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친상
무척 건강하셨던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늘 다니시는 집 앞 사우나에서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서 119가 출동했고 구급대원이 휴대전화에서 가족 목록을 찾아 전화를 했다고 한다.
친구는 회사에서 무심코 전화를 받았는데, 지금 아버지가 심폐소생술 중이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말을 듣고도 상당히 침착하게 핸드백을 챙겨 택시를 잡아탔다고 한다. 그리고는 달리는 차 안에서 내내 덜덜 떨면서 울었고 택시기사 아저씨는 괜찮을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계속 기도해주셨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하니 의사가 '지금 40분째 심폐소생술 중인데 저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네요.'라고 말했단다. '그럼 심폐소생술을 멈춰 달라.' 친구가 본인의 입으로 직접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잖아. 더 할 게 없다는데 보내야지. 이상할 정도로 담담하더라고."
아빠가 좀 아파서 응급실에 왔다고 듣고 뒤늦게 병원에 도착한 친구 어머니는 응급실 벽에 이마를 붙이고 한 시간을 가만히 서 계셨다고 한다.
"울 아빠가 사고사잖아. 조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해서 경찰서에 갔는데 멀쩡하게 대답하다가 바닥을 구르며 울고 또 멀쩡하게 대답하다가 드러눕고 그랬어."
"그런데 저쪽 건너편 책상에서 옥신각신 하는 게 눈에 들어오더라고. 무임승차 하려다가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잡혀서 경찰서에 왔데. 그런데 그 와중에 아줌마가 어디서 얼마를 떼어먹다 어떻게 잡혔는지 이야기가 다 들리는 거야. 있지, 그 아줌마 아주 멀쩡하게 생겼는데 세상에 이번이 처음이 아니래. 상습범이라지 뭐야. 2만 몇 천 원, 3만 몇 천 원 그러다가 이번엔 20만 원이래. 내가 그거 궁금해서 끝까지 다 듣고 왔다. 나 진짜 이상하지?"
"사우나에 가서 아빠 물건 챙겨 오는데 검정색 비닐봉지에 담아 놓았더라고. 요만-한 거 있지? 시장에서 쓰는 쬐그만 거. 달랑 그거야. 우리 아빠가 마지막으로 몸에 지니고 있었던 게. 성질나지 않냐?"
...
"근데 누구누구 올까? 몇 군데 연락은 했는데."
"걔는 뭐 한데? 그 선배랑 아직도 연락하냐?"
...
"웬일이니, 웬일이니"
"글쎄, 그랬다니까. 진짜 대단하지?"
...
"장지는 어떻게 할 거야?"
"몰라, 엄마가 바다에 뿌릴 거래"
"왜? 아빠가 바다 좋아하셨어?"
"글쎄 그건 모르겠구 아빠를 묻는 게 싫데. 나도 아빠가 땅 밑에 있는 거 싫어"
"아 그렇구나… 야... 진짜 황망하다."
"그치? 실감이 안 나. 오늘 점심때까지 멀쩡했는데 우리 아빠. 당장 명절이 문제야. 모든 준비를 아빠가 다 했거든 치우는 것도 아빠 담당이고. 우린 그냥 앉아서 주는 대로 부치면 됐었는데. 우린 진짜 아빠 없으면 안 되는데 큰일 났어."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갱이 아빠 돌아가셨어. 갑자기."
"에휴... 나도 오늘 친구 아버지 장지 따라갔다 왔어."
"우리 다 고아가 되겠네."
"그렇지. 다 그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