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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 Sep 06. 2021

남자의 구체적인 프러포즈 계획과 실행기

"프러포를 [    ] 해야 할까?"

남자들이 결혼을 앞두고 프러포즈에 대해 고민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다음 괄호 안에 들어가는 것은?

1번. [어떻게]

2번. [언제]

3번. [꼭]

4번. [이 사람에게]


물론 3번이나 4번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글을 클릭하지도 않았을 것이니 패스!

나 또한 언제? 와 어떻게? 가 주요한 고민이었다.


Q1. 프러포즈를 [언제] 해야 할까?

이 질문은 내 프러포즈가 그녀의 예상보다 더 빠를 것 같다는 직감에서 온 고민이었다. 이 고민을 시작했던 시기는 크리스마스가 점점 다가오던 작년 11월 말, 그녀와 아직 사귄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단순히 프러포즈를 처음 생각한 계기는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던 과정에서였다. 프러포즈만큼 크리스마스를 의미 있게 기억하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럼 프러포즈를 이때 하지는 않더라도 조금 더 구체화해서 상상해볼까'로 시작한 발단으로 인해 며칠간 내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프러포즈 계획을 채워나갔다. 그렇기에 나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접근으로, [언제]에 대한답은 내리지 않고 [어떻게]를 먼저 채우기 시작했다.


Q2. 프러포즈를 [어떻게] 해야 할까?

 - 장소는_

   처음 방문하는 낯선 곳보다는 이전에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곳이 좋을 것 같았다. 이후에도 가끔은 찾아와서 추억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고, 남들에게 많이 알려진 대중적인 곳일수록 그 추억은 반감될 수도 있었기에. 나의 경우 총 세 곳 정도를 후보지로 떠올렸는데, 사귀고 초반에 와인을 마시며 기억에 남을만한 노을을 본 어느 호숫가 주차장, 우리가 정말 기대도 안 했던 여행지의 한 행선지에서 너무나 완벽하게 휴식을 취했던 바닷가 마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데이트를 갈 때마다 색다른 재미와 만족을 주었던 인근의 작은 도시.


- 방식은_

  프러포즈를 미리 알려주고 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 서프라이즈를 세팅해 놓고 그 순간을 위해 마음 졸이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 한 순간인 것이 우리를 위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기념일에 숙소에서 우리가 지금껏 함께 한 사진들로 포토월을 만들고 이를 보는 와중에 프러포즈를 하기로 결심했다.


- 선물은_

   그전부터 그녀는 갖고 싶은 한 브랜드의 목걸이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반지와 고민이 됐다. 하지만 프러포즈만큼은 특별하게 반지를 주는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주관일 뿐이기에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사전조사(?)를 위해 다양한 블로그의 프러포즈 후기를 봐도 반지에서부터 목걸이, 가방까지 다양했다. (혹은 이 모든 걸 선물하는 프러포즈 후기도..!)


반지로 정한 다음에는 프러포즈로 대표되는 주요 브랜드와 각 브랜드별 반지 종류까지 또 다른 세계였다. 

장신구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온 남자였던 나이기에, 일정 기간 동안 스터디가 필요했다. 그 이후 특정 브랜드 세 곳과 그 브랜드의 대표 제품들을 숙지한 후 몇몇 백화점을 다니며 직접 관람하며 마음을 정했다. 나는 롯데백화점 본점에 위치한 C사의 작은 다이아몬드 링으로 결정했다. 이 반지라면 그녀가 충분히 좋아해 줄 것 같았고, 일상생활에서도 낄 수 있을 만큼 부담스러워 보이지도 않았다. 참고로 보통 프러포즈링을 살 때에는 손가락 치수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구매한 날로부터 특정 기간 안에 교환을 해 주는 제도나, 상품권을 통해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 두면 좋다.



그 와중에 프러포즈 장소로 처음에 생각했던 호수 주변의 숙소가 알고 보니 묘지가 많아 먼 훗날 즐겁게 갈만한 장소는 아닐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예약을 취소하거나, 그녀가 마침 그날 야근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약속을 연기하는 등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프러포즈를 구체화하면서 나는 그 해를 넘기게 됐다. 자연스럽게 그녀와 나의 1주년인 2월 중순, 우리가 방문할 때마다 늘 즐거웠던 송도의 호텔에서 프러포즈를 준비했다. 프러포즈 당일 나 혼자 조명에서부터 노래, 케이크, 포토월을 오롯이 준비하느라 작은 변수들도 있었지만 모든 시간 동안 무척이나 즐거웠고, 그녀 또한 나의 프러포즈에 웃으며 결혼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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