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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우 Mar 09. 2023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 리뷰. 감성 없는 갑분싸 로맨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 리뷰 일본에서 트리플 천만 관객을 동원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시작부터 강렬하게 시작되는 모험은 끝까지 이어지기에 지루할 틈은 없다. 작화 역시 뛰어나다. 그러자 이전 작품처럼 뭔가 긴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아쉽게 생각할 수 있다. 감성에 호소하는 오락 영화로 재미를 제공한다.


그러나 감성은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가고 주연을 제외하면 다른 캐릭터들이 왜 등장했고 그들의 사연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답을 제공하지 않기에 서론에서 본론 없이 결론을 향해 끝없이 질주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스즈메의 모험과 목숨을 도외시하면서까지 행동하는 이유 역시 그렇다.


3.11 동일본 대지진이 직접적인 주제다. 어느 날 스즈메라는 소녀가 한눈에 본 남자에 반한다. 그리고 그를 찾아 폐허가 된 온천이 있던 마을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의지로 큰 모험을 시작한다. 일본의 지진은 땅속에 잠들어 있지만, 주기적으로 깨어나는 미미즈라는 정체불명의 괴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타의 가문은 토지시 역할을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으며 문을 닫아 미미즈를 막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스즈메가 요석을 뽑고 요석이 다이진으로 변하면서 일본은 큰 위기를 맞이한다. 소타 역시 의자로 변하면서 스즈메는 미미즈를 막아 일본에서 일어나는 대지진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화는 정말 압도적이라 할 만큼 보는 눈이 즐거웠다. 그러나 보는 즐거움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판타지 장르, 로드 무비, 성장 이야기, 민속 신화가 얽히면서 중구난방 같다는 느낌도 주고 있다. 더욱이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로맨스다. 첫눈에 반한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 생과 고2 여고생의 로맨스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첫눈에 반해 대화 몇 마디 한 남자를 위해 목숨을 건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되돌리거나 없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다만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과거의 상처를 통해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도심 또는 마을에 남아있는 폐허의 흔적은 그날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말해준다. 스즈메의 여행은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이 덮쳤던 여러 지역을 조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러 이야기를 묶으며 감성에 호소하고 있지만, 그 감성이 와닿지 않는다. 마치 내가 여러 장르를 많이 보여줄 텐데 그중 마음에 드는 것만 감성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하는듯하다.


스즈메는 요석이 된 소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하는 것 자체도 이해되지 않지만, 누군가는 요석이 되어 미미즈를 막아야만 한다. 바로 고양이 다이진이다. 다이진의 과거에 대해 알 수 없지만, 과거 사람으로 요석이 되어 미미즈를 잠재우고 있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돌이 되어 수십 년을 보내야 했고 다시 세상에 나왔을 때 돌이 되어야만 하는 슬픔이 스즈메가 소타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일보다 솔직히 더 슬픈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장르를 통해 이것저것 보여주다 보니 정작 중요한 캐릭터는 그 쓰임새가 분명치 않고 아쉬움을 자아낸다.


스즈메의 문단속 분명 작화도 좋고 오락 영화로는 괜찮지만, 무엇을 느끼거나 여운이 남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갑분싸 로맨스와 성장 이야기, 알아야 할 캐릭터를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면서 판타지 모험 영화로만 역할을 한다. 지루하진 않기에 기대 없이 본다면 볼만한 영화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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