수 있는 딸이 아니었던 내가 너무 미안했다.


엄마가 힘들게 항암치료를 해가며 그 새로운 삶의 패턴에 익숙해지던 이 시기에 내 역할은 아주 작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것들이었다. 엄마의 하루에 일상적인 일들을 그림자처럼 함께하는 것. 혼자 하기엔 조금 엄두가 안나는 일들을 같이 해주는 것. 엄마의 조금은 쳐지는 기분을 알아채고 신경을 돌릴 일들을 같이 찾는 것 (주고 쇼핑을 가거나 사우나를 다녀오는 게 효과가 좋았다). 엄마가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같이 먹으러 가는 것. 엄마가 스스로 묻는 질문들, 작은 고민들에 괜찮다고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 아빠 흉을 같이 봐주는 것. 엄마가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그냥 옆에 앉아 있는 것. 즐겨보는 티브이를 같이 맞장구치면서 보는 것. 통증이 오거나 새로운 증상이 있을 때 그 경중을 같이 고민하는 것.


이렇게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에 비해 나는 많이 지쳐갔다. 상황의 심각성에 모든 것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한 일이지만. 분명 쉬울 거라고 생각한 것도 아님에도 예상치 못한 것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엄마가 아파서 힘들어한 날은 한없이 엄마가 가여워서 울고, 오래간만에 좋은 하루를 보낸 날은 이 시간이 소중하면서도 앞으로 이런 좋은 날이 또 있을까 하며 울고, 어떤 날은 엄마가 한 무심한 넋두리가 상처로 남아 서글퍼서 울고, 그중에서도 제일 많은 날 나는 많은 걸 포기하면서까지 맘먹고 와서는 별 도움도 안 되고 힘들어서 울고만 있는 내가 한심해서 울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마음을 달래러 집 근처의 카페로 가서 몇 시간씩 앉아있다가 오곤 했다. 앙꼬라는 이름의 시바견이 있는 카페였는데, 시크하면서도 은근한 애교를 가진 앙꼬를 쓰다듬고 있으면 엉망으로 엉켜있었던 마음이 정리가 되곤 했다. 그러려고 한건 아닌데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가다 보니 늘 갈 때마다 결국은 혼자 한참을 울어버리고 부끄러워하면서 도망치듯 나오는 날이 많았다. 분명 내가 눈이 벌게지고 훌쩍거리는 걸 봤을 텐데도 거기 직원분들이 모른척해주어서 고마웠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새로운 삶에, 엄마를 돌보는 보호자라는 내 새로운 역할에 익숙해지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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