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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going Nov 08. 2024

미숙

일 따위에 익숙하지 못하여 서투름

반대말

성숙

1. 생물의 발육이 완전히 이루어짐

2. 몸과 마음이 자라서 어른스럽게 됨

3. 경험이나 습관을 쌓아 익숙해짐

4. 어떤 사회 현상이 새로운 발전 단계에 들어설 수 있도록 조건이나 상태가 충분히 마련됨


표준국어대사전



'오전조 모집이 마감되었습니다.'

이 문자 메시지가 어제 받은 건지 오늘 새로 받은 건지 헷갈릴 정도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토요일마다 큰애한테 보내야 하는 용돈 10만 원을 화요일에 독촉 문자를 받고 다른 통장에서 빼서 줬다. 전에는 용돈을 보낸 당일에도 다음 주 토요일이 무섭지 않았다.(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엊그제 새로운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공정에 TO가 없어 대기 상태입니다. 혹시 허브 공정으로 근무 가능하신가요?'

'가능합니다.'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오전 업무가 끝났다. 

혼이 나가도록 바쁘지만 한 20m만 왔다 갔다 하면 돼서 다리가 안 아프네. 어우, 생각보다 할 만 한데? 

정말 오랜만에 식욕까지 돌고 만족스럽구만.


점심시간. 손가락에 힘이 안 들어가 젓가락의 접점이 맞지 않았다. 반찬이 안 집혀서 숟가락을 젓가락 아래 받치고 양손으로 먹었다. 살짝 넋이 나갔다가 밥이 왜 안 줄지? 하고 시계를 봤는데 1시 33분! 지금 내가 33분 동안 밥을 먹은 거야? 아니 1시 20분에 밥 다 먹고 믹스커피를 한 잔 타 가지고 휴게실로 가서 좌방석이 있는 의자에 앉아 25분간 상모 좀 돌린 후 중앙에 모이면 딱 시간이 맞아야지! 그게 루틴인데! 갑자기? 똑같은 센터인데 왜? 

혼란에 빠져 로비에 있는 딱딱한 접이식 의자에 앉아 오늘따라 미지근한 맥심 한 잔을 시무룩하게 마시고 55분에 중앙에 갔는데 1명? 왜죠? 허브는 2시 정각에 우르르 나타나나? 


시계를 잘못 봤다. 허브 점심시간은 1시 15분에 시작되었다. 


하루 종일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건 같지만 그룹 작업이다 보니 물리적으로 부딪치는 문제가 있었다. 작업 속도가 느리거나 걸구치면 그 즉시 사토라레 현실체험. 하지만 시급이 높잖아. 한두 명 빼면 다 친절하고. 다리도 안 아프고. 8시간이 순삭인데 30% 더 받고. 근무 확정도 안정적이고. 못 견디게 추울 때만 빼고 허브를 하면 통장이 든든하겠는데. 논리적 접근을 통한 합리적 결론이 획득되었다. 아, 역시 항상 돌파구가 있어! 


부자가 된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는데 차에서 내려지지 않았다. 어? 다리가 안 움직이네? 악! 내 요추!

그랬다. 허브는 허리가 집중적으로 아팠다. 조금 지나니 양팔 이두에 쥐도 났다. 처음이니까. 어차피 근육통인데 하루이틀이면 없어지겠지. 몇 번 하다 보면 요령도 근육도 생길 거야. 30%라니, 하루일당 10만 원이라니! 타이레놀을 삼키고 찜질팩을 깔고 누워 꿀잠을 잤다.



오늘 낮 4시 반 두근두근 입금 내역 확인! 

어? 84,640원? 7%?


급여표를 잘못 봤다. 109,515원은 오후조 허브였다.




작업 치료의 명과 암.

미분값 음수 구간. 

차트는 돌아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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