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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May 25. 2024

빨래방에서

- 그 많은 빨래는 어디에서 왔을까.


 빨래방에 가게 되는 날이 있다.

 

 계절이 바뀌어 이불을 바꾸어야 할 때와 여름에 장마가 계속되면 빨래가 마르지 않을 때이다. 빨래의 양은 늘어나고 비는 계속 내리면 빨래를 들고 빨래방에 가야 한다.  


 며칠 전부터 날이 더워지고 있다. 여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무거운 겨울 이불을 넣고 조금 가벼운 봄 이불로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이불이지만 부피가 있으니까 옮길 때 팔이 아프다. 작은 애에게 함께 갈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생각해 본다는 답이 왔다. 점심을 먹고 침대에 누워 책을 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시간이 제법 지났다.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말이 없는 걸 보니 함께 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갈 채비를 하니 잠깐 기다려 보란다. 그러더니 함께 가잔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단지 작은 애랑 함께 가는 일인데 기분이 좋다니……. 


 빨래방에 가니 이미 세탁기 네 대는 돌아가고 있었고 건조기 네 대 역시 돌아가고 있었다. 


 와우. 이런 경우는 여태 없었는데……, 장마에도 없었던 장면이었다. 


 세탁기에 있는 남은 시간을 보니 8분 정도 남았다. 잠시 기다렸다. 하나가 멈출 즈음 어떤 아주머니가 나타났다. 건조기가 하나 비워지고 다 돌아간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옮겼다. 


 나는 그곳에 이불 두 개를 넣었다. 2분 후에 하나 더 비워지고 나머지 두 개를 넣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트로 장을 보러 떠났다. 꼭 필요한 물품을 사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부드러운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두 개 사서 입안을 즐겁게 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소프트아이스크림, 첫애를 가졌을 때 무진장 먹었다. 그때는 시원한 게 왜 그리도 먹고 싶었던지…. 아이스크림 하나에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처음 세탁기 네 대를 다 사용한 사람은 그 아주머니였다. 세탁기에는 작은 이불과 빨래들이 있었다. 네 대의 세탁기를 사용하고 세 대의 건조기를 이용하여 빨래를 마쳤다. 큰 비닐 세 곳에 차곡차곡 담아서 떠났다. 놀라운 모습이었다. 


 식구가 많은가? 아니면 일이 많아서 빨래를 모아서 한꺼번에 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뭐지? 온갖 궁금증이 들었다. 정작 묻지는 않았다. 그냥 나 혼자서만 놀라고 있었다. 많은 양의 빨래를 보니 그녀의 힘듦이 보였다. 아주머니는 건조기가 다 돌아갈 때까지 의자에 앉아 머리를 기대어 쉬고 있었다. 약간 고단해 보였다. 


 빨래를 하는 것도 그렇지만 개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빨래를 널 때는 탁~ 탁~ 털면서 너는 쾌감이 있지만 개는 건 재미없는 연속적인 동작일 뿐이다. 


 보송보송하게 마른 이불을 들고 집으로 왔다. 작은 아이 덕분에 수월하게 빨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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