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수안 Oct 28. 2022

[Binge_on_Stories] 굿닥터 시즌 1-4

서로의 어깨와 지혜를 빌려 함께 나아가는 삶



_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면서 서번트 신드롬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자폐증은 중증도와 증상 발현이 천차만별이고 서번트 신드롬 또한 아주 희귀한 사례라고 전해 들었지만, 이런 소재가 이야기 형태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까. ‘흉내 내기’식으로 연기하지 않으려 특정 인물을 참고하지 않았다는 박은빈 배우처럼 숀 머피를 연기하는 프레디 하이모어에게서 역시 <굿닥터> 시즌제를 이끄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_



한국 원작을 재해석한 미국 <굿닥터>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주인공 숀과 그 주변을 긴 호흡으로 풀어내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남들과는 다른 잣대로 평가받는 업무, 동등하지 않은 동료 관계, 제한된 권한 등 숀이 마주한 성인의 삶은 아슬아슬하다. 매일 해고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험난한 길을 헤치고 가는 이유는 죽은 동생이 지켜준 외과 의사의 꿈이다. 문제 현상에 암기한 지식을 대입하여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숀은 단연 그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안고 있다. 



_



시즌1과 2에서는 병원 적응기와 사내 정치가 이야기를 채웠다면, 이후에는 지진 재해, 코로나 시국, 해외 의료봉사같이 굵직한 소재들을 통해 현실을 꼬집고 인물의 성장을 견인한다. 엄마와 갈등을 겪는 클레어, 딸과 매듭짓지 못한 관계가 트라우마로 돌아온 글래스먼, 이혼 위기를 겪는 마르커스와 알렉스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그들의 방식은 서로의 격려와 지혜를 빌려오는 것이다. 결국 호의와 베풂의 크기는 다를지라도 인간관계에 일방통행은 없다는 것을 숀과 주변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잘 보여준다.



_



자폐인의 연애를 사실적으로 그린 것도 인상적이었다. 손잡는 것도 쉽지 않은 숀이 칼리와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잠만 잤던 자폐인 룸메이트들이 서로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겪고 비로소 감정을 받아들이는 장면은 그 어떤 미디어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이면이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Binge_on_Stories] 작은 아씨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