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 지내온 여러 가지 일
날 경
1. 지나다
2. 다스리다
3. 날실(남북/세로 방향으로 놓는 실)
날 경자는 베틀에 가는 실이 세로로 놓여있는 것을 뜻하다가 베를 짜듯이 기초를 닦고 일을 해 나간다는 뜻으로 확장되었다.
지날 력(역)
1. 지나다. 경과하다
2. 겪다, 거치다
지날 역자는 나무 두 그루에 사람의 발을 합친 글자로 숲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지나온 발자취를 뜻한다.
표준국어대사전, (주)오픈마인드 인포테인먼트, [한자로드]/신동윤
관심이 생기면 앞뒤 생각지 않고 몸을 던진다. 초중급까지 엄청난 속도로 달리다가 느닷없이 탑티어들과 스스로를 비교한 후 바로 포기한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또 뛰어든다. 또 포기한다. 또 뛰어든다... 이런 식으로 살았다.
'꾸준히'한 일도 '노력'한 일도 없다. 인간 참.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아름다운 태피스트리 작품 같은 경력들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뭘 한 건가 한심스러웠다. 나는 아무렇게나 만들다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조각들 뿐. 심지어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경력이 없었기 때문'에 경단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글을 쓰려고 단어를 찾아보다가 깨달았다. 경력이라는 단어의 뜻이 지나간 시간 동안 거쳐온 일이라면 경력이 없는 사람은 없는 거잖아? 목적지를 잃었다고 주저앉아 있었기 때문에 괴로웠던 걸까? 그냥 일어나 걷기만 하면, 이동만 하면 지긋지긋한 패배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약한 상승과 강한 하락을 거듭하다가 겨우겨우 0으로 수렴할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제자리를 빙빙 돌았기 때문인가 보다. 이젠 안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