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일요일 채널 돌리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우연히 이 영화를 만났다. 처음엔 아역이 너무 귀여워 눈을 땔 수 없었는데 그러다, 그렇게, 나는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어 갔다.
보는 내내 얼마나 키득거렸는지 ㅎㅎ
이사 온 첫날 옆집 소녀 줄리 베이커를 만나게 되는 브라이스 로스키.
셔츠 어디서 샀어?
브라이스는 줄리의 눈빛을 통해 뭔가를 직감한다. 웬만해선 끊을 수 없는 교감이 방금 둘 사이에 극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걸. 그러나 이는 한 사람에 의해 유지되는 일방적 관계일 뿐.
너무나 적극적으로 하트를 날려대는 줄리의 대시가 못내 불편한 브라이스. 때문에 브라이스는 줄리의 노빠꾸 어택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만 하는데 그런 서운한 상황에서도 줄리는 마음을 접지 않는다. 그렇게 줄리의 짝사랑이 6년을 넘어가게 되고 드디어 둘은 같이 반이 되었다.
영화를 보며 정말, 가능해?
하고 내 자신에게 물었다.
어떻게 6년 동안 한 사람만 좋아할 수 있어.
어떻게 저리도 사랑스런 줄리를 알아보지 못해!
자신의 감정 앞에 솔직할 줄 알고 자연을 사랑하는 소녀를...친절하고 사려 깊은 줄리, 그저 눈코입 예쁜 게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할 줄 아는 줄리를 못 알아본다는 게 내겐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줄리도 사람이었는지브라이스에게 실망을 느끼는 일이 벌어진다.
자신이 사랑하는 플라타너스(스쿨버스 정류장에 심어진 나무)가 도시 미관 정책에 의해 잘라져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나무 위로 올라간 줄리. 그런 줄리의 행동이 어딘가 튀어 보인다고 생각한 친구들은 줄리를 버려둔 채 스쿨버스에 오른다. 줄리는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 함께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브라이스 역시 난처한 표정을 짓고는 버스에 오른다. 가지 위에 홀로 남은 줄리... 그 위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얼마 뒤 사람의 마음을 함부로 저버린 브라이스의 행동으로 줄리는 결정타를 맞게 된다. 줄리는 직접 기르는 닭이 낳은 달걀을 브라이스네 가족에게 선물하지만 브라이스는 세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달걀을 쓰레기통에 버리게 되고 그 장면을 줄리가 목격하고 만다.
너. 란. 놈. 은. 트. 래. 쉬? ㅎ
줄리의 콩깍지가 6년 만에 벗겨지는 순간.
그 뒤로 줄리는 더 이상 브라이스를 쫓아다니지도 눈을 맞춰주지도 않는다.
홀가분할 줄 알았던 브라이스 그러나 점점 허전함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을 채우고 있는
많은 것들이 줄리에게서 왔음을 깨닫게 된다.
왜 곁에 있어줄 때는 그 가치를 모르는 걸까?
세상사는 왜 그렇게 다 꼬여 있어야 하는 걸까.
운명의 여신이 있다면 돌팔이 아니면 변태가 아닐지 ㅎ
처음으로 줄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브라이스. 이로써, 브라이스의 마음은 ‘flipped’ 하게 된다. 전세는 역전 됐고 그래서 어떻게 될까. 줄리가 마지막까지 브라이스를 외면할까?
아니면 제3의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어떤 영화든 단 하나의 명장면이 있다. 제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따라오는 이미지.
내게 그 이미지는 두 사람이 함께 바라보는
노을 지는 풍경일 것이다.
매일 한 번씩 지는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장면, 매일 맞이할 수 있는 이 행운을 참 많이도 놓치고 살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